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빌드바이디자인

SIRRNY Rising이 각각 시와 주에서 주관한 프로젝트라면 Rebuild by Design은 연방정부에서 주관한 프로젝트이다. 정확히는 오바마가 하라고 싸인은 하긴 했지만 오바마가 하라고 한 건 아니고  HUD, US Department of Housing and Urban Development에서 시작했고, 운영 주체는 NYU’s Institute for Public Knowledge 이며, 돈은 대부분 락펠러 재단에서 댄다. 아니 주정부는 도대체 뭐하는거야. 3단계의 컴피티션이었고, 우리 회사는 HR&A와 팀을 꾸렸고, 나는 2단계에 참여했다. 3단계까지 갔으나 내가 없이 3단계를 통과할리가;; 

컴피티션의 방향은 팀을 꾸리고 – 건축/조경/도시/토목/컨설턴트 등, 어디가 가장 중요한 사이트인가를 찾아내고, 그 사이트를 디자인하는 것이다. 여지껏 해본 컴피티션 중 가장 합리적인 컴피티션 와꾸가 아니었나 싶다. 보통의 단계별 컴피티션들이란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아유. 난 뭐가 좋은지 모르겠네 한번 더 해봐.’ 식으로 ‘심사자의 무능을 참여자의 노고로 미루는’ 방식인데 반해, 각 단계를 마치고 나면 공공에 모든 것을 공개하고 스터디 기간을 가지고 다음 단계로 진행하며 모든 자료는 공유됐고 공개됐다. 그래서 이 컴피티션이 ‘디자인’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사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디자인’을 찾는 컴피티션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우리가 제출한 안에 대해 설명하자면, 아니, 변명부터 시작하자면, 건축가가 중심인 다른 팀들과 달리 부동산 컨설턴트와 설계팀이 같은 지분으로 팀으로 묶였고, 여기에서부터 우리팀의 방향은 명확했다. 현실적인 안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림이 구리;; 사이트 선정은 가장 취약한 Small Business 지역이었다. 아무도 신경을 안쓰지만 (주거 지역은 정부에서 신경써주고, 업무지구는 각자 알아서 잘 한다.) 가장 많은 Job을 만들고 ((숫자는 확인해봐야겠지만 대충 그랬던 것 같다.)) 가장 커뮤니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래서 작은 비지니스들 구하는 그림을 그리니 그림이 뭐 나올게 없;; 아니 사실 내가 안했어 변명은 그만해

당선된 팀들의 그래픽과 접근 방법 모두 뛰어나서, 다운받아두고 종종 참고하곤 한다. 앞으로 당선작들을 가지고 얼마나 현실적으로 정책에 반영이 되고 현실화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만난 뉴저지의 디벨로퍼도 여기에 나왔던 안 중에 하나를 이미 알고 자신의 프로젝트에 적용하길 주문하는 것을 보니 이 모든 노력이 공염불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건축적인 제안이 강제적인 정책 이외의 방법으로도 세상에 빛을 보는 경우가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몇번에 걸쳐서 복구 프로젝트 – 이제는 통칭 Resiliency Project로 불린다. – 들을 정리해봤다. 우선 비자를 연장할 때가 되어서 포트폴리오를 업데이트할 때가 되기도 했고, 수해복구 정책에 관련된 논문을 쓰고자하는 고등학교 후배가 질문을 했던 탓도 있고, 마침 프로젝트가 끝나고 할 일이 없었던 기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역시나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Resiliency Project에 관련된 문서나 링크들을 정리하는 글 정도를 써두고 이 씨리즈를 정리해야겠다.

분실물

뉴저지에 있는 뉴왁시에는 펜스테이션이 있다. ((사실 펜스에이션은 여기저기 많다 http://en.m.wikipedia.org/wiki/Pennsylvania_Station))

프로젝트가 바로 이 역 North Concourse와 바로 연결되는 탓에 좀더 자세한 정보를 얻고자 클라이언트에게 문의한 바,

응 우리도 누가 이 역의 주인인지 몰라. NJ Transit이랑 AMTRACK이랑 Port Authority하고 Newark시하고 이 역 전체를 나눠서 가지고 있고 거기에 더해서 소유자와 관리자가 달라서 정확하게 이 부분 North Concourse는 어디가서 물어봐야 하는지 아무도 모르더라구. 혹시 뭐 어는 거 있으면 이메일 좀 보내줘.

아니 무슨 콘코스가 분실물도 아니고 누구껀질 몰라 정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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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회사 이사. 마케팅팀에서 만든 123 William st survival guide와 새로운 로고가 박힌 머그컵이 새로운 월요일을 반겨주었다. 새로운 템플릿에 새로운 폰트를 사용하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보라색은 맘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모두가 좋다고 하니 반드시 아무 말도 안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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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뷰는 공공의 몫으로, 모두가 공평하게 안좋은 뷰로 서로 마주보고 일하게 되었음.

뉴욕 라이징

뉴욕시에서 주관한 SIRR이 끝나고 얼마 뒤부터 뉴욕주에서 주관하는 새로운 복구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름하여 NY Rising Community Reconstruction Program.

SIRR이 조금더 개괄적이었다면, NY Rising은 조금더 구체적이고, 커뮤니티 위주의 진행이었다. 이름도 Community Reconstruction Program 아닌가. 기본적으로는 여기저기서 펀딩을 했고, 이걸 어떻게 나눠줄까… 동네 사람들끼리 모여서 회의 좀 해서 우리 동네는 뭐 때문에 어떻게 돈이 필요하다고 올려보세요. 하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여기 이렇게 돈이 들어왔고,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돈쓸 분 신청하세요.”하는 페이지가 마련되어있는데, 이것이 이 프로젝트의 결론이라고 보면 되겠다.

뉴욕주에서 수해 피해를 당한 66개의 커뮤니티에서 790회의 회의를 했고, 여기서 전문가 집단이 한 일은 커뮤니티 미팅에 나가서 상황을 설명하고, 동네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수집하고 이에 대한 비용을 계산해서 위로 올리는 일이었다. 우리 회사가 맡은 커뮤니티는 로워맨하탄과 브루클린의 레드훅이었고, 내가 맡았던 지역은 레드훅이었다. 팀은 부동산 컨설팅 회사 HR&A와 엔지니어링 회사 PB 가 리드했고, 건축팀 Cooper, Robertson & Partners 과 조경팀 W Architecture 이 서포트를 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수해복구를 리드하는 팀이 부동산 컨설팅 회사였다. 군대가 아니라. 사실은 SIRR의 진행도 HR&A의 파트너가 EDC로 파견나와서 실질적인 업무를 진행했었다.

