Falling Water

니자랑 솔이랑 한국 가고 나서 3주간의 휴가를 내고 뉴욕에 와있던 백수철을 데려다 먹이고 재웠다. (SNS없는) 백수철은 우리집이 비기 전까지 (퇴근과 주말이 없는) 후배 박영민의 브루클린 집에서 먹고 살고 있었다. 우리 셋은 한국에서 퇴근과 주말이 없는 회사에서 함께 근무했었다.

내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낙수장을 볼 일은 평생 없으리라 생각했었다. 미국 건축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세계 미술 / 건축사를 기준으로 교육을 받았던 나에겐 보면 좋고 아님 말고 정도의 건물이었다.

New York to Fallingwater

뉴욕에서 다섯시간을 운전해서 가야하는 거리에 있고, 주변에 산과 농장 외에는 없으니 다른 이유를 들어서 가보기에도 나에게는 먼거리에 있어서 방문의 논외였지만, 텍사스에서 학교 생활을 하며 운전을 하면 피로가 풀리는 영민이가 있었던 덕에 수철의 방문 계획에 대해 그래 가보자. 하게 됐다. 물론 기차나 비행기를 알아봤지만, 너무 뻘스럽다.

5시간을 운전해서 도착한 공원은 정말 관리가 잘 되어있었다. 주차장에서부터 조경이 철저히 되어있었고, Visitor Center도 멀쩡했다. 나중에 해설사에게 들은 바로는, 프랭크로이드라이트의 아들의 연인이 설계했다고 한다.

미리 예약해둔 이름을 대고 들어가서 주차를 하고 비지터 센터의 레지스트레이션에 왔다고 알려주면 대기그룹의 순번을 알려준다. 시간도 예약해서 와야하지만 방문객이 많아서 비지터 센터에서 조금 기다려야한다.

방문시 내부 사진 촬영도 금지되어있고 몸을 움직이다 가구나 핸드레일같은 나무로 만들어진 전시품을 훼손할 수 있는 일정 사이즈 이상의 가구등도 휴대가 불가능하다. 모든 가구와 디테일 들이 모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직접 디자인으로 당시에 제작한 것을 그대로 뒀기 때문이다.

우선 설명과 함께 30-40분 정도의 내부 투어를 한 후 외부를 돌면서 약간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핸드폰 카메라 정도의 카메라 이외엔 촬영을 할 수 없다. 게스트 하우스까지 투어를 마치고 나면 외부로 나와서 건물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Fallingwater 한국 번역명 낙수장 落水莊은 정확히는 Kauffman House 이다. 건축주인 카우프만은 해설사의 설명에 따르자면 ‘부자부자부자부자부자’ (건축주에 대한 설명 앞에 다섯번 wealthy를 붙였음) 였다고 한다. 구지 말 안해줘도 이 캔틸리버로 모든 것이 설명된다.

건물은 크게 두동으로 이루어져있고, 그 유명한 캔틸레버로 이루어진 건물이 1차로 지어졌던 건물이다. 중학교 미술책에서 봤던, 그 머니샷은 폭포위에 얹혀진 쪽만 보이기 때문에 언덕에 캔틸레버를 박아놓은 듯 하지만, 실은 암반 위에 엄청난 하중을 버티는 코어를 짓고 거기에 캔틸리버를 걸어서 늘어트린 것이었다.

그러니까 왼쪽의 사진이 원래의 차량 진입로. 폭포의 뒤쪽으로 진입하도록 되어있었고 후에 브릿지를 걸고 언덕 위편에 2차로 게스트하우스를 지어서 연결하였다.

계단도 캔틸레버에 매달려 있다. 내외부의 재료는 모두 동일한 주변의 암석을 사용하였고 모든 창들도 코너가 오픈된 상태이고 기둥도 없었다. 컨셉대로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그 위에 주택이 살포시 앉아있도록 설계했다. 내가 느끼기엔 그냥 돌바닥에 나앉아있는 것 같았다. 이건 좋은 점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점이기도 하다.

프랭크로이드라이트의 다른 설계들도 그렇듯이, 구석 구석 하나하나 신경쓰지 않은 것이 없었다. 안타깝게도 나에게는 밤새도록 훈련계획서를 초안에서 파란펜으로 긋고 다시쓰고 호치케스 찍어서 다시 워드쳐서 최종 최종 최종 최종.hwp를 만들던 작전과장 생각이 나서 해설자들이 입이 마르고 닳도록 경외하는 그 디테일과 작가 정신에 대해서는 ‘노고에는 경의를 표하나 감동은 좀’ 이라는 평점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프랭크로이드라이트만의 기하학은 나에겐 와닿지가 않는다.

나만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백수철은 코너 코너를 돌 때마나 캬~ 어우~ 하는 것 같았다.

물론 이 과감한 캔티와 매싱, 그리고 본관과 게스트하우스 관리동을 동선으로 엮고 시선은 완벽히 분리해낸 것, 각 공간마다 기승전결의 시퀀스를 배치해둔 것은 두고 두고 기억해둬야할 주택계획의 정석같다. 또 일본 전통 살림집에서 체험해봤던 좁고 어두운 (거의 깜깜이었다.) 진입이나 스케일을 보는 소소한 재미도 있었다.

계속해서 해설사는 미국의 모더니스트라고 하는데, 나는 약간 전통 건축 체험하고 온 것 같았다. 아마도 프랭크로이드라이트의 ‘이유없는 이유있는’ 집착이 내가 생각하는 모더니스트의 정의와 좀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모두 프랭크로이드라이트가 앞뒤없는 건축 덕후였다는 것은 만장일치의 의견. 어찌됐건 미국에선 꼭 가봐야하는 건물이니까, 숙제 한 느낌.

그리고 건축물 먹고 왔다는 기념샷도 남겼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주변엔 아무것도 없고 농장 농장. 겨우겨우 점심먹을 데 찾은 곳은 다이너였다. 아 뭐 깨끗하고 친절하고, 미국식 다이너 좋아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자연 좋아하고 건축 좋아하고 운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추천. 가족 여행은 좀;;

(+ 20190711) 다녀오고 며칠 뒤, UNESCO에서 올해의 세계 문화 유산을 발표했는데, 이번에 한국의 서원들과 프랭크로이드의 작품들도 포함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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