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냄새

in

초식 곤충이 풀을 뜯는 순간 나는 풀냄새는 식물이 보내는 SOS 신호라는 과학 상식같은 걸 들었어요.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이런 류의 이야기라면 매불쇼의 과학 코너같은 게 아니었을까…

암튼, 그 냄새가 나면 육식 곤충은 그 냄새를 맡고 초식 곤충을 잡아먹으러 온다고 해요. 그런데 그건 풀입장에서 볼 때 그런 거고, 육식 곤충 입장에선 ‘이 풀냄새가 나면 어디 먹이가 있다는 얘긴데…’ 하고 초식 곤충을 찾아서 오겠지요. 그다지 식물을 구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 같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것도 역시 어느 누군가에게 이로운가 해로운가로 보니까 그런 거고, 실제로는 우연히 풀냄새의 화학 성분에 반응했던 육식 곤충류가 그렇지 못한 육식 곤충보다 좀더 초식 곤충을 잡아먹었을 확률이 높았고, 그런 풀냄새가 났던 풀이 더 피해를 덜 볼 확률이 높았던 거겠죠. 네. 당연히 진화론으로 설명이 가능한 이야기에요.

본문과 별 상관없는 사진이지만 글 중간에 쉼표같은거 역할로 흑백사진이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매주 집에 풀깎으러 업체가 왔다가 가면, 풀냄새를 맡을 때마다 이 생각이 나요. 저는 이런 류의 별 것 아닌, 이리 보면 이리 보이고 저리 보면 저리 보이는, 라쇼몽같은 이야기를 떠올리면 기분이가 조크든요.


Edited

Comments

2 responses to “풀냄새”

  1. Ritz Avatar

    풀냄새 하나에 서클 오브 라이프가 담겨 있군요. : )

    Like

    1. jacopast Avatar

      이제 여름도 슬슬 끝나가서 풀냄새 맡을 일이 줄어들었어요. 마지막 여름을 즐기세요.

      Li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