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rd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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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끔 벽장 벌레 퇴치용으로 사둔 향나무 조각이 굴러다닌다. 조각이 여러 형태로 만들어져있는 것을 세트로 구입해두었던 것인데, 옷을 꺼내다 보면 한두조각이 굴러나오곤 한다. 그 중 큐빅 형태로 된 것들을 주워서 책상에 올려두었더니, 솔이가 주사위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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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made board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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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자신의 규칙이 있어서, 빨강 파랑 까망으로 칠해서 빨간 게 나오는 사람이 이기고 검은 색이 나오면 지는 거라고 했다. 파란 색은 한번 쉬는 것이라고. 적당히 보드 게임의 기본을 어디선가 배운 것 같아서 놀이 책상에 펼쳐둔 달력 종이 (얼마전에 신체 검사를 위해 방문했던 내과에서 정말 ‘전통풍’ 달력을 받아 뒀었다.) 뒤에 윷놀이 풍의 바닥을 그리고 레고를 말삼아 게임을 해봤다.

몇번 해보니 솔이가 이기는 것을 좋아하지만 규칙을 따르기는 싫고 지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아니 그렇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 – 몇번 나름 재밌게 놀았다. 하지만 아직 ‘대결’ 혹은 공평한 승부의 개념이라든가 ‘게임’과 같은 개념은 어렵고, 이기기 위해선 어떻게 어떻게 몇단계를 밟아야한다는 것에는 아직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테이블에 보드 게임이나 바둑 장기 같은 것을 펼쳐두고 한가로이 과자와 음료수를 먹으면서 노는 것이 나의 로망이라면 로망이라, 아이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어른의 욕심을 채우는 교육을 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저 커다란 놀이 테이블을 얻어왔을 때 나는 보았다. 부루마불을 깔아놓고 주사위를 굴리고 있는 모습을!

심기일전하여, 분명 저 나이대의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게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육아 블로그 등등 검색을 시작, 당연히 있지 왜 없겠어, 아마존에서 Busy Town Game 이란 놈을 찾았다.

Busytown 이라는 책 시리즈가 있는 듯하고, 이 게임 역시 여러가지 버전이 있는 모양이다. 일단,

  1. 게임이 갖춰야하는 재미와 어린이 수준에 맞춘 단순함이 적절히 균형을 맞추고 있다. 게임 시간은 길어봐야 15분을 넘지 않는다.
  2. 플레이어끼리 경쟁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먼저 갈 수 있고 누군가는 좀 늦을 수도 있지만, 최종적으로 게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간 사람이 기다려줘야하고, 퍼즐을 풀기 위해선 협력해야 한다. 협력의 결과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이익으로 주어진다.
  3. 게임에서 낮은 확률로 실패할 수 있는데, 조금 아쉽고, 자 다시 도전하자!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간단한 몇단계의 규칙을 숙지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 승부욕도 살짝, 협력하는 기쁨도 살짝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몇번하고 나면 친구들하고도 같이 하고 놀 수 있을 것 같다. 빨리 다음 단계의 조금 더 복잡한 게임도 같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

Spring

겨울이 끝나자마자 데리고 자연사 박물관엘 갔다. AMNH 연간 회원권을 끊었고 본전을 뽑을 생각이다.

맨하탄만 가면 스파이더맨 흉내를 낸다. 이제 유치원에서 낮잠을 안재우기 시작하면서 잠이 모자라서 피곤했는지, 입술이 헐었다.

Gelato on March 30, 2019 at 09:13AM, https://flic.kr/p/2ejnvrb

이제 거의 다 낫긴 했지만 꽤 오래 상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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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ide + Focos + Darkroom on April 11, 2019 at 03:33PM, https://flic.kr/p/2fvm2GZ

그리고 요즘은 퇴근하고 오면 놀다가 잠들어있곤 한다. 한참 키도 크고 손가락이 쑥 길어졌다. 애기애기한 모습이 없어져서 조금 아쉽긴 하다.

Work Hard

색종이 접기 놀이를 한참 하길래, 종이를 접어 사람을 잘라줬더니 얼굴을 그리고 몸을 그리기 시작했다. 여러명 중에 한명 정도는 울기도 하고, 안경도 끼고, 코가 큰 옆집 아저씨도 있다.

몸을 그리는데 누드를 그러길래 이건 창피하니까 옷입혀 주라고 했는데 이런 건 어떻게 해주는 것이 좋은 프로토콜인지 모르겠다.

봄 저녁

밤새 비가 와서 아침엔 춥더니 퇴근길엔 나만 코트를 입고 있었다.

화산이라고 한다.
  1. 퇴근하고 오니 신발도 벗기 전에 솔이가 달려와서 자기는 봄이 와서 벌레와 꽃을 그리고 있다고 했다. 이제 봄이 되면 애벌래들이 날아 다닌다고 했다. 그리고 꼬리에 불이 나는 벌레는 이름이 기억이 안나 못그렸다고 했다. 작년 여름에 베란다에 넘어 왔길래, ‘반딧불이 솔이한테 인사하러 왔네.’ 했던 게 꽤나 강렬한 기억이었나보다. 구지 반딧불은 여름에 오는거야같은 이야기는 안해도 됐지 않았나 싶다. 단어에 걸맞는 기억을 갖게 된 것 같아 고맙다.
  2. 이제 냅두면 이것저것 무언가 만들고 논다. 자기 맘에 들면 벽에 붙여두기도 하고 이렇게 저렇게 만들고는 화산섬 같은 이름을 붙이는 능력도 생기는 것 같다.
  3. 가끔 물컵이 없는 곳에서 치카를 할 때 손으로 물을 떠서 먹여주면 매우 신기해 했었다. 솔이도 오늘 손으로 물떠먹기에 성공했다. 한손으로 잘 안되길래, 두 손으로 해보라고 했더니 후루룩 제법 마셔냈다. 능력치 추가된 것이 자기도 기분이 좋았는지 연거푸 가글을 했다. 이제 자러 가자고 두번 말할 때까지 계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