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스테드 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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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의 성장은 종의 진화를 반복한다는 것이 학설로 인정될만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경우 개체의 성장을 위해 인류 역사의 진화과정을 되짚어 보는 일도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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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 건물 관리국에 보존하기 위한 도면집을 정리하는 것과 배터리 파크 시티의 기존 공원 재개발을 위한 보고서를 마감하는 것과 같은 노동을 제공하고 여러 단계를 거쳐 현대 생활에 유용한 재화를 획득하였다.

나는 이렇게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 이메일을 서너차례 보내도 절대로 자신의 보고서를 수정해주지 않는 컨설턴트에 대한 불만을 담은 뒷담화를 직장 상사와 나누는 등의 – 한주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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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재화를 획득하는 등의 소득없이 원시적인 형태의 노동을 흉내내며 개체 성장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였다. 이것을 여가 활동 또는 레져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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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나는 자연 이런 게 싫다구.

블루 베리와 또 무슨 베리 따위를 따먹는 곳에는 다행히 그물같은 것이 쳐져 있어서 자율 비행을 하는 괴생물체들의 습격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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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아이들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농학 지식을 가진 부모들의 지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당도가 높은 베리류를 잘도 찾아내어 손이 파랗게 되도록 먹었다. – 아버지는 아직도 그 베리 저 베리가 무슨 베리인지 모른단다. 아임베리소리. 아들. –

가족 사진: 야만의 자연에 페이스타임을 통한 올바른 비물리적인 형태의 참여 방식을 보여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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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하고 노는 오리놈들에게 밥을 주는 대신 이 시끄러운 놈들아! 라고 소리쳐주는 듯한 자랑스러운 아들. 보통의 농장들에 있는 연예 가축들과 달리 냄새 안나고 깨끗해서 조금 가까이 가주었다. 오리 닭 등의 가금류를 비롯해서 아이들의 노동을 착취하는 도르레를 사용하여 식사를 하는 염소놈들도 있었고, 운송 수단으로 사용되는 조랑말과 당나귀 등에 탑승을 할 수도 있었다.

내가 노동을 하고 돈을 내는 이 기괴한 역전 시스템의 레져 농장들 틈에서 이 곳은 특히나 더 많은 육체 노동을 강요받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돈을 받는다. 처음엔 혼자 들어가지 않고 기꺼이 지 애비까지 체력 소진의 현장까지 끌어들이려 하였지만 버텼다. 니 애비는 땀을 흘리지 않을 것이다.

워밍업이 끝난 후 본격적으로 외국인 노동자와 미성년 노동자들이 트랙터 뒤에 실려서 끌려가고 있다.

알러지를 극복하고자 장갑을 끼고 아빠 우리가 복숭아 따갈께요 우리 맛있게 먹어요 흑흑 얼마나 아름다운 자매인가.

백도밭에서 오늘도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땡볕에서 수확에 지쳐가는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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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 복숭아를 찾아내기 위한 어린 딸의 눈물 겨운 테이스팅.

그들은 삶의 현장에서 인류가 체집을 시작하던 시점부터 키워왔던 미각과 후각 촉각 시각의 모든 감각을 깨워내고 있다. 아버지 이 복숭아가 한 관이면 아버지 코를 수술할 수 있을 거에요. 청아…. 아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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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쑤! 내 딸이 효녀로세!

프로 출장러 방자를 위한 저지군 체스터면 복숭아 어린이 선발 대회풍 복숭아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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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린아 두상자 더 따와라

나도 아빠 머리만한 처럼 복숭아를 따갈거야 그럼수박밭으로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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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이상 못해먹겠어. 미성년자 노동 착취의 현장을 고발해주세요!

이것 보세요 이렇게나 열심히 따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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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타고 우리나라로 돌아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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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이만큼 땄으니까 가도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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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나는 아직 배고파. 두박스 더 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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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내가 가서 저것들과 담판을 내고 올께요. 참아라 솔아. 언니 몇박스 땄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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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당도가 좀 나와야 값이 나갈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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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자세로 복숭아를 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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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서 먹는 것보다는 체집 후 잉여 생산물의 초과 생산에 더 관심을 보이는 자본주의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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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싸 좋다 풍년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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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취에 기뻐하는 어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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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이제 집에 간다.

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퍼펫쇼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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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이가 분 비눗방울을 찍은 사진이면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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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조그만 방울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었고, 옆에서 전문가 분께서 큰 방울을 날리는게 우연히 함께 찍혔다. 사진으로 역사를 왜곡하기. 참 쉽죠잉.


기존의 농장들과는 달리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액티비티가 있어서 어린이 자유이용권 17불은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습니다. – 조랑말 두번만 타도 남는 장사! – 그리고 매 시간 퍼펫쇼도 있고 (그다지 재미가 있는 건 아닙니다만, 꽤나 미국 시골의 전통 엔터테인먼트같은 느낌!) 오히려 복숭아를 따는 건 뒷전으로 놔도 괜찮을 정도이니까요. 뉴욕/뉴저지 허드슨 지역에선 한시간 정도의 거리이니 주말에 아이들과 한나절 강추.

공식 홈페이지 Alsteade Far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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