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졸업식을 마치고 솔이하고 니자는 이번 여름 캠프를 할머니 할아버지 캠프로 대신하기로 했다. 비행기타는 긴 시간 동안, 그리고 아빠없이 엄마랑만 지내야하는 동안 심심하지 말고 엄마 말씀 잘 들으라고 타겟에서 장난감을 샀다.

시차 적응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밤 비행기를 타기로 했더니 솔이는 공항가는 길에 잠들어버렸다. 하는 수 없이 가져갈까 말까 했던 유모차에 태웠더니 체크인에서부터 보안 검색까지 15분만에 끝나버렸다.

미리 세시간을 먼저 갔는데 모든 수속을 저 인파를 뚫고 삼십분도 안되서 끝내고 인사도 못하고 가버려서 조금 아쉬웠다.

부끄러우면 항상 혀를 배배 꼰다

그리고 한국 가서는 저번처럼 엄마한테만 붙어있을까봐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할아버지 할머니와 금방 친해졌고, 방학동안 다니기로 했던 유치원도 가는 날은 울면서 가더니 그날부터 하교길에는 유치원이 재미있다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할아버지에게 이것 저것 종알 종알 이야기도 많이 해주고 할아버지는 솔이에게 책도 많이 읽어주신다고 한다. 아버지는 사는 동안 바빠서 아들들한테 못받아봤던 즐거움을 많이 느껴보셨으면 좋겠다.

졸업식

발표회 다음날 6월 20일 졸업식.

어떤 ‘식’에는 감정이 있다. 일상의 맺음이 되는 날이니 어떤 형태로든 마음이 움직이기 마련이다. 내가 겪었던 교육과정에선 그런 감정은 희미하게 느끼다 말고 끝나곤 했다. 축하보다는 성적표를 받는 날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 괜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쿨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것도 같고, 노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랬던 졸업식도 있었던 것 같다. 그나마의 형식도 남지 않은 졸업식도 있었다. 어쨌든 내가 겪었던 졸업식들은 증명에 가까운 사진을 찍고 필요한 서류를 챙기고 놓아두었던 짐을 챙기는 형식적인 날일 뿐이었다.

일년에 한번 매는 넥타이

유치원 건물에 졸업식 장식 같은 것은 언제나 임시의 미니어쳐같은 느낌이다. 아이들 생일에 나눠주는 일 이달러 안하는 구디백의 장난감같은 인테리어가 된다. 거기에서 아이들에게는 아직 이름을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일어나 유치원 졸업식장의 공기가 된다.

미국의 유치원이라 그런 것인지, 원래 3세 4세 아이들은 아직 순진해서인지, 혹은 이 교회 부설 유치원이 특히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전날의 발표회에서도 내내 울던 아이가 있었고, 눈물을 감추던 엄마들과 선생님들이 있었다.

아빠들은 즐거워

고집이 세서 선생님들을 고생시켰던 걸로 알려졌던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가 발표회를 마치고 굉장히 크게 울었고, 많은 아이들이 또 따라 울었다. 졸업식에선 특히나 선생님들이 이 아이에게 눈물의 포옹을 크게 해줬다.

솔이도 슬픈 것 같기도 하고 딱히 안 슬픈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뭔지 모르게 기분이 나쁜 것 같았다. 정확히 표현하기 힘든 기분이면 저런 표정이 된다. 나는 어렸을 때 그런 기분을 보라색 기분이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사진은 찍어야한다.

아이들은 모두 반짝 반짝했다.

아이들을 특히 좋아하는 니자는 아이들보다 더 많이 울면서 아이들 사진을 찍었다.

그래서 엄마는 눈이 퉁퉁 부었다.

솔이와 엄마에게 감사. 멋진 졸업식이었다.

발표회

6월 19일 아이의 유치원 졸업식 발표회가 있었다. 발표회 아침에 신나거나 들뜬 표정보다 간간히 어두운 표정을 보였다. 어렴풋이 이제 이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라는 걸 아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잠깐 그랬다.

