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ji

Huji test
Huji cam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뭔가 그냥 찜찜하고 그런 디자인이 있었습니다. 그냥 이렇지도 저렇지도 않아서 그런가보다 해서 ‘좋음의 정도’가 (0)인 것이 아니라, 많은 (+)가 있지만 (-)가 너무 커서 대차대조로 (0)이 되니 이걸 좋다고 말해야할지 싫다고 말해야할 지 알 수 없는 그런 애증의 디자인 말이죠. (긍정적인 인간이라면 (+)를 보고 좋다고 말하겠지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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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ji cam

사실, 개인적으로 이런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싫은 디자인을 보면서 느끼는 불편함은 내가 나의 미움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자책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한 어르신A가 다른 어르신B를 비평하는 글에서 그 이유를 찾았고, 참 속이 편해졌습니다. 그 분의 글의 요지는, 기억나는대로 축약하자면, ‘B의 건축은 페티쉬이다. 페티쉬는 논리가 없고 취향만 남은 것을 말한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렵게 쓰인 글이라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내가 불편하게 느끼는 디자인의 언어가 무엇인가 알 수 있었습니다.


Huji cam

말그대로 디자인 언어라고 비유하자면, 내가 불편하게 느끼는 부분은, 영업사원을 만나거나 전화 응대를 받을 때 ‘정보값이 0에 수렴되는’ 인사성 멘트, 시간과 장소와 상황에 상관없이 반복되는 언어. 혹은 좋지 않은 말버릇과 같은 것이었던 것이죠. 저 어르신 A의 글을 읽은 이후로 개인적으로 버릇이 논리적인 구성을 거치면 ‘스타일’, 논리적인 검증을 거치지 못한 버릇은 ‘페티쉬’라고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페티쉬의 문제는 비논리성에 멈추지 않습니다. 페티쉬란 그 자체로 목적이 되기 때문에, 재귀적이라고 하던가요, 종종 디자인의 많은 것을 희생하게 만들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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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ji cam

재미있는 지점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오히려 그 글을 읽고 내가 불편하게 느끼는 부분이 무엇인가를 명확하게 알게되니, 어르신 A의 비평과는 반대로 어르신 B의 디자인이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불편했던 부분을 ‘페티쉬’라는 이름으로 명확하게 분리하고 나니, 다른 좋은 부분들이 떠오르면서, 나의 호불호 대차대조를 잘 정리하게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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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ji cam

범람하는 SNS의 사진에서 ‘필름룩’도 이런 페티쉬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구현하고자 하는 사진의 목표에서 ‘사이드 이펙트’로 나타난, 아날로그 시절의 기술적 한계가 큰 논리적인 검증없이 단순한 향수로, 혹은 관습으로 포장되어 본질을 흐려버리는 현상인 것이라고 여겼지요. 하지만 유행이란 언제나 극단까지 뭔가를 밀고 가서 카세트 테이프가 재발매된다든지, 악착같이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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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ji cam

그리고 다시 한번 나의 실수를 깨닫습니다. 그럼 페티쉬여서 나쁜 건 뭔가. 나팔바지 유행할 때 나팔바지 한번 입을 수 있지. 일회용 카메라 앱 누가 만들었다면 한번 다운 받아서 한번 테스트해볼 수도 있지. 유행이라니 한번 다운받아서 해볼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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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ji cam

그런 이유로 이런 쓸데없는 필름룩 앱들, 더 심각하게 일회용카메라 흉내내는 앱들을 항상 테스트해봅니다. 나름 진지한 단계까지 갔다가 스큐어모피즘의 몰락과 함께 사라진 Hipstamatic처럼 쓰잘~때~기없는 앱들말이죠.

2019-05-02 12:47:46.969

구닥Gudak (roll #1, roll #2, roll #3)은 그나마 ‘아날로그 감성’ 맞춘다고 시간과 장수의 제한 같은 재미있는 요소라도 넣었는데, 작년에 뉴욕 매거진까지 소개되었다는 (What’s the Deal With Huji Cam, This Year’s Trendiest Photo App?) 후지Huji (Apple app store Huji Cam)의 경우는 그다지 재미도 없고, 앱의 만듦새가 너무 별로라서 그냥 여기까지 써보고 말게 되었습니다.

Apr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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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봄인가 on April 19, 2019 at 01:12PM, https://flic.kr/p/2ee19mD

3월도 여전히 아침 저녁은 추웠고 4월 중순을 지나서야 코트를 입지 않고 퇴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날이 좋아지니 길을 걸으면서 아이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 여유를 부릴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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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on Square #shotwithhalide, April 16, 2019 at 06:43PM, https://flic.kr/p/2etdiHq

이제 봄이니 코트는 정리해서 집어넣고 슬슬 여름 준비를 해야하나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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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20, 2019 at 10:47:23AM, https://flic.kr/p/251jm2e

주말부터 비가 오더니 매일 매일 봄비. 아침 저녁으론 춥고, 사무실에서도 계속 따뜻한 커피와 차를 찾게 된다. 완전한 봄은 5월이나 되어야 할 것 같은데, 5월 되면 이제 여름 준비해야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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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303 on April 19, 2019 at 03:06PM, https://flic.kr/p/2evWjNA

퇴근 시간 쯤이면 해가 길게 누워서 따뜻한 햇빛과 높은 건물의 긴 그림자가 함께 해서 가장 뉴욕다운 콘트라스트가 나오기 시작한다.

