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책이 만들어진 이후부터 지금까지 나온 모든 책들의 호흡 – 마침표와 쉼표가 그 기준이 된다고 치고 – 을 분포도를 만들어 시간순으로 나열하면, 책을 처음 만들었을 당시, 즉 구전을 옮기는 일이 대부분이었을 책들엔 인간의 호흡을 기준으로 문장의 길이가 일정하게 분포됐을 것 같다. 서사시같은 류라던가 심지어는 시조같은 것도 있었으니까.글이 말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시작하고, 초반은, 붓에 먹칠할 정도? 일리는 없고, 어찌됐든 분포도가 들쭉날쭉해지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그리고 2010년대 정도부터는 문장을 140자 호흡으로 끊어쓰는 습관 덕에 다시 문장의 리듬이 일정해지는 분포도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정말 쓰잘때기 없는 생각이 들었다. 뭐 좀 트위터에서 쓸라고 하다보면 140자 걸려서 못쓰고 까먹는 일이 많아지다보니, 마치 1미터 점프할 수 있는 벼룩을 30센티 상자에 가둬두면 언젠가부터 거기까지만 점프한다는 이야기처럼, 글들이 자연 필터링을 거치게 되고 남는 글들은 자연히 140자 이하. 사람도 거기에 적응하고 트위터를 하지 않는 사람도 그걸 읽고 익숙해지고 – 트위터를 하지 않아도 원래 140자가 문자 메시지의 제한으로부터 왔다는 걸 생각하면 거기쯤이 사람들의 벼룩 상자가 되지 않을까 – 언젠가 국어 시간에 시조의 형식에 대해서 배우듯 140자의 제한을 극복하고 그 안에 깨알같은 문장을 이어나간 문인들의 140자 문장 분석같은 것이 국어 시험문제로 나오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근데 확실히 140자 제한에서 영어랑 한글이랑 불공평하게 세는 거 같은데, 공평하게 하면 한글로는 불편해서 못쓰겠지?
2 responses to “140”
그래서 여기다가 문단구분 없이 이렇게 길게 쭈욱 쓰셨나요. ㅎㅎㅎ
저도 가끔 글쓰다가 글자수 제한에 걸리면 그냥 남들처럼 다음 트윗에 이어쓰면 될법도 한데
어떻게든 끼워맞춰 넣게 되더라는..
여부장이 나 신입사원일때, 내가 일욜나와서 근무하고 6시쯤 퇴근하려니 저 벼룩얘길 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