남자 아이들은 태권도도 하고 여자 아이들은 발레같은 것을 했다. 성역할 고착화의 좋은 예 그리고 해마다 매끄럽고 재미없는 발표회에 잊지못할 반전을 보여주는 친구들이 있는데, 올 해는 솔이가 그 어려운 걸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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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rned kicking his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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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이런 일에 부끄러워하거나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할까봐 왜 그런 상황이 벌어졌는가 몇번 얘기해봤는데, 다행히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표정 연기가 국기원 시범단이다. 워낙에 곧이곧대로 하는 성격이라 다른 애들처럼 웃거나 하지않고, 나름 동작도 허투로 하는 법이 없다.

엄마는 유치원의 (거의) 공식 포토그래퍼를 했다.

니자가 아이들을 좋아하는 성격인지는 몰랐다. 나는 어른들을 만나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아이들을 만나도 그냥 멀뚱하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니자는 아침 등교 시간에 온 유치원생들과 다 인사를 하고 수업 시작 전에 모든 애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어린이계의 오지라퍼이다. 듣기로는 장인어른이 저런 성격이라고 한다. 저런 오지랖 엄마가 있는 솔이가 좀 부럽네. 잠깐. 우리 엄마도 좀 오지라퍼이시긴 한데…

3살 율동을 보고도 깜짝 놀랐었는데, 4살에는 회오리같은 치어리딩의 핵심안무를 구현하는 걸 보고 아 역시 한국인에게는 K-pop의 피가 흐르는구나 발표회 중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아빠의 뇌피셜

아니 애들이 저렇게 하려면 밥도 안먹고 잠도 안자고 몇달 합숙해야하는 거 아니야 하하하. 하지만 그건 나같은 몸치의 얘기고

아이들은 발표회 일주 이주 전부터 연습을 한다고 한다. 솔이는 집에 오면 가끔 동작과 함께 ‘주안점’을 함께 설명해주곤 했다. ‘여기선 두번 해야돼.’ 라고 하는 파트를 무대에서 직접 보니 더욱 안무를 즐길 수 있었다. 아는만큼 보인다.

무슨 유치원이 발표회 하루 졸업식 하루를 따로 해서 회사를 이틀이나 못 나가게 해. 하면서 투덜거렸지만, 졸업식을 마치고 몇일 뒤면 엄마와 아들은 한국으로 긴 휴가를 가기로 했으니, 하루라도 아들 얼굴 보고 놀아줄 수 있어서 한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Bicycle

자전거 타는 방법을 모른다고 세상사는데 크게 문제될 것은 없고, 자전거를 조금 더 잘 탄다고 남들에게 특히 인정받을만한 것도 아닌 일인데, 아이에게 자전거타는 법을 가르치는 것에 대해 모두들 꽤나 법석을 떤다. 그다지 먹고 사는 데에 필요한 기술이라거나, 가성비를 들먹이면 신체나 지능 발달에 도움을 주는 효용이 있지도 않은데 말이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그다지 실용적인 이유가 없는 이유로, 자전거 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혹은 그걸 부모로서 가르친다는 것은 순수하게 기쁜 경험인 것인가 보다. 나의 아버지가 자전거를 가르쳐주셨던 날, 그 (5월같았던) 날씨와, 그 빨간 55 자전거 뒤로 날리던 학교 운동장의 먼지같은 기억들과, 그리고 아직도 당신이 나를 뒤에서 잡아주는 줄 알았다가 이제 혼자 중심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을 때의 두려움과 흥분이란 것은, 지구가 언젠가 사막이 되고 인류 문명이 인류의 실수로 남겨질 유산이 얼마 없다고 하더라도, 무엇보다 우선 전해줘야하는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유전자를 전해주는 일보다 거대한 사명이고, 이 거대한 사명을 수행하는 날이 드디어 온 것이 –

아니라,

🛴

아이에게 스쿠터는 꽤나 특별했던 모양이다.

2017년부터 함께 하던 스쿠터. 준영이랑 놀이터에서

오후의 일정이 정해진 탓에 간단히 동네 놀이터나 나가자며 나간 길에 그 스쿠터가 망가졌다. 보도의 턱에 걸려 무릎이 까진 것이 서러워 울면서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 내리막길에서 넘어질 때의 충격에 헐거워진 바퀴가 또르르르 떨어져나가 굴러가는 걸 보고 아이는 더 놀라서 울면서 달려 내려가 바퀴를 주워 가슴팍에 안고 울었다.

