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

렘쿨하스의 초기작인 ‘보르도주택’이란 항상 참으로 렘흉아 풍이면서 동시에 렘흉아 풍이 아닌 미묘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가정생활 (House Life)’ 이라는 영화 덕에 이 집은 뭔가 거대한 엘레베이터가 달린 집 정도로 알려진 게 사실. “쿨하스의 변신 주택은 아이언맨과옵티머스 프라임을 합친 듯. (Koolhaas Transforming House Is Worthy of Iron Man, Batman, and Optimus Prime Combined – GIZMODO)” 뭐 이런 풍으로.

그보단 이것은 이 작품의 중요한 한 측면이고, 항상 내 눈을 끄는 것은 이 주택의 ‘절박한’ 구조. 사실 이런 내용은 언제나 무책임한 스타건축가들의 뒷처리를 도맡아 주시는 구조 사무실[1. 아유 이젠 구조 사무실이라 하기엔 너무 크지요.] 아럽(Arup)의 세실 발몽(Cecil Balmond)의 책 ‘인포멀(Informal)’에 더 잘 나와있다.

다이어그램에서 보듯, 이 집의 두개의 기둥은 박스 밖으로 나와있고 그 구조적인 불균형은 하나의 얇은 케이블일 잡아당기며 해결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말하자면 “무슨 쓰잘데없는 뻘 구조야! 그냥 기둥 안에 넣어! (그리고 쓰잘데없이 에너지 낭비인 리프트는 없애고 계단이나 넣으라구!)” 라고 하겠습니다만, 아유 스타 아키텍트인 렘흉아가 하신 일이니 닥치고 버로우. 그 분이 옳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이 작품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건 바로 이 ‘절박함’.

1. 유명해지고 싶으셨던 렘흉아 98년도엔 (물론 건축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좀 알려졌지만) 너무나도 절박하셨던 거다. 뭐라도 하셨어야만 했다. (나도 뭐라도 해야되는데 제길)

2. 그 구조체. 그 자체가 ‘절박’하다. 만약에 독한 맘 품고 유명해지고 싶다면, 케이블 절단기라도 들고 가서 한번 잘라 보삼. 저 모델로 해본 것 처럼 한방에 건물이 넘어갈터. 난 이런 ‘절박’풍 구조가 너무 좋아.

보통 이런 구조체는 기술적인 ‘가벼움’을 표현하곤 한다. 구조체가 위험해 보인다는 것은 구조체가 가지는 ‘잉여’를 모두 지워냈다는 뜻이고, 나는 원래의 재료들 자체를 드러내는 ‘절박함’을 너무 너무 좋아한다.

렘흉아는 세실한테 그랬단다. ‘보르도에 집 한번 띄워보자.’ – 하여간 무책임도 세계 최고. 존경하옵니다.

수퍼 사이안 손오공

3. 물론 구라지만, 이러한 ‘절박함’은 렘이 해석한 이 집 주인 가족에 대한 은유이자 희망이 아닐까 싶다. “클라이언트는 자동차 사고로 심각한 불구가 되었고 고군분투 중입니다. 그리고 그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싶어해요” 그는 죽음이든 사고로부터 ‘절박하게’ 싸우고 있었다. 혹은 그 가족들도 그랬을지 모른다. 가족을 엮고 있는 얇고 가는 끈은 위험하고 약해보일지 몰라도, 동시에 이는 다른 어떤 콘크리트 기둥보다 튼튼하다. 절실할 수록, 항상 더 강력해지기 마련이다. 언제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나면 강해지는 수퍼 사이안처럼.

최근에 이러한 절실함/절박함을 주변에서 목격할 기회가 있었다. 컬럼비아 어반디자인 프로그램에 있던 커트란 친구가 있다. – 반에서 가장 똑똑한 놈이 아닐까 싶다. 이 녀석이 하는 농담을 다 못알아 듣는 게 한이야. – 많은 뉴요커들에게 절시한 9.11이자 이 녀석의 생일이었다. 그는 페이스북으로 (두번째) 메세지를 보냈다.

페이스북이 초청장을 제대로 안보낸 것 같으이. 그래서 다시 보낸다. 죄송. 근데 내가 꼭 뭐 그렇게 절박한 건 아니라구. 내일 보자.

Fbook didnt send out some of the invites so i resent some just to make sure you got it. sorry if you got it twice, i am not that desperate but would like to see you tomorrow.

그래. 그렇게 절박한 건 아닌 건 아는데, 언제나 절박한 사람들이 안 절박하다고 하더라구.

이 녀석 집에 들어간 순간. 이 ‘물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절박커트테이블:

이 테이블은 한쪽 기둥을 잡고 ‘날고’ 있었다. 물론 보르도 하우스와는 엄밀히 말하면 다르지만, 한쪽 구석은 케이블로 매달려 있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절박한 백수 작품인가. (아 이 친구는 다시 컬럼비아에서 부동산을 시작했으니 자발적인 백수이지요) 간만에 레진사마의 잉여질에서나 느껴지는 절박한 잉여의 아름다움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더 사진이 많았으면 좋겠지만, 또 생일인지라.

Happy birthday, Ku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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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op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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