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진행한 내쉬빌 이스트 뱅크 프로젝트가 최종 결과물을 낸지도 6개월이 지났습니다. 이런 대규모의 프로젝트는 디자인을 마쳤으니, 자 내일부터 지읍시다 – 같은 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이 마스터플랜이 시의 개발 계획의 일부로 편입되어 향후 도시개발의 지표가 되는 식으로 끝을 마칩니다.

건축 디자인의 결과물이 건물이라면, 어반 디자인의 결과물은 보통, 법규 혹은 책의 형태로 끝을 내게 되는 것이지요. 이걸 바탕으로 또 몇년간의 고행이 이어지겠지만. 자세한 결과물은 시의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Imagine East Bank Plan
이제 프로젝트가 공공에 공개됐으니 디자인하면서 생각났던 것들을 기록으로 남겨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업 전체를 리뷰하는 것은 좀 힘들겠지만 “남겨진 스케치”를 중심으로 프로젝트의 곁가지들을 적어둘까 합니다.
초기엔 이런 류의 급한 아이디어 스케치로 의견을 교환하기도 합니다, 버려지긴 했지만 버려졌으니 그 역할을 잘 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아주 버려진 것은 아니기도 하네요. 땅을 파고 들어가겠다는 아이디어는 대충 끝까지 갔으니까요.

사실 실무적으로 제일 많이하는 건 위성사진에 대고 뭐 이런 류의 분석을 하는 일입니다. 최종 결과물에 들어가진 않지만 생각을 정리하고 상황을 파악하는데 많이 쓰입니다. 땅을 읽을 때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이기도 합니다.
보통의 스태디엄들은 꽤나 많은 주차장이 필요합니다. 결국 그 스태디엄 주변은 아스팔트로 꽉찬 평소엔 아무것도 못하는 공간이 되죠. 최대한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주차장을 건물 안으로 집어넣는 것이 요즘의 소위 “트렌드”입니다.

그 와중에 스태디엄 옆에 몇마일로 이어지는 50년 이상된 나무들이 줄지어 있는 땅이 있었습니다. 이곳을 홍수를 관리하는 공원으로 바꾸고 수목들을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급하게 스케치를 하였습니다.


보통 이런 작업을 위해선 현황 사진에 대고 아이패드에서 스케치를 합니다. 자세한 계획을 하기보단 “이러면 좋겠다” 정도로 그려넣습니다. 보통은 평면에서 설계를 하고 스케치를 하는 식인데, 이런 일이 있을 땐, 조금더 자유롭게 일단 스케치를 합니다. 그러던 와중에 조각 작품같은 것도 좀 놓고 … 그랬더니, 클라이언트가 아니 이건 뭐에요? 라더군요. 아니 이건 칼더의 조각인데요 …
“아 난 이거 스트레인저 띵즈에 나오는 그 괴물인줄 알았어요.”

그리고 별로 전체 디자인에 관련은 없지만 “이 프로젝트는 민간 건설사 돈만 벌어다 주는 게 아니라 커뮤니티에도 도움이 많이 되요” 풍의 소프트한 스케치가 필요해서 난데없이 공원 스케치같은 걸 할 일이 생겼습니다. 뭐 클라이언트가 놀이터도 좀 넣어주세요 라고 했고 아 뭔가 이 동네의 상징 동물같은 것도 (…)

아 그런데 상징 동물 뭔가 좀 만들기 비싸겠지요… (어쩌라구) 그래서 에라 이거나 먹어라

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스트레인저띵 놀이터를 그려주었더니 아이고 좋아요 꺄르르 꺄르르 이건 저희 사무실에 출력해서 벽에 걸어둘께요 까르르 까르르

아 물론 저도 먹고 살아야하니 이런 정상적인 (?) 스케치로 끝을 맺었습니다.
그 외에 공공 공간을 이렇게 합시다 저렇게 합시다 등의 스케치도 있었습니다. 저 뒤에 있는 건물이 새로 생기는 스태디엄인데, 이건 다른 회사에서 해왔습니다.


하도 맘에 안들어서 앞에 공간을 좀 잘 해보세요 하고 아마도 나중에 씨지 업체 보낼 뷰를 잡느라 그렸던 것 같은데 딱히 왜 두개나 그렸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뭘해도 잘 안됐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버리는 것들 잘 주워다가 잘 적어볼께요.

Comments
7 responses to “이스트 뱅크 – 남겨진 스케치들”
보는 내내 우와, 우와~ 하면서 스크롤을 내렸어요. 멋진 일을 하는 분이시군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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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칭찬 감사합니다. 혼자하는 일도 아니고, 여기는 ‘남겨진 그림들’ 만 잘 포장해서 보여드리는 것이니 멋져보이는 걸 꺼에요. 결국은 직장인의 업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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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인져띵 ㅋㅋㅋㅋㅋ 저라도 저 그림 출력해서 걸어놓고 싶었을 것 같아요. 건축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마냥 도면이나 건물외관 이런것만 그리는 줄 알았는데 구상 단계 절차는 실로 다양하군요. 새롭게 하나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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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공학이 아니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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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댓글보고 사전에서 공학 찾아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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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걸 사전까지 찾아보시다니. 사전엔 뭐라고 나오나요 전 공학은 잘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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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의 이론, 기술, 생산 따위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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