스쿠터야 아프지 마.

지 애비가 다쳐도 이리 안울겠다라는 농담을 하기엔, 목에는 땀이, 무릎엔 피가, 코에는 콧물이, 눈에는 눈물이. 4세의 아이에겐 자기 무릎의 상처가 주는 아픔과 스쿠터가 느끼는 아픔이 달리 느껴지지 않았을 것 같다. 얼른 빠진 나사를 끼워 눈물을 닦고 집에 가서 대일 밴드라도 붙여주고 싶었지만, 정확히 어느 시점에서 나사가 빠졌는지, 놀이터 가던 길에서 바퀴가 빠진 지점까지는 너무 멀고 복잡했다.

아이를 달래는 것도 중요했지만, 이번 여름이 기회라고 생각했던 일이다. 게다가 이제 다다음주면 엄마와 함께 아이는 한국에 먼저 가기로 했으니, 시간이 얼마 없다. 지금이 아니면 가을이 되서야 자전거를 살 수 있을테고 날은 금방 추워질테니. 얼른 소독하고 밴드붙이고 눈문 콧물만 지우고 자전거를 살 수 있는 타겟으로 갔다. 평소에 봐두었던 모델은 아니었지만, 구지 애비의 취향에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니, 몇번 조금 큰 바퀴와 작은 바퀴를 얼른 태워보고 집으로 달려왔다.

솔이는 정말 스파이더맨과 스타워즈를 좋아한다.

자전거를 조립하고 시험 주행을 나가봤다. 보조 바퀴가 있으니 아직 수평을 잡는 고급 기술을 익힐 필요는 없지만, 페달에 익숙하지 않아 페달밟는 것을 조금 익혔다. 나도 접해본 적 없는 Coaster brake 라는 방식의 체인으로 되어있어 약간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어쨌든 가볍게 동네 한바퀴를 돌았고, 집에 돌아와 씻고 오후의 일정에 있었던 동네 쌍둥이 돌잔치를 다녀왔다. 돌잔치에 자진해서 찍사 노릇을 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돌아오는 길에도 엄마는 끝내 아이의 ‘스쿠터야 아프지마’라는 울음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는지, 결국 사건이 일어난 장소로 돌아갔다.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다는 비유가 무색해졌다. 엄마는 잔디밭과 고속도로 틈에서 나사 하나를 찾기 시작했다.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와서는 자, 엄마랑 같이 찾으러 가볼까. 하고 다시 자전거를 꺼냈다.

요즘의 판타지 이야기들에게는 쉽게 쥐어지는 해피엔딩은 환영받지 못한다. 수퍼맨은 그래서 별로 재미가 없다. 수퍼맨의 초능력이면 해결이 안되는 일이 없지 않나. 어벤저스는 끝내 지구를 구했지만, 잃기 싫은 무언가를 잃어야만 했다. 수퍼 파워로 다 해결되는 일은 재미가 없는데. 이 엄마가 수퍼 파워로 나사를 찾았다. 아니 이건 말이 안되는데. 이렇게까지 해피엔딩이 될 수 있나.

아직 보조바퀴를 뗄 때와 같은 커다란 기쁨의 차례가 오진 않았지만, 오늘의 소소한 기억들도 아이가 잘 품고 있다가 후대에 전해주었으면 좋겠다. 바퀴의 발명보다 위대한 건 자전거를 타는 법을 가르쳐주는 일이니까.

2019년 5월 28일

  • RT @anarinsk: 익명성을 도시의 0순위 장점으로 생각하는 나로서는 아파트가 얼추 이상적인 주거 형태다. 게다가 열 효율도 좋으니 얼마나 환경 친화적인가. 방범, 재활용 등에서 효율적인 조직화와 대응이 가능한 주거 형태다. 이걸 무조건 나쁘게 보는 건 겪어보지도 못한 “농업시대 지향”의 착각이라고 생각. https://t.co/DRzgiiIt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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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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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20일

  • 잠깐 사고 싶었음 https://t.co/cBZ3bgejbx https://t.co/AdHIDqKGHw #
  • RT @Kwangbae: People say this, people say that, some got dissatisfied, some got frustrated. I also do in some ways. But guys, first, can we take a moment to be thankful for the ones who’ve made the best tv series in history for 9 years? 🙏 #
  • RT @pixpix: 2011년에 시작된 드라마가 2019년에 드디어 끝났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그동안 이렇게 매년 방영일만 기다리던 드라마가 있었던가. 고마워요 #GameOfThrones https://t.co/WfXiy66TXe#

SOLar system

유치원에서 한참 우주에 대한 수업을 했나보다.

