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장황하고 내가 읽어도 알 수 없는 배경 설명을 했는데, 실은 배경 설명을 조금 더 해야겠다. 워낙에 실행 주체가 여러군데이고 거미줄처럼 엮여 있으니 이게 어디 딱하고 나와 있는 것도 아니고. 미안하지만 다시 배경 설명이…
일단 수해 방지 대책이라고 하면
- 오는 물을 막는다.
- 사람이 사는 땅을 높인다. 혹은 건물을 높인다.
- 물들어 오는데 사람이 안 산다.
크게 세가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방지 대책의 전제는 바로 ‘어디에 물이 얼만큼 차는가 혹은 이 땅/건물의 높이는 얼마인가를 보여주는 지도이고, 이것이 FEMA(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 연방 재해 관리국)에서 만들어진다. FEMA에서 만들어진 예상 지도를 가지고 모든 수해 방지 대책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을 막자
가장 돈이 많이 들고 무식한 방법이지만 가장 효과적이다. 하지만 아무리 천조국이라한들 해변을 따라 쭉 뚝방을 치거나 해변 전체를 뒤집어 엎는 일은 안한다. 하지만 조국은 4대강을 아무 이유없이 뒤집어 엎는 기염을 토하였 이런 일은 이번에 수해가 있으니 지자체에서 힘좀 써봅시다. 수준으로 될 일이 아니고, 혹은 이번 정부에서 힘 좀 쓰겠습니다. 해서 될 일도 아니다. 프로젝트 기간이 짧게는 50년 길게는 100년 넘는 것들이 많다. 이런 일은 ACOE, Army Corp. of Engineers 에서 해왔고, 계속 할 것이다. ((아니 미국도 군대가 수해 복구하잖아!라면 할 말은 없지만, 이건 그냥 군대가 아냐! 이분들이 바로 그 유명한 미시시피강 지도를 만드신 분들이시다. ))
문제는, 다시 말하지만, 이번에 수해가 있으니 여길 좀… 하는 식으로 이들의 계획이 변경되거나 하지 않는다는 점. 이분들 스케일이 백년이 넘는 분들이니 모든 토목 수준의 계획은 ACOE을 템플릿으로 그 위에 무언가 가능한가를 따지는 수준이다. 프로젝트의 스케일이 워낙 크고 시간 스케일도 남달라서 해당 지역의 army corp. of engineers 도면하나 구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쉽게 말해 가장 업무 협조가 안되는 형들. 어쨌든 가장 큰 라인들은 이 형들이 그리고 계시고 대부분의 리포트엔 그저 ACOE에서 이렇게 할 예정이다. 라고 첨부하는 정도.
결론은, ‘물을 막자’의 경우는 SIRR에서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확히는 이미 진행되고 있거나 앞으로 진행될 계획이 ACOE이 샌디와 상관없이 존재하고 있고, 약간은 수정되어 앞으로도 뉴욕시 혹은 주에서 하는 것과 상관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것.
땅/건물을 높인다.
땅/건물을 수면보다 높인다라는 것은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고, 이에 이르는 과정은 이렇다.
1) FEMA에서 수해 지도 및 FIRM map(Flood Insurance Rate Map, 수해 보험 지도) 발표.
2) 수해 지도 상의 BFE(Base Flood Elevation, 수해 기준 고도)보다 높으면 세잎. 낮으면 보험료 겁나냄.
3) 보험료가 싫으면
3-1) 이사간다.
3-2) 건물을 BFE보다 높게 올린다. (혹은 땅과 집을 둘다 올린다.)
3-3) 건물 아래쪽을 방수 시설을 한다.
정도가 되는데, 여기서부터 다양한 Real estate / financial 팀의 계산이 시작된다. 주로 내가 했던 (어반/건축팀이 했던) 일은
1) FIRM map과 Property map을 겹쳐보는데서 시작한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집들이 “보험료 겁나냄 zone”에 걸리는가를 살펴본다.
2) 그 존에 걸리는 집들의 현재 시세를 DCP에서 체크하고
3) GIS에서 면적을 뽑아 건물을 고쳐서 높이를 올리는데 드는 비용이 얼마나 될까를 비교해본다. 어반 디자인 팀에서 GIS로 데이타를 뽑은 이후에 분포도를 이용해서 적절한 샘플을 골라주고, 실제 법규에 맞춰서 BFE 이상으로 집을 뜯어 고치는 일은 건축팀에서 하게된다. 어반과 건축을 같이 하는 팀이라 내가 다했다. 내가 다했다구!
4) 그러면 EDC에서 이 집의 시세와 공사 비용 등을 비교해서 커뮤니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즉, 사람들이 동네를 떠나지 않고도) 가능한 최종 비용을 산출한다. 그리고 행정적 / 금융적인 솔루션을 찾는다. 퍼블릭으로 나가는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액수가 어쩌고 하는 부분은 실리지 않았다. 다만, 뭉뚱그려서 “집을 높이는 방법을 쓰는 것이 좋은 동네” 정도로 매핑되어있다.
떠나라
앞선 포스팅에서 절대로 우리는 이땅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라고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렇고, 사실 도저히 안되는데도 있다. 땅을 혹은 건물을 높인다고 해도 이번 샌디에서 배운 교훈 중의 하나인 Wave action과 high wind는 해결이 안된다. 더군다나 보호된 습지대 근처의 집과 같은 경우는 제발 딴 데 가서 사세요 하는 것이 좋다. 도대체 뉴욕과 같은 밀집된 도시에 습지같은 게 어딨어 하겠지만, 뉴욕시 내에 버려진 땅 저개발로 보존하는 스테이튼 아일랜드같은 곳엔 그런 장소가 존재한다. 그럼 그런 습지대 주변 매핑하고 DEP (Department of Environment Protection, 환경보호국)이나 New York City Department of Parks & Recreation 같은 곳에서 매입이 가능한가를 타진한다. 물론 이런 데이타는 밖으로 절대 안내보내고 주민들의 의사가 우선이다. 슬쩍, 여기 계속 사실래요? 뭐 나가신다면 값은 잘 쳐드릴께… 만에 하나 천에 하나 야 나가. 그랬다간 당장 들고 일어날테니. 물론 FIRM Map에서 이 동네 계속 살면 보험료 겁나 내야돼. 라고 하는 게 안보이는 협박이긴 하지만, 그건 정부가 그러는게 아니라 대자연님께서 하는 일이잖아.
SIRR에서는 대충 이렇게 뭐가 문제이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정도가 드러나는 수준에서 끝났다고 보면 된다. 이게 벌써 몇개월이야… FEMA의 Flood map은 샌디 이후에 새로 업데이트가 되었고 ((아직도 업데이트되지 않은 지역도 많다.)), 2050년을 목표로 잡으면서 Flood Map에 SLR (Sea Level Rise)까지 추가하면 실제로 가야할 길은 멀다. 그래서 결국 “내가 뭘 어떻게 고쳤다. 혹은 고치겠다.”라는 말은 한마디도 없고, “누가 이렇게 하던데요, 뭐 이렇게 하면 좋을 듯?” 하는 이야기 밖에 없는 최종 보고서이지만, 이게 또 처음 나오는 보고서라서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거 같기도 하다. 결국 다른 프로젝트들에선 계속해서 SIRR 리포트를 기준으로 진행이 되는 게 블룸버그가 헛짓을 한 건 아닌 것 같다.
다음 포스팅에서 NY Rising 프로젝트를 통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복구 및 수해 대비가 진행되고 있는지 적어볼테다.
One response to “SIRR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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