회사 앞 브로드웨이 on April 24, 2019 at 12:38PM, https://flic.kr/p/253Qupe
42nd 뉴욕 타임즈 앞 on April 24, 2019 at 02:41PM, https://flic.kr/p/2fzKeR9

어찌됐든 4월말, 5월초까지 내내 비가 온다.

Focos

Captured by Focos App, April 15, 2019 at 06:58PM, https://flic.kr/p/2etdiEu

FOCOS라는 앱은 현재 아이폰의 기본 포트레이트 모드와 유사한데, 좀더 적극적으로 촛점을 움직이고, 보케의 모양을 정할 수 있고, iPhone Xr처럼 Depth를 조절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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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ide + Focos + Darkroom on April 11, 2019 at 03:33PM, https://flic.kr/p/2fvm2GZ

아이폰 기본 포트레이트 모드와의 큰 차이점이라면 백그라운드만 보케처리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SLR카메라의 심도처럼 전면부에서도 블러가 되도록 제법 그럴 듯 하게 사진을 만들 수 있게 해준다. FOCOS 자체 카메라로 찍은 사진 뿐 아니라, 기본 사진앱의 포트레이트 모드에서 찍은 Depth data도 읽어서 편집할 수 있게 해준다.

IMG_9345 Processed with Focos on April 23, 2019 at 04:26PM, https://flic.kr/p/2egv5ea

아쉽게도 현재의 애플 자체 포맷으로 저장할 수는 없고 (별 이유없이) live photo 포맷으로 저장하는데, 이렇게 저장한 사진을 적당히 dark room에서 편집하면 오히려 기본 포트레이트 모드로 찍은 사진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사진으로 변한다.

Sunset

뉴저지 프로젝트를 하는데, 렌더링에 누군가 ‘뉴저지의 노을’을 주문했다. 아니, 노을이 뉴저지 노을 다르고 뉴욕 하늘 다른가. 계절과 위도가 같으면 대략 비슷한 거 아닌가… 싶지만, 지형에 따라, 공기의 질에 따라 (물론) 계절과 위도에 따라 다르겠지. 정말 다를까.

봄이 오는 3월말 퇴근길. On the way home. It is NJ sun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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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e Test

이전에 잘 나온 스펙터 사진 포스팅에 이어 테스트 샷들 포스팅.

Union Square #Spectreshot on March 12, 2019 at 02:17PM, https://flic.kr/p/24CwAQR

Spectre 처음 깔았을 때. 지하철에서.

Spectre Trail on March 29, 2019 at 04:14PM, https://flic.kr/p/2e1bBca

일주일 정도 후에, 버스에서. 버스가 고속도로를 빠져나와서 동네로 들어갈 때 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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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e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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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일은 애플의 Live Photo 포맷으로 하고, 더불어 자체적으로 라이브포토에 임베드된 동영상을 뽑아서 저장해주는 기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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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8997 #spectrehsot on April 05, 2019 at 03:07PM, https://flic.kr/p/2e7rK7c

버스가 한참 고속도로를 달릴 때

34th on April 03, 2019 at 02:23PM, https://flic.kr/p/2ejnvsJ

가끔은 사람들이 너무 안움직여서 그냥 사진과 다를 바가 없는 경우도 생김. 가장 잘 찍히는 상황은 어느 정도 ‘움직이는 피사체’ – 거의 대부분 사람 아니면 자동차 – 와 적당한 거리가 있고, ‘움직이지 않는 피사체’ 가 선명하게 있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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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온 스퀘어 on April 16, 2019 at 02:43PM, https://flic.kr/p/24XBAh2

이동하는 피사체가 가까이 있으면 카메라 입장에선 너무 빨라서 거의 찍히질 않기 때문이다. 원래 앱 제작자는 관광지 사진찍을 때 사람없애는 앱! 같은 풍으로 마케팅을 했지만, 모션 블러된 사람이 있는 게 더 그 장소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Path Station
Path Station on April 10, 2019 at 02:28PM, https://flic.kr/p/2e7rfHt

피사체의 이동 시작점과 카메라와 이동 끝점을 잇는 삼각형을 그려서 그 각속도가 카메라 입장에서 보는 속도이기 때문에, 거리가 ‘적당히’ 멀어야 ‘적당히’ 트레일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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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150 on April 12, 2019 at 02:31AM, https://flic.kr/p/24XBuWc

아침 출근길에 바람이 불고 구름이 많으니, 구름이 빠르게 움직이길래, 과연 어떻게 찍힐까하고 찍어봤는데, 별로 티가 안난다. 몇번 더 찍어봤으면 좋았겠지만 출근길엔 그런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