밑도 끝도 없이 Jupiter가 제일 크고. Neptune은 멀다면서 지식을 뽐내길래 나도 얼른 내가 아는 바를 짚어보았다. 수금지화목토천혜명. 내가 태양계에 대해서 아는 것은 이거 이상 있던가. 명왕성이 제외된 것은 트위터로 전해들었지만 아직 내 머리 속에는 ‘수금지화목토천혜명’ 이니, 2012년 이후로 업데이트되지 않은 상태이다. (고등학교 때 ‘이제 그 자격을 잃을지도 모른다.’ 라고 배웠던 것까지는 흐릿하게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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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e + LED

아마존에서 15불 정도면 소풍가거나 파티를 할 때 애들 나눠주라고 100개들이씩 파는 1회용 finger light를 살 수 있다. 집에서 놀때 캠핑 갔을 때 쓰고 써도 아직도 한참 남아 있다.

아이들은 혼자 놀다가 재밌는 걸 발견하곤 한다. 음악을 틀어주면 춤을 추고 놀기도 좋아하는데, 오늘은 불을 끄고 핑거 라이트를 가지고 놀고 싶다고 했다. 몇개를 꺼내줬더니 신나게 놀다가 거울을 한참 보더니, 이걸로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뭘 그려. 했는데 거울에서 빛으로 잔상을 그리는 것을 본 모양이다.

Image result for picasso bull with light

이 방법은 요즘에 더 복잡한 알고리즘으로 실시간 그림을 그려내는 것까지 발전했지만, (알려진) 최초는 피카소 형이시다.

그리고 이런 Light Trail을 잡아낼 수 있는 것이 또한 Spectre app이 아닌가.

LED는 형광등과 달리 깜빡거리는게 아니니, Spectre 앱이 여러장의 사진을 겹치는 방식의 장노출 구현이니, 사진을 찍는 (-) 시간과 프로세스 시간 ( )이 연속되어 점선 (- – – – – ) 이 나타나게 된다. 이게 길이를 갖는 점선이 되니 길이가 곧 카메라로부터의 거리와 속도를 표현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아날로그 장노출의 피카소 그림보다 다이내믹한 표현이 가능하게 된다. 그리고 그 100개들이 핑거라이트는 5가지 색이 같이 들어있으니, 더더욱 재미있는 순간이 나오는데, 한손에 두개씩 끼고 춤추니까 더 재밌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Spectre에서 라이브포토의 동영상을 추출해주는 기능이 있는데, 이런 걸 뽑아낼 수 있다.

참 재밌죠 이잉

어린이

솔이가 봄이 되면서 살짝 알러지 반응이 왔다. 나나 니자나 알러지같은 것을 알지 못하고 살아와서 이런 것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랐다. 아침이면 눈이 충혈되어있어서 어디선가 고맙게 받아둔 눈약을 넣어주곤 한다고 한다.

Processed with Focos

알러지 탓에 눈이 붓고 쌍꺼풀이 양쪽눈에 생겼다. 항상 애기같았는데 요즘 부쩍 어린이같다. 얼굴은 매일매일 보니 크게 달라진 줄 모르겠지만 키가 크고 손이 커지니 확실히 아기같지가 않다.

한국 가기 전에 조카들 선물이나 좀 마련하자고 몰에 갔다. 레고 스토어에 혹시나 선물 살 것이 좀 있나 들어갔다. 자기 것에 대해선 욕심이 많지만 자기 것이 아닌 것에 대해선 큰 관심이 없는 성격이라 디즈니 스토어나 레고 스토어에 들어갔다 나와도 ‘오늘은 안사’라고 하면 쉽게 받아들인다. 레고 스토어 나오는 길에 팜플렛 하나 들고 나왔는데, 엄마가 쇼핑하는 동안 열심히 봤다.

