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이번 여름은 ‘의지’의 여름이 아닌가 싶네. 대권 의지에 티아라의 의지에 운동 선수들의 의지에.
1. 한국 사무실에선 일을 시키고 못하면 갈궜다. 미국 사무실에선 못하면 일을 안시켰다. 장단점이 있었지만, 특히나 한국에서도 유명 야만 사무실에 다녔던 경험이 – 사실은 군대의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핵심 – 걸그룹 막장 스토리와 겹쳐지는 게 참.
의지라고 이름붙이는 근면 성실이란 것이 겉으로는 자의에 의한 인간 승리같은 것일 지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한국 사무실에서) 내가 봐온 ‘의지의 인간형’들은 대부분 ‘강요된 자의’가 내재화된 경우들이었다. 다시 말해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의 마인드로 강요된 의지를 자신의 의지라고 자신에게 속이고 있는 경우들이다. 어디까지가 ‘자의의 자의’인지 ‘타의의 자의’인지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만, ‘타의의 자의’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들은 결국 자신의 스트레스를 어딘가로 전가하기 마련이다. 결국 “내가 누구 땜에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라는 식으로 조직 내외의 어딘가로 그 피로를 옮겨가는 식이다. 그리고 그런 ‘스트레스 이전’을 합리화하는 데에는 ‘조직의 이익’ 혹은 ‘우리의 승리’같은 전제가 있기 마련이고, ‘이전’의 방법에는 ‘갈굼’과 ‘왕따’가 이용되곤 한다. 남에게 ‘나는 안 그런데 쟤는 왜 저렇게 의지 박약인가’ 따위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결국 알고보면 자기도 하기 싫어 죽겠다는 얘기. 다만 그런 고난이 자신의 의지라고 자신을 속이고 있는 걸 모르고 있는 채 꼰대로 자라나고 계시는 중. 그래서 며느리가 시어머니된다니깐.

2. 개인의 실수나 실력보다는 아이돌 그룹의 친한 정도가 인기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데, 학교나 군대를 통해서 조직의 융화 단결에서 오는 뭉클함을 몸으로 느끼고 나면 참 헤어나기 힘들다. 단체 운동 경기를 소재로 한 영화를 보면서 오는 감동이란 게 따로 있지 않은가. 어찌됐건 뮤지션에 대한 판단이 음악일 필요는 없으나, 스타일도 스타성도 아니고 ‘인화단결’에 있다는 건 불편하다. 그런 고로 나는 f(x)가 좋다는 결론이….

3. 정의와 진실은 어디에나 공평하게 존재해야겠지만, 어디 다른 데선 찾기 힘드니 걸그룹에게나 요구할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