두번의 수해복구 프로그램을 통해서 놀라웠던 두가지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인데, (이것이 뉴욕시 혹은 뉴욕주의 특이 사항일런지, 혹은 미국에선 당연한 일인지 혹은 한국이나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일런지 모르겠으나,) 정부의 용역으로 부동산 컨설턴트가 공공 복구 사업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어찌보면 자연재해로부터 일정 대지의 주거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토목-부동산-건축-조경 네개의 축으로 진행되며, 그 매니지를 부동산이 맡아서 한다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여지껏 부동산의 의미를 개인 디벨로퍼의 수익에만 한정지어온 프랙티스만 봐와서 놀랍다고 생각한 것일지 모르겠다.

또다른 놀라웠던 경험은 “민주주의”였다고 하면 좀 거창할지 모르겠다만, 전문가 집단 (토목,부동산,건축,조경)에서 “여기에 돈을 씁시다.”라고 결정하지 않는다. 이는 커뮤니티 미팅에 의해 결정된다. 내가 커뮤티니 미팅에 참여한 것이 서너번 정도되었고, 건축팀으로서 하우징의 관련 법규가 어떻게 바뀌었고, 어떤 지역이 법규에 적용을 받으며, 어떻게 새로 지으면 기존의 면적을 유지할 수 있는지 등을 커뮤니티에 설명하는 역할을 하였다. 그런 다소 전문적인 프리젠테이션 외엔, 동네 학교 체육관에 뉴욕라이징 배너를 걸어드리고, 동네 할머니가 벽에 걸린 의견보드에 붙일 포스트잇을 나눠준다든지, 펜을 나눠준다든지 하는 일을 했다. MBA하시고 부동산 컨설팅하시는 분들이 볼펜을 수거하고 의견 보드 떼서 스캔하는 동안 가위와 테이프를 챙겨주는 일도 잊지 않았다. 아. 정확히는 부동산 형들이 청소하고 펜나눠줄 때 나는 사진찍고 돌아다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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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험이 매우 놀라웠다. 백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자신의 커뮤니티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발표를 하고 있었고, 고삐리 (인지 중삐리인지) 친구들이 그걸 녹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초딩처럼 보이는 애들이 체육관 바닥에 앉아서 기록하고 전문가 집단에게 질문을 했다. 전문가 집단에서 마련한 커다란 빈 지도에 마을 대표가 그려둔 ‘문제’ 혹은 ‘가능한 해결책’ 낙서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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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팅에 갈 때까지 내가 그린 것은 하나도 없었다. 미팅이 끝난 후 이것들을 모아서 새로운 맵을 그렸고 이것이 나중에 해결책으로 전문가들의 손길을 거쳐 polish되어 나갔다. 이런 과정이 몇번이나 있었고 그 때마다 엄청난 양의 데이타가 만들어졌다. 소위 아이비리그 출신이라는 MBA 친구들이나 엔지니어들이나 건축가들은 모두 벽에 서서 팜플렛을 나눠주거나 이야기를 듣거나, 질문에만 답할 뿐이었다. 나는 주민들이 말걸까봐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었;;

그 결과물로 나온 레드훅 보고서와 함께 다른 여타의 보고서들도 다 퍼블리쉬되었고 이 프로젝트도 이제 대충 끝나가는 듯 하다. 아직 쿠오모의 오피스에선 돈의 용처를 다 찾지 못했으니 돈을 다 쓸 때까지 프로젝트는 계속되겠지.

이 인연으로 저번주에 다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EDC에서 나온 프로젝트인데 어떻게 하면 FEMA의 돈을 많이 받아올까;;를 연구하는 프로젝트가 되겠다. 다시 말하면 SIRR과 NY Rising을 통해 어디로 돈이 가서 어떻게 사용될지가 이제사 슬슬 결정되어가고 있다는 말씀. 어떻게 보면 갑갑할 정도로 느리지만 어떻게 보면 쉬지않고 많은 일들을 해나가고 있다.

SIRR (2)

앞서 장황하고 내가 읽어도 알 수 없는 배경 설명을 했는데, 실은 배경 설명을 조금 더 해야겠다. 워낙에 실행 주체가 여러군데이고 거미줄처럼 엮여 있으니 이게 어디 딱하고 나와 있는 것도 아니고. 미안하지만 다시 배경 설명이…

일단 수해 방지 대책이라고 하면

  1. 오는 물을 막는다.
  2. 사람이 사는 땅을 높인다. 혹은 건물을 높인다.
  3. 물들어 오는데 사람이 안 산다.

크게 세가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방지 대책의 전제는 바로 ‘어디에 물이 얼만큼 차는가 혹은 이 땅/건물의 높이는 얼마인가를 보여주는 지도이고, 이것이 FEMA(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 연방 재해 관리국)에서 만들어진다. FEMA에서 만들어진 예상 지도를 가지고 모든 수해 방지 대책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을 막자

가장 돈이 많이 들고 무식한 방법이지만 가장 효과적이다. 하지만 아무리 천조국이라한들 해변을 따라 쭉 뚝방을 치거나 해변 전체를 뒤집어 엎는 일은 안한다. 하지만 조국은 4대강을 아무 이유없이 뒤집어 엎는 기염을 토하였 이런 일은 이번에 수해가 있으니 지자체에서 힘좀 써봅시다. 수준으로 될 일이 아니고, 혹은 이번 정부에서 힘 좀 쓰겠습니다. 해서 될 일도 아니다. 프로젝트 기간이 짧게는 50년 길게는 100년 넘는 것들이 많다. 이런 일은 ACOE, Army Corp. of Engineers 에서 해왔고, 계속 할 것이다. ((아니 미국도 군대가 수해 복구하잖아!라면 할 말은 없지만, 이건 그냥 군대가 아냐! 이분들이 바로 그 유명한 미시시피강 지도를 만드신 분들이시다. ))
문제는, 다시 말하지만, 이번에 수해가 있으니 여길 좀… 하는 식으로 이들의 계획이 변경되거나 하지 않는다는 점. 이분들 스케일이 백년이 넘는 분들이니 모든 토목 수준의 계획은 ACOE을 템플릿으로 그 위에 무언가 가능한가를 따지는 수준이다. 프로젝트의 스케일이 워낙 크고 시간 스케일도 남달라서 해당 지역의 army corp. of engineers 도면하나 구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쉽게 말해 가장 업무 협조가 안되는 형들. 어쨌든 가장 큰 라인들은 이 형들이 그리고 계시고 대부분의 리포트엔 그저 ACOE에서 이렇게 할 예정이다. 라고 첨부하는 정도.

