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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책이 만들어진 이후부터 지금까지 나온 모든 책들의 호흡 – 마침표와 쉼표가 그 기준이 된다고 치고 – 을 분포도를 만들어 시간순으로 나열하면, 책을 처음 만들었을 당시, 즉 구전을 옮기는 일이 대부분이었을 책들엔 인간의 호흡을 기준으로 문장의 길이가 일정하게 분포됐을 것 같다. 서사시같은 류라던가 심지어는 시조같은 것도 있었으니까.글이 말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시작하고, 초반은, 붓에 먹칠할 정도? 일리는 없고, 어찌됐든 분포도가 들쭉날쭉해지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그리고 2010년대 정도부터는 문장을 140자 호흡으로 끊어쓰는 습관 덕에 다시 문장의 리듬이 일정해지는 분포도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정말 쓰잘때기 없는 생각이 들었다. 뭐 좀 트위터에서 쓸라고 하다보면 140자 걸려서 못쓰고 까먹는 일이 많아지다보니, 마치 1미터 점프할 수 있는 벼룩을 30센티 상자에 가둬두면 언젠가부터 거기까지만 점프한다는 이야기처럼, 글들이 자연 필터링을 거치게 되고 남는 글들은 자연히 140자 이하. 사람도 거기에 적응하고 트위터를 하지 않는 사람도 그걸 읽고 익숙해지고 – 트위터를 하지 않아도 원래 140자가 문자 메시지의 제한으로부터 왔다는 걸 생각하면 거기쯤이 사람들의 벼룩 상자가 되지 않을까 – 언젠가 국어 시간에 시조의 형식에 대해서 배우듯 140자의 제한을 극복하고 그 안에 깨알같은 문장을 이어나간 문인들의 140자 문장 분석같은 것이 국어 시험문제로 나오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근데 확실히 140자 제한에서 영어랑 한글이랑 불공평하게 세는 거 같은데, 공평하게 하면 한글로는 불편해서 못쓰겠지?

기본충실

청바지말고 좀 얌전한 바지를 사야겠다고 했더니 니자가 학원오가는 길에 갭에서 괜찮은 걸 봐둔 모양이었다. 무난하고 편안해서 요즘 한참 광고하는 1969라는 스키니풍을 한치수 크게 하나 사고 면바지도 하나 샀다.

문득 생각해보니 바로 집앞에, path를 타기 위해 아침저녁으로 지나치는 몰에도 멀쩡하게 갭매장이 있다. 백화점도 두개 붙어있고 극장도 있다. 아주 비싼 브랜드가 있거나 한 건 아니지만 최소한 Macy’s에 있는 수준은 그럭저럭 다 갖춘 것 같다. 또 그걸 아주 몰랐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몰에서 이용해보는 것이라곤 푸드코트 뿐이다. 왜일까 집에 오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없는 게 없지만 또 그다지 특별한 게 없는 것이 이유가 아닐까 싶다.

맨하탄의 갭매장에 들어간 것은 거기에 갭매장이 있어서가 아니라 쏭이와 현정씨등과 강서회관에서 아구찜을 먹으려는 목적이 있었고 먹고난 김에 쇼핑이나. 그리고 흔하디 흔한 갭매장이 거기에. 였던 것이다.

모든 서비스나 상품의 디자인에 일반적으로 적용시킬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최소한 이 몰에 죽여주는 햄버거집 하나라도 있다면 주말에 여기서 죽여주는 햄버거를 먹고 어딜가나 파는 옷도 하나 사고 그냥 그런 커피도 좀 마시고 그러다 구지 3d 아닌 영화도 좀 보고 그러지 않을까. 특성 잘못찍으면 만렙이라도 아무도 안받아줘요. 기본에 충실하다는 말이 어디에 기본을 두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뜻이 되는 것 같다.

누가 다가지고

요즘 길을 걸을 때 즐겨 읊조리는 노래.

“누가 다가지고 누가 다가지고 어이헤~ 누가 다가다가다가다가다가 이요호~ 에이헤~”

착취당한 노동 계급의 애환을 그린 노래같아서 플레이리스트 ‘노동요’에도 들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