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주변을 관찰하면서 결과가 과정을 정당화하지 못하는 경우를 가끔 목격할 수 있다. 당연히 가끔이다. 귀납적인 결론을 찾아내는 정도의 관찰을 하지 못했고,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를 많이 봐왔기 때문에 과정의 윤리성과 결과의 성공여부의 필연적 관계성 자체를 의심을 하곤 한다.

좋아하던 배우이자 감독인 어떤 분은 몇개의 VFX 스튜디오를 문닫게 했다고 한다. 계약을 체결한 사람의 문제일 수도 있고 프로듀서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내가 들은 바로는, 진행 과정에서 결정은 미뤄졌고 대안은 수없이 늘어났다. 그에 대한 비용은 지불되지 않았고, 그려지지 않은 그림을 누군가에게 그리도록 만들었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의 윤리적인 문제가 예술적인 성취도와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의 마지막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고, 나는 그것이 그동안 그가 쌓아온 내적인 적폐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나는 그가 만들어왔던 감동적인 영화와 그가 연기한 매력적인 주인공들이 모두 공허하다고 느꼈으니, 최소한 그는 나에게는 실패했다.

 

Leave a Reply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