결론은, ‘물을 막자’의 경우는 SIRR에서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확히는 이미 진행되고 있거나 앞으로 진행될 계획이 ACOE이 샌디와 상관없이 존재하고 있고, 약간은 수정되어 앞으로도 뉴욕시 혹은 주에서 하는 것과 상관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것.

땅/건물을 높인다.

땅/건물을 수면보다 높인다라는 것은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고, 이에 이르는 과정은 이렇다.

1) FEMA에서 수해 지도 및 FIRM map(Flood Insurance Rate Map, 수해 보험 지도) 발표.
2) 수해 지도 상의 BFE(Base Flood Elevation, 수해 기준 고도)보다 높으면 세잎. 낮으면 보험료 겁나냄.
3) 보험료가 싫으면
3-1) 이사간다.
3-2) 건물을 BFE보다 높게 올린다. (혹은 땅과 집을 둘다 올린다.)
3-3) 건물 아래쪽을 방수 시설을 한다.

정도가 되는데, 여기서부터 다양한 Real estate / financial 팀의 계산이 시작된다. 주로 내가 했던 (어반/건축팀이 했던) 일은

1) FIRM map과 Property map을 겹쳐보는데서 시작한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집들이 “보험료 겁나냄 zone”에 걸리는가를 살펴본다.
2) 그 존에 걸리는 집들의 현재 시세를 DCP에서 체크하고
3) GIS에서  면적을 뽑아 건물을 고쳐서 높이를 올리는데 드는 비용이 얼마나 될까를 비교해본다. 어반 디자인 팀에서 GIS로 데이타를 뽑은 이후에 분포도를 이용해서 적절한 샘플을 골라주고, 실제 법규에 맞춰서 BFE 이상으로 집을 뜯어 고치는 일은 건축팀에서 하게된다. 어반과 건축을 같이 하는 팀이라 내가 다했다. 내가 다했다구!
4) 그러면 EDC에서 이 집의 시세와 공사 비용 등을 비교해서 커뮤니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즉, 사람들이 동네를 떠나지 않고도) 가능한 최종 비용을 산출한다. 그리고 행정적 / 금융적인 솔루션을 찾는다. 퍼블릭으로 나가는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액수가 어쩌고 하는 부분은 실리지 않았다. 다만, 뭉뚱그려서 “집을 높이는 방법을 쓰는 것이 좋은 동네” 정도로 매핑되어있다.

떠나라

앞선 포스팅에서 절대로 우리는 이땅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라고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렇고, 사실 도저히 안되는데도 있다. 땅을 혹은 건물을 높인다고 해도 이번 샌디에서 배운 교훈 중의 하나인 Wave action과 high wind는 해결이 안된다. 더군다나 보호된 습지대 근처의 집과 같은 경우는 제발 딴 데 가서 사세요 하는 것이 좋다. 도대체 뉴욕과 같은 밀집된 도시에 습지같은 게 어딨어 하겠지만, 뉴욕시 내에 버려진 땅 저개발로 보존하는 스테이튼 아일랜드같은 곳엔 그런 장소가 존재한다. 그럼 그런 습지대 주변 매핑하고 DEP (Department of Environment Protection, 환경보호국)이나 New York City Department of Parks & Recreation 같은 곳에서 매입이 가능한가를 타진한다. 물론 이런 데이타는 밖으로 절대 안내보내고 주민들의 의사가 우선이다. 슬쩍, 여기 계속 사실래요? 뭐 나가신다면 값은 잘 쳐드릴께… 만에 하나 천에 하나 야 나가. 그랬다간 당장 들고 일어날테니. 물론 FIRM Map에서 이 동네 계속 살면 보험료 겁나 내야돼. 라고 하는 게 안보이는 협박이긴 하지만, 그건 정부가 그러는게 아니라 대자연님께서 하는 일이잖아.

SIRR에서는 대충 이렇게 뭐가 문제이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정도가 드러나는 수준에서 끝났다고 보면 된다. 이게 벌써 몇개월이야… FEMA의 Flood map은 샌디 이후에 새로 업데이트가 되었고 ((아직도 업데이트되지 않은 지역도 많다.)), 2050년을 목표로 잡으면서 Flood Map에 SLR (Sea Level Rise)까지 추가하면 실제로 가야할 길은 멀다. 그래서 결국 “내가 뭘 어떻게 고쳤다. 혹은 고치겠다.”라는 말은 한마디도 없고, “누가 이렇게 하던데요, 뭐 이렇게 하면 좋을 듯?” 하는 이야기 밖에 없는 최종 보고서이지만, 이게 또 처음 나오는 보고서라서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거 같기도 하다. 결국 다른 프로젝트들에선 계속해서 SIRR 리포트를 기준으로 진행이 되는 게 블룸버그가 헛짓을 한 건 아닌 것 같다.

다음 포스팅에서 NY Rising 프로젝트를 통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복구 및 수해 대비가 진행되고 있는지 적어볼테다. 

SIRR (1)

언제나 그렇듯 나는 말할 때 서론이 길다. 이것도 그럴 것 같다. 논문도 아니고 줄줄이 생각나는 대로 쓰는 거니까 이해해주세요. 쓴다고 하고 쓰는게 어딥니까.

SIRR, Special Initiative for Rebuilding and Resiliency 이름 풀이를 해보자면

  • Special – 특별이라 쓰고 급하게 모았습니다.라고 해석하면 된다.
  • Initiative – 결론이라기보단 최초 계획이랄까요. 첫술에 배부르겠습니까만은 일단 시장님께서 퇴임 전에는 뭔가를 해야하니까…
  • Rebuilding – 네.네.일단 허물어진 것은 다시 짓구요
  • Resiliency – 탄성. 복원력. 탄력: 문제는 앞으로 얼마나 잘 버틸까하는 겁니다. 네.