작년만 해도 짜잘 짜잘 장난감을 꽤나 많이 사줬는데, 요즘은 최대한 심심하도록 가만히 둔다. 그러면 또 알아서 지가 놀 일은 알아서 챙겨서 논다.

on May 04, 2019 at 09:13AM, https://flic.kr/p/25b2uZD

그리고 이제 장난도 많이 치고 해서 유치원에서도 좀 말썽꾸러기파에 속한다고 한다.

2019년 5월 8일

  • 엄마는 모자 매니아 https://t.co/sS0zUhMfnM https://t.co/v37FJtXron #
  • 막판이 되서 바빠지니까 회의 때 모두의 음성이 1.5배속 재생으로 나온다. 미치겠네. #
  • 이번달 저번달 넷플릭스 볼 꺼 하나도 없네 하고 해지해둠. 해지하면 바로 멈추고 환불이 아니라 이번 결제해둔거 끝날 때까지 접속이 되고 해지가 되는 것인데, 이게 또 해지 날짜 다되면 볼만한 게 하나씩 나오거덩. 아유. #

Board Game

IMG_9345

집에 가끔 벽장 벌레 퇴치용으로 사둔 향나무 조각이 굴러다닌다. 조각이 여러 형태로 만들어져있는 것을 세트로 구입해두었던 것인데, 옷을 꺼내다 보면 한두조각이 굴러나오곤 한다. 그 중 큐빅 형태로 된 것들을 주워서 책상에 올려두었더니, 솔이가 주사위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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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made board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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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자신의 규칙이 있어서, 빨강 파랑 까망으로 칠해서 빨간 게 나오는 사람이 이기고 검은 색이 나오면 지는 거라고 했다. 파란 색은 한번 쉬는 것이라고. 적당히 보드 게임의 기본을 어디선가 배운 것 같아서 놀이 책상에 펼쳐둔 달력 종이 (얼마전에 신체 검사를 위해 방문했던 내과에서 정말 ‘전통풍’ 달력을 받아 뒀었다.) 뒤에 윷놀이 풍의 바닥을 그리고 레고를 말삼아 게임을 해봤다.

몇번 해보니 솔이가 이기는 것을 좋아하지만 규칙을 따르기는 싫고 지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아니 그렇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 – 몇번 나름 재밌게 놀았다. 하지만 아직 ‘대결’ 혹은 공평한 승부의 개념이라든가 ‘게임’과 같은 개념은 어렵고, 이기기 위해선 어떻게 어떻게 몇단계를 밟아야한다는 것에는 아직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테이블에 보드 게임이나 바둑 장기 같은 것을 펼쳐두고 한가로이 과자와 음료수를 먹으면서 노는 것이 나의 로망이라면 로망이라, 아이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어른의 욕심을 채우는 교육을 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저 커다란 놀이 테이블을 얻어왔을 때 나는 보았다. 부루마불을 깔아놓고 주사위를 굴리고 있는 모습을!

심기일전하여, 분명 저 나이대의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게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육아 블로그 등등 검색을 시작, 당연히 있지 왜 없겠어, 아마존에서 Busy Town Game 이란 놈을 찾았다.

Busytown 이라는 책 시리즈가 있는 듯하고, 이 게임 역시 여러가지 버전이 있는 모양이다. 일단,

  1. 게임이 갖춰야하는 재미와 어린이 수준에 맞춘 단순함이 적절히 균형을 맞추고 있다. 게임 시간은 길어봐야 15분을 넘지 않는다.
  2. 플레이어끼리 경쟁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먼저 갈 수 있고 누군가는 좀 늦을 수도 있지만, 최종적으로 게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간 사람이 기다려줘야하고, 퍼즐을 풀기 위해선 협력해야 한다. 협력의 결과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이익으로 주어진다.
  3. 게임에서 낮은 확률로 실패할 수 있는데, 조금 아쉽고, 자 다시 도전하자!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간단한 몇단계의 규칙을 숙지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 승부욕도 살짝, 협력하는 기쁨도 살짝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몇번하고 나면 친구들하고도 같이 하고 놀 수 있을 것 같다. 빨리 다음 단계의 조금 더 복잡한 게임도 같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