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er Friday

월화수목을 한시간씩 더 일하고 금요일에는 오전만 일한다. 여름한정. 처음 회사를 다니기 시작할 무렵에는 토요일 오전 근무가 있었고, 그보다 더 어린 시절 학교에서 토요일 오전 수업을 했으니 어쩐지 주말이 하루 늘어난 것 같다. 이것이 왜 여름 한정인지가 불만이니, 이제 솔이가 일을 할 정도가 되는 때면 목요일 오전만 일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지난 금요일 오후에 전 직장 동료와 한잔에서 냉면을 먹고  La Pecora Bianca에서 커피를 얻어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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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저렇게 이거 저거 다 파는 가게들을 좋아하는데, 인테리어도 소품에서 조명까지 다 귀엽고 좋았다. 미드타운과 다운타운 같은 점심 사막과는 달리 이 동네는 정말 괜찮은 가게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귀찮아서 맨날 가는데만 가거나 안 나간다.) 이 동네 리테일 / 까페 / 식당에도 나름의 패턴 – 혼종 – 이 있는 것 같은데, 몇몇 가게만 보고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그 패턴이 나름 합당한 이유가 있는 것 같아서 환영하고 싶다.

당연히 그런 것이고 이전에 그런 모델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커피의 유행’과 함께 리테일 / 호텔 / 샵 / 책방 등등의 상업 공간의 로비를 커피숍이 대신하고 있는 것, 그리고 이전엔 없던 그런 ‘커피 로비’가 아무리 작은 공간이라도 비집고 들어오는 것. 다시말해 ‘스토어 프론트’의 의미가 부동산x아마존의 협공으로 바뀌어 나가고 있다는 당연한 결과. 이제 작은 동네 설계하면 리테일 컨설턴트가 주는 리테일 스트레티지에 프로그램을 읽어보면 이 컨설턴트가 얼마나 공부 안하는가를 쉽게 읽을 수 있게 되었다. – 아마존에서 파는 걸 그냥 넣어두었다면 너는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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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본 곳이 몇군데 없으니 몇개만 봐도 항상 ‘좋은 예’가 된다. 5th ave의 Toby’s Estate는 그런 혼종 커피 로비의 가장 좋은 예다. 안그래도 더 좁은 입구는 커피 손님으로 꽉 차고, 넘쳐나는 손님들은 우연히 뒤에 있는 Strand로 가고 거기에 연결된 Club Monaco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프로그램으로 인해 긴 공간이 깊은 공간으로 변했다. Strand는 책방이고 Club Monaco는 옷가게이다. 이 둘이 오로지 마케팅적인 상징성을 위해 5th ave에 존재했다면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에이스 호텔도 좋은 커피를 파는 좋은 예지만 어두워서 사진이 없으므로 적지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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