또 다시 되돌아가서 서론을 이어가자면, SIRR은 NYCEDC (Economic Development Corp. 뉴욕 개발 공사)의 주도하에 이루어졌다. 막판에 결국 EDC 사무실에서 밤을 샜다는 이야기. 수해 복구가 도시 계획국 DCP 라든가 혹은 한국처럼 군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EDC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것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블룸버그 재직 시절에 EDC의 역할이 무척 커졌다고 한다.)

EDC를 중심으로 피해 지역의 주민들과 인터뷰한 결과를 모으고, FEMA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해서 전문가 집단들의 Recommendation “권유사항”을 모은 책이 “A Stronger, More Resilient New York” 이라는 리포트이고, 이 수해복구 프로젝트의 결론이다. 내가 이 리포트에 기여한 일이라면 몇몇 현장 사진과 함께 막판에 밤새면서 나가떨어진 일러스트쓰는 디자이너를 대신해서 지도에서 동그라미 삼각형을 이리로 저리로 옮겨붙여주는 일을; 크게는 참여 설계사무소들이 사용하는 GIS데이터를 총괄했고 (EDC의 담당자가 막판에 맛탱이가 가서 준 화일 못찾고 데이타 날려먹고 하는 바람에) 작게는 스테이튼 아일랜드 지역과 맨하탄 아랫동네 스터디를 했다. “내가 뭐했나”하는 부분은 나중에 또 적도록 하겠다. 중요한 것은 나중에

그리고 뉴욕시의 향후 (도시) 계획은 모두 Planyc (Plannyc가 아니라 planyc입니다.) 라는 책에 담겨 있다. 여기에는 단순히 도시 계획 뿐 아니라 앞으로의 경제 정책이라는 것도 함께 담겨 있고, 블룸버그 형이 재직하는 동안 모든 정책의 목표였고 시장이 바뀐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 형이 자랑하는 치적 중의 하나이다. SIRR report는 Planyc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Planyc 역시 SIRR report를 기반으로 업데이트되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수해 복구를 하는 것을 넘어서 앞으로의 기상 이변에 대비해서 도시를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가 그럼 어떻게 돈을 더 벌 수 있을까에 대한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젝트의 결론을 말하자면 이렇다. 서론 다음에 결론이라니

  1. 우리는 물러나지 않는다. – 뉴욕시가 한평에 얼마냐.
  2. 앞으로 샌디보다 쎈 놈들이 더 자주 올 것이다. – 기후 변화에 대비합니다.
  3. 어떻게? – 자 전문가들 모여보세요. 전문가들: 저희도 노답입니다만… 방법은 스케일별로 토목/조경적인 접근, 건축적인 접근으로 구분되고, 주체에 따라 행정적인 접근인지, 금융적인 접근이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문제인가? 그리고 어떻게 해결할까?의 첫번째 출발점은 항상 당사자. 즉 지역 주민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무책임해 보일 수도 있고,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여기에 왜 이 놈의 수해복구라는 프로젝트가 몇년째 계속 되고 있는지, 왜 이 수해복구에 주목해야하는지 이유가 있다.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 및 이 회사 쿠퍼로버트슨에 들어온 날 한 일이 사이트 답사였다. 특히 피해가 심각했던 스테이튼 아일랜드의 남쪽 해변을 둘러보고 나의 결론은 “아 여기서 어떻게 살아. 그냥 여기는 공원같은 걸로 해놓고 주거 불가 지역으로 해야되는 것 아닌가.”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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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결론과 의구심은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지속됐었다. 그러나 이런 의구심은 마지막 날에서야 풀렸다. 2013년 7월 13일 SIRR 프로젝트를 마치는 날 약 한시간에 걸쳐 블룸버그 시장의 발표가 있었다. ((허리케인 샌디가 있었던게 2012년 10월이다. 9개월 걸려서 책한권 내놓는다고 하면 한국에선 뒤집어질;;))

Let me be clear. We are not going to abandon the waterfront. We are not going to leave the Rockaways or Coney Island or Staten Island’s South Shore. City cannot just rebuild what was there and hope for the best.We have to build smarter and stronger and more sustainable.
분명히 합시다. 우리는 우리의 워터프론트를 내버려두지 않을 겁니다. 락어웨이즈와 코니아일랜드 혹은 스테이튼 아일랜드 남쪽 해안가를 떠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복구 하고 그냥 거기 앉아서 일이 잘되기를 바라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더 스마트하고 강력하며 더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 Mayor Pledges to Rebuild and Fortify Coast, NY Times.

To illustrate the futility of retreat, consider that within FEMA’s new 100-year flood maps there are more than 500 million square feet of New York City buildings – equivalent to the entire city of Minneapolis. These communities are home to almost 400,000 people and more than 270,000 jobs.
물러서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를 말씀드리죠. FEMA의 100년 주기 홍수 지도 안에는 5억 스퀘어피트 (4천6백만 제곱미터)의 뉴욕시 빌딩이 있습니다. – 미네아폴리스같은 도시 전체와 맞먹는 숫자지요. 이 지역은 거의 40만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고, 27만개의 직장이 있습니다.
– Mayor Bloomberg Presents The City’s Long-term Plan To Further Prepare For The Impacts Of A Changing Climate, Office of the Mayor

다시 말해, 피할래야 피할 범위가 너무 넓고 뉴욕시의 땅 1인치라도 돈으로 환산하면 절대 버릴 수가 없는 땅이라는 것이다. (아마도) 뉴올리언즈의 복구와 다른 부분이 있다면 여기서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다시 한번 블룸버그의 말을 빌리자면,

Think about what that means – just in financial terms: Sandy cost our City $19 billion in damages and lost economic activity. And we now forecast that a storm like Sandy could cost nearly five times that much by mid-century – around $90 billion.
이게 뭔소린가 하면, 돈으로만 얘기해보자구. 샌디 땜에 잃은 돈이 190억 달러(이천억원)야. 그리고 앞으로 샌디같은 놈이 대략 2050년 쯤 또 오면 그 액수가 900억쯤 될거라구.
– MAYOR BLOOMBERG DELIVERS ADDRESS ON SHAPING NEW YORK CITY’S FUTURE AFTER HURRICANE SANDY, New from the Blue Room

호미로 막을 거 가래로 막지 말자. 지금부터 준비합시다.가 이 프로젝트의 결론.

그럼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자는 건가? – 는 다음 포스팅에 계속. 아 힘들다. 다음 포스팅이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몰라요.

복구

샌디 이후의 수해 복구에 대해서 자세히 좀 적어둬야지 하고는 여지껏 미루고 미루다 또 다른 수해 복구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게다가 한 후배가 난데없이 질문을 해서 어디서부터 이야기할 지를 모르겠으니, 찬찬히 내가 했던 일부터 짚어봐야겠다. 누군가는 이 과정을 쭉 꿰고 있을 지 모르겠지만, 워낙에 산발적으로 여기저기서 하고 있어서 어디서 누가 무얼 하고 있는지조차 따라 잡기가 힘들다. 거기서부터 사실 이게 그냥 수해복구가 아닌 것이기도 하다. 한가지 시작 전에 변명을 또 하자면, 결국 건축가의 입장에서는 프로젝트들을 바라보는데 혹은 참여하는데 한계가 있으니 내가 모르는 부분은 눈치껏 넘겨짚은 것임을 밝힌다. 아마도 이 포스팅은 몇번에 걸쳐서 이어 적어야할 것 같다.

우선 배경은, 당연히 왕태풍 샌디 Super Storm Sandy였다. 샌디 덕에 지금 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샌디가 올 때 난 서울에 있었습니다;; 직접 겪지 못해서 당시의 일들을 전해 듣기만 하고, 사진만 보고는 막상 뉴욕에 왔더니 야 수해복구 프로젝트 하자. 네. 그래서 지금의 회사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지요. 네.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모르겠으니 일단 크게 프로젝트 이름들을 나열해두고 자세한 각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은 다음 포스팅으로 넘겨야겠다.

  1. SIRR, Special Initiative for Rebuilding and Resiliency – 뉴욕시에서 주관. 정확히는 NYCEDC, 뉴욕개발공사쯤 되려나 에서 진행함.

  2. NY Rising – 뉴욕주에서 주관

  3. Rebuild by Design – 연방정부, 정확히는 HUD (Housing and Urban Development) 우리로 치면 건설교통부같은데서 주관

그리고 다시 리부트된 following-up 프로젝트들도 줄줄이 적어보겠습니다. 아 이거 과연 내가 연재할 수 있을까.

완전 거리

2014년 한해를 돌이켜보면 참으로 큰 일들이 많았다. 솔이가 태어났고, 차를 마련하고 주차가 가능하며 세탁기가 있는 집으로 이사를 했다. 그 외에 회사에서의 일들 역시 큰 일들이 많았다. 그 중에는 일만 힘들고 별로 배운 것도 없고 결국엔 성과도 없었으며 같이 일한 사람의 안좋은 면만 잔뜩 본 경우도 있었고, 프로젝트의 기간이 워낙 길어서 내가 한 일은 태평양에 소주 한컵 같겠지만 무언가 그리기 전에 미리 공부해야할 것이 워낙 많아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샌프란시스코 캔들스틱포인트와 헌터스포인트 프로젝트남보스톤항 프로젝트가 있었다.

샌프란 프로젝트에서 내가 한 일은 가로 디자인이었다. 아니 디벨로퍼가 건물 매스 다 정해놓고 나는 가로수 심고 쓰레기통 박는 일을 한단 말인가. 디자인할게 뭐있어.라고 투덜대며 섹션을 그렸다. 쓰뎅 이거 한국에선 하루면 끝나겠구만. 하고 널널하게 10개 정도의 티피컬 단면을 끊고 한 주를 보냈다. 그러자 매니저가 물었다. better street manual 봤냐? 뭐래 이런 거 그리는데 무슨 매뉴얼이야. 그래 미국인들은 매뉴얼을 사랑하지. 그렇다치고, 그런데 베러 매뉴얼이라니. 뭐가 더 좋은 매뉴얼인데라고 궁시렁대며 에라 모르겠다. 하고 better street manual 샌프란 어쩌구 구글에 때렸다. 아차. better가 아니라 Better였구나. Better Street Plan 아 이런 매뉴얼이 있었구만. 하고 PDF를 다운받아서 이백페이지를 출력해서 제본을 하고 하루가 다갔 읽어보니 모든 것이 여기에. 뭐야 매뉴얼에 다 있는데 이걸 뭐하러 그려. 하고 다시 그려보니 아. 이게 쉽지가 않다. 몇백번을 고치고 고쳐서 마감을 했다. 그리고 나서 모든 거리들을 위계에 따라 매트릭스를 만들고 각 거리의 바닥 마감재와 가로수의 수종과 가로수 grate 패턴까지 선정하고 벤치, 쓰레기통과 자전거 거치대의 디자인을 선정하고 업체 선정까지 하고서야 보고서가 만들어졌다. 여기까지 만들었어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전체 가로 실시는 또 다른 협의와 디자인을 기다리고 있다.

작년 연말에 잠시 남보스톤항 마스터 플랜을 건드렸다. 이 프로젝트는 99년에 (15년전에!) 회사의 제1직원이신 브라이언 할배가 만들었던 사우스 보스톤 공공 영역 계획을 기반으로 한다. 원래 산업 항구였으나 이제 용도가 바뀌고 15년간 그 계획에 따라 진행되었던 것들이 있고, 달리 진행된 것들도 있고 하니 마스터플랜을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샌프란의 경험을 바탕으로 매트릭스를 짜야할 것을 제안했다. 하고보니, 아니 보스톤에도 매뉴얼이 있어. 제길. 이름하여 보스톤 완전 거리 도대체 이름들이 왜 이 모양이야. 아 이 매뉴얼도 나쁘지 않다. 정치적인 고려 탓에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내부적인 평가가 있긴 했지만, 그래픽도 깔끔하고 세세한 디테일이 많아서 더 읽기 편했다. 이 프로젝트는 주지사가 바뀌면서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상태로 마감을 하였다.

이 두 프로젝트를 마치고 제1직원 ((40년전에 처음으로 회사에 들어오신 현재의 파트너, 직원넘버 001이시다)) 브라이언 할배와 세미나를 했다. 세미나에선 그 분이 직접 작업했던 스트리트스케이프 플랜들을 연대기 순으로 설명해주셨다. 그리고 그 전에 이렇게 말했다. “통상적인 현대의 도시에서 가로가 차지하는 면적이 30% 이상이 된다. 이 거리를 냅두고 도시를 디자인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일단 여기서 한방 맞은 듯 했다. 가로수와 쓰레기통 따위. 라던 게 좀 미안했다. 그리고 20년전 프로젝트서부터 회사의 가장 유명한 배터리파크시티 마스터플랜과 최근의 작업들이 모두 Complete Street 이라는 개념 하에 이뤄진 작업이라는 설명을 해주셨다. 컴플리트 스트리트를 완전 거리로 구수하게 번역하면 좀 웃기지만 별로 어려운 개념은 아니다. 모두를 위한 거리. – 아니 이렇게 안하는 도시가 어딨어! 싶겠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미국에는 National Complete Street Coalition 전국 완전 거리 연합은 뭔가 비열한 거리의 조폭 연합이냐 같은 단체가 이러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단순히 법규로 안전한 도로폭 등을 규제하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자동차와 교통 중심의 도로를 도시의 중요한 공공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법규 및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컴플리트 스트릿, 완전 거리라고 부르는 것이다. ((내가 플래닝 전공이 아니라 이미 계획 분야에선 10년 전부터 진행되오던 것을 발견하고는 아 이런 것이 있었구나…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최근에야 결과물들이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 도시 계획 협회에 따르면 도시별로 꽤 괜찮은 완전거리계획이란 게 만들어지고 있다. ((심지어 어느 동네에 이런 계획이 있는지 도 있다.))

  • Boston’s Complete Street Guidelines (2013)
  • San Francisco’s Better Streets Plan (2011)
  • New York’s Street Design Manual (2009)
  • Chicago (Complete Streets Chicago, 2013)
  • Atlanta (Connect Atlanta Plan/Street Design Guidelines, 2013)
  • Portland (Portland Pedestrian Design Guide, 1998)
  • Minneapolis (Access Minneapolis, 2008)
  • Louisville (Complete Streets Manual, 2007)
  • New Haven (New Haven Complete Streets Design Manual, 2010)
  • Charlotte (Urban Street Design Guidelines, 2007)

이 거리 매뉴얼들을 발견하고 공부하다보니 왜 이 사람은 쓰잘데기없이 스트리트믹스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는지가 이해되기 시작했고, 그의 글을 변역기 수준으로 번역까지 해두었다.

틈날 때마다 Complete Street에 대해 뒤진 것들을 여기 적어두고 또 이 ‘완전 거리’의 상위 도시 계획 개념인 Form-based Code에 대해서도 찾아보고 정리해두어야겠다. 도시 계획을 전공한 사람이 있으면 대화하는 데 좀 도움이 되겠는데, 의외로 주변에 계획 전공자는 거의 없다. (나는 디자인 전공이라구)

NOLA

뉴올리언즈는 무척 더운 곳이라 내 평생 가는 일은 없어야겠다고 했지만, 다행히 겨울이니 가줬다.  회사에서 출장차 가게 되었다. 프렌치쿼터에 있는 제법 좋은 호텔에 묵고 저녁도 꽤나 좋은 걸로 얻어먹고 좋은 공연도 보았다. 처음 도시에 가보면 제일 먼저 보는 것이 ‘거리’ 이다. 이제 어반디자인만 하다보니 건물은 크게 이상하지 않으면 눈에 잘 안들어 오는데, 이 곳의 거리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런 걸 적지 않고 넘어가면 반드시 한달이내에 까먹을 것이 분명해서 일단 적기 시작한다만, 언제 퍼블리쉬할지는 모르겠다. 나름 나도 육아에 열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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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엄청 많은 가로수. 더운 동네니까 당연하겠지 싶지만, 그만한 나무가 있으려면 그만한 가로폭이 있어야한다. 그리고 중앙분리대가 자주 보였다. 12월에 잔디 새파란 거 봐. 중앙분리대라는 말을 오랜만에 쓴다. 아니 사실 한국에선 내가 그 단어를 쓸 일도 없었구나. 영어로는 median 혹은 median strip 이라고 한다. 중앙분리대와 median은 왠지 느낌이 다른데 내가 정확한 용어를 알지 못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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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욜라 대학교와 튤레인 대학교 앞을 지나는 세인트찰스 스트릿의 도로의 중앙분리대에는 스트릿카 그러니까 전차가 다닌다. 30미터가 넘는 도로인데 중앙분리대 빼곤 2차선 도로인 셈이다. 전차가 느릿느릿 다녀서인지 사람들은 중앙분리대 전체를 그냥 활보하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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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면 공원같지만 이것도 중앙분리대였다. 사실 이 정도면 정말 공원 사이즈인데, 양쪽으로 2차선씩 도로가 있다. 나름 신기해서 찍었다. 여학생이 지나가서 찍은 거 아니다. 나도 애아빠다. 이제. 
지나다 보면 아줌마 아저씨들이 그냥 널부러져 있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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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멀리 보이는 것이 뉴올리언즈 시청인 모양이다. 옆에는 도서관이 있었고, 도서관에는 “읽는 법을 가르쳐드릴께” 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1층이 훤히 보이는 공공 도서관의 바람직한 형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지만, 이제는 뭐 그러려니 한다. 암튼 이 대로 역시 차로 4개폭은 되는 미디언이 있고 양쪽으로 버스와 전차 정류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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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류장 디자인은 좀 병맛이었지만 전차 디자인은 옛것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멋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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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컨설턴트와 점심 미팅을 했던 Maple 스트릿과 Fern 스트릿이 만나는 곳에 있는 Satsuma라는 까페인데, 뻔한 샌드위치 시켰는데 맛이 엄청났다. 다른 사람들이 시킨 것도 다 맛있어보였지만 회의 중이었다. 이 동네는 저렇게 블럭 모서리마다 스트릿이름을 박아두는데, 저 가게는 자기 가게 이름도 저렇게 박아뒀다. 나중에 조사해보니 튤레인 대학교 근처 업타운에는 대부분의 괜찮은 가게들이 Maple 스트릿을 따라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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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ubon 공원에 갔었는데, 공원과 인접 주거의 경계가 미묘했다. 왼쪽의 멋들어진 남부풍 주택과 왼쪽의 공원 사이가 도로등으로 구획되어 있지 않았다. 결국 저 주택의 양쪽 혹은 한쪽 인접 도로는 막다른 골목인 셈인데, 대규모의 공원에서 아직까지 이런 경우를 본적이 없다. 런던에서 훔쳐본 Private park 정도에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결국 저 주택들은 골프코스와 동물원까지 있는 시소유의 공원을 자기 집 뒷마당처럼 두게 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Audubon공원은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딱보면 아 이거 어디선가 본듯해. 하는 새그림을 그린 John James Audubon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 분이 뉴욕에 살때 계시던 아파트가 또 Audubon Park Historic District 라고 뉴욕시에서 문화재로 지정해둔 바가 있다. 무슨 그림 그리던 사람이 돈이 이리 많은 거야. 아. 돈이 많아 그림을 그린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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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과 보행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로 붙어서 이런 집이 있다. 이 집의 경우는 펜스도 쳐뒀지만 대부분은 펜스가 없었다. 그리고 더운 동네답게 테라스가 널찍 널찍하게 있고, 테라스에 팬들이 달려있는 모습도 뭔가 뉴올리언즈스럽다. 아마도 테라스 바닥을 흰색으로 칠해서인지 항상 테라스 천정이 밝게 반사가 되는 걸 볼 수 있는데, 아마도 깊은 테라스로 인한 채광의 문제점을 이렇게 반사로 해결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저 집은 너무나도 솔직하고 강직해서 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었는데, 자세히 보니 저 뒤에 창문 배열이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다. 베이가 4개이다보니 뒤에서 평면을 푸는 것이 입면까지 완벽하게 맞춰서 풀 수 없었을 것 같다. 그 부분까지 맞춰서 디자인했으면 정말 근사했을 텐데. 아. 그리고 집집마다 가스등같은 것들이 아직도 있다. 큰 집이나 작은 집이나. 이런 디테일들이 남부의 느낌을 더해주는 것 같다.

사실 제일 유명한 건 프렌치맨 스트릿이다. 한집 걸러 하나씩 라이브 연주를 하고 있고 이차선 정도의 도로폭으로 사람들이 끊임없이 음악을 따라 걷는다. 밤에 이 거리를 걷는 게 사실 뉴올리언즈의 핵심;;이지만 관광지인데 뭐. 하고 카메라를 들고 나가지 않았던게 한이 된다. 끝으로 Spotted Cat이라는 바에서 샷건재즈밴드라는 밴드의 연주를 들었다. 너무 좋아서 씨디까지 사서 모교수님에게 보내줘야겠다 생각을 했는데, 과연 내가 올해가 가기전에 이걸 한국으로 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본격 구걸

구걸도 구걸이지만, 잊지 말아야할 듯 해서 적어둠.

http://bridgepark.org/competition

대략 이번 공모전의 배경이란…

워싱턴디씨라는데가 미국의 수도. 이 프로젝트 하기 전까지는 가본적도 없다. 뭐 영화에서 나오고 (막 폭파되고) 사람들이 미국 관광하러 오면 한번씩 가보는 데라는 정도이고. 그런데 (다른 미국애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여기가 무척 살벌한 동네란다. 아나코스티아 Anacostia라는 강이 위로는 캐피탈힐, 즉 모든 사람들이 아는 미국의 수도라면 떠올리는 곳이 있고 아래로는 아나코스티아라는 지역이 있는데 뭔가 소득도 차이가 많이 나고, 이 아랫동네가 그냥 걸어다니다간 다 털릴 분위기. 뭐 이런 거다.  그리고 그 강을 건너는 여러개의 다리가 있는데 11th st. (11번가인가… )에 있는 11th st. 다리를 새로 지었다. 원래 차가 지나는 다리인데 노후화의 이유로 바로 옆에 새로 다리를 짓고 기존의 11번가다리는 뽀개다가 밑둥만 남겨두었다. 아 이걸로 나중에 보행자 다리를 만들면 좋겠네요.

그리고 하이라인처럼, 동네 주민분들이 나섰다. – 자 이것이 한국에서와 다른 점 – 이 다리 한번 잘 지어보세. 라며 동네 사람들을 모았다. 그리고 각종 행사를 시작했다. 모금을 하고 정부에 돈내놓으라고 떼를 쓰고 어린이들이 미래의 다리를 그리는 행사를 하고. 공모전은 3단계로 진행이 됐다. 1단계는 할 사람 다 모여라. RFQ. 2단계는 4팀만 추렸다. 그리고 4팀이 계속해서 우리가 누구요. 하고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주민들 중에 조금 전문적인 사람들을 모아서 커미티를 만들고 중간 크리틱을 했다. 동네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했다. 어설프게 건축하는 사람끼리나 쓰는 말은 없고, 무조건 쉽게 친절하게. 결국 건축이 달라지려면 짓는 과정이 달라져야한다는 생각이 몇번이고 들었다. 짓는 과정이란 ‘건설 과정’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건설 과정은 건설하시는 분들의 전문 영역이고, 건설하기 전까지의 모든 과정이 주민이 함께 해야 결국 쓸만한 무언가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어쨌든 이래 저래 3단계까지 왔다.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서 제출했고, 29일 프리젠테이션이 남아있다. 물론 그 때 전문 심사위원들이 평가를 하겠지만, 그 전까지

공모전 주최측에서 온라인 폴을 진행하고 있고, http://bridgepark.org/design-feedback

워싱턴포스트에서도 기사와 함께 온라인 폴을 진행 중이다. http://www.washingtonpost.com/news/digger/wp/2014/09/11/make-your-voice-heard-rate-the-11th-street-bridge-park-proposals/

참고로, 우리 회사 쿠퍼로버트슨앤파트너스 Cooper, Robertson & Partners는 발모리Balmori 라는 조경 회사와 함께 참여하였다.

마감

드디어 마감했다. 제출한 것들은 한달이나 동네 사람들 사이를 떠돌다가 9월 29일 최종 프리젠테이션이 있다고  하고 10월 중에 결정이 난다고 한다.

이제 호돌이 나올 때까지 한달이 채 남지 않았다. 흐.

Path station

어떨 수 없이 매일 지나다니니 계속 눈에 들어오는 것들.

우선 바닥. 아이폰으로 담을 수 있는 상황이 한계가 있긴 하지만 대략 천정의 그리드 방향으로 skew된 패턴. 재료도 꽤나 고급스럽다. 더럽기로 유명한 뉴욕의 지하의 이미지랑 안 어울릴 정도. 그리고 패턴이 패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오메트리의 일부임을 증명하는 상황이 등장하니 박수. ‘에스컬레이터’라는 평면 지오메트리에 빵꾸를 뚫는 지오메트리가 역시 skew되어 있다. 역시 사진으로는 상황 전달이 잘 안된다만, 그렇다.

플랫폼의 천장은 패스 열차의 지붕에서 겨우 20센치 떨어져있을 정도로 정말 낮은데, 다른 요소들의 스케일이나 컬러, 재료 – 온통 하얀 대리석 – 들 덕분에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진다. 거의 3층 높이로 뚫려있는 콘코스를 지나왔으니 그 경험이 더 극대화된다. 사실은 플랫폼에서 콘코스로 나올 때의 드라마틱한 시퀀스를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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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말 사진으로도 말로도 표현이 안되는 – 단면을 그려야만 이해되는 – 상황이 있는데 이건 카메라들고 가서 제대로 한번 찍어보고 싶다. 단면으로 보면 천장이 v로 되어있는 상황. 아주 뾰족한 M자 단면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의도인지 부분 오픈이라 생긴 상황인지 알 수 없으나, 나중에 한번 꼭 써먹어야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묘하고 매력적.

Slurry wall

저지시티로 가는 패스역이 부분 개통. 깔라트라바의 불사조 디자인은 그렇게 큰 감흥을 주지 못하지만 – 물론 부분 개통이라 뼈다구 몇개 밖에 보질 못했다 – 이전 무너진 wtc의 지하에 있던 방수벽을 노출해서 벽의 일부로 삼은 저 센스에는 좀 감탄. 상황상 어쩔 수 없음과 의미와 형태와 시점 등이 맞아떨어진 건축에는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여긴 secured area이니 사진찍지 말라고 한다. 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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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 구월

나중에 뭔 일이 있었나 기억을 잘하는 경우는 일기를 써두었거나 블로그를 써두었을 경우이다. 구지 그 일기나 블로그를 다시 읽어보지 않더라도 적어두면 잊지 않는다. 당연히 안적어두면 거의 다 까먹는다. 그리고 꼭 뭘 잊거나 / 잊지 않거나가 중요한 건 아니고, 일년쯤 지났을 때 아무것도 안한 기분이 들거나 / 들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무언가 적어두려고 한다. 이런 저런 노트를 꾸준히 사용하기도 하지만 꾸준히 잃어버리는 탓에 아이폰에 적기 시작했는데, 그것도 성에 차는 앱을 발견하기 힘들어서 이것 저것 옮겨다니다 보니 꾸준하지 못하게 된다. 꽤나 깔끔해서 데이원이라는 놈을 쓰다가 지금은 모멘트라는 것을 쓰기도 한다. 뭔가 다 되는 것 같지만 너무 너저분해서 에버노트는 설치 후 일주일간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곤 한다.

팔월은 바빠서 사진도 별로 없고 글도 많지 않다. 샌프란시스코의 헌터스포인트/캔들스틱포인트라는 원래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야구장을 이전하고 새로 생기는 도시의 프로젝트를 마쳤다. 사실 워낙 장기 프로젝트라서 이미 마스터플랜은 나와서 계속 수정되고 있고, 그 부분의 스트리트스케이프 – 경관 계획 정도로 번역하면 될지 모르겠지만 많이 다르다. – 를 마쳤다. 건물 설계에 비유하자면 실시에 가까운 작업인데, 거짓말로 마스터플랜은 많이 그려봤지만 가로수의 위치와 가로등의 갯수까지 세서 실제로 견적을 내고, 사용될 벤치들의 스펙과 제품들의 가격까지 정리하는 일이었는데 만만치가 않았다. ‘미국식’으로 일한다는 게 어떤 건지 실감할 수 있던 좋은 경험이었다. 나무 하나 심는 도면 한장 내 맘대로 그리기가 쉽지 않았다. 별 것 아닌 일로 바보짓을 많이 했는데, 같이 일한 성실한 친구 마이크 덕에 – 덕이라기 보단 실질적인 진행은 마이크가 했다. – 최종 리포트를 제출했을 때 파트너들이 꽤나 칭찬을 해주었다.

그 와중에 송이하고 공모전을 하나 제출하였다. 상금이 많거나 뭘 짓거나 하는 공모전이 아니라, 글을 써야하는 공모전이어서 가볍게 해보자고 시작했는데, 모자란 영어에 게으름이 합쳐져서 막판에 꽤나 난리를 쳤다. 헐렁한 공모전이라 결과가 언제 나올지도 모르겠다.

뉴욕시의 수해복구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니 다른 수해복구가 기다리고 있다. 거의 6개월 가까이를 수해복구 관련 프로젝트들을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선 좀 더 잘 적어둬야겠다. 단순히 수해복구 차원이라면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 것이 아니지만, 적절한 이유에 적절히 대처하고 있는 듯 하다. 이 논리들을 한국 버전으로 치환하면 어떨까. 사대강은 아니겠지요. 샌디가 왔다간지 1년이 다되어갔는데, 여전히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고, 아직도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모두가 바쁘지만 그 와중에 끊임없이 묻고 답한다. 도면 한 장 그린 일 없지만 지난 몇년 간 했던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을 깨닫는 것 같다. 참. 자랑 아닌 자랑이라면, 최신 수해복구 프로젝트는 유명하신 왕건축가님들과 경쟁한다. 리빌드바이디자인

지난 프로젝트 동안 라이노를 (라이노답게) 사용할 일이 별로 없었는데도, 워낙 라이노질에 재미를 붙여놔서 괜히 피씨한대를 마련해서 남는 시간에 이런 저런 장난질을 치곤 했다. 특히나 그래스호퍼를 가지고 노는 재미는 쏠쏠하다. 원래 지금 회사는 거의 전통건축을 하시는 회사여서 어반 디자인 팀 외에는 백인 취향 99칸 부잣집 설계하는 분들이라 라이노라든지 스크립트에 관심이 별로 없었다. 물론 레빗같은 경우엔 직접적으로 도면을 치는데 도움을 주니까 많이 도입을 한 모양인데, 디자인은 여전히 손으로 그리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도 다들 최신 유행에 뒤쳐지긴 싫어하는 모양인지 세미나를 어반디자인 팀에서 준비하기로 하였다. 어반디자인 팀이 절반 이상 컬럼비아 출신인데, 뭔가 선입견 – 컬럼비아 출신은 뭔가 똥도 디지털로 쌀 것 같아 – 은 미국애들도 마찬가지인지 우리팀으로 세미나 화살이 돌아왔다. 결국 돌고 돌아 밥도 디지탈로 먹는다고 믿는 사우스 코리안에게 책임이 돌아왔다. 그래서 집에 와서 라이노 켜보니 라이센스 익스파이어. 이걸 또 언제 새로 다운받아 깐단 말인가. 누가 정품 이런 거 협찬 좀 해주고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