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 제주도

한국오자마자 회갑연 참석과 롯데월드 수족관 및 아버지 친구분 저녁 약속을 마치고 다음날 프로 예약러 제수씨의 예약에 힘입어 나흘간 제주도에 다녀왔다. 이제 막 돌이 지난 시혁이는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처음 비행기를 타면 울기 마련이다. 나는 이제 좀 많이 듣고 겪어서 큰 방해를 받지 않는데, 할머니는 이런 상황이 처음이어서 좀 당황하셨다. 알고보면 많은 일들이 할머니에겐 처음인 것 같다.

숙소는 미리 예약한 덕에 세가족이 묵는 3베드 스위트룸을 하루 이십만원에 빌렸다. 숙소 마지막날부터 태풍이 불어왔으니 안좋은 날씨는 운좋게 잘 피해서 잘 즐겼다. 아이들을 데리고 마구 돌아다닐 수도 없어 대부분의 시간을 숙소에서 보냈으니 그 적은 액수에 뽕을 뽑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많은 자본이 투입된 리조트 컴플렉스인데, 하드웨어엔 충실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어찌할 바를 몰라서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았던 엔터테인먼트 컨텐츠들이 4세 이상에겐 어필을 못했다. 뭐 4세와 1세 기준의 여행이었으니 나는 크게 불만 없었다. 저런 말도 안되는 트랜스포머 인터액티브 전시 어쩌구 하는 것은 여지껏 만나본 제주도의 망기획전시의 또다른 예였던 것 같아서 오히려 좀 반가웠다. 제주도의 모든 음식과 자연이 가진 매력만큼 제주도의 모든 전시기획은 최악이다. 어찌 이리 한결같은지.

하루 다섯끼 제주도 음식을 먹겠다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제주도에 갔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매번 식사 여행을 하기도 힘들고 하루에 한번 정도 맛집을 찾아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다행히 숙소 근처의 집들이 대부분 괜찮은 가게들이었다.

도착후 첫끼. 리조트 안에 있는 식당가 라면도 맛있네.

시혁이 낮잠도 재워야하고 무리하지 않은 일정을 잡았으니 숙소 안에서 누워있는 시간이 많았다. 휴가라면 이래야지.

누워서 빈둥거리다가 리조트 안에 있는 수영장 가서 오랜만에 혼자 수영도 하고 낮잠 자다가 일어나서 먹고 놀았다.

물론 애들이 일어나면 다 기상.

저녁과 함께 해수욕장을 찾았다. 시혁이에게는 처음 바다를, 솔이에게도 역시 처음 한국 바다(?)를 보여주러 나갔다.

부모님은 워낙 제주도에 자주 오셔서 왠만한 제주도 로컬보다 여기 저기 제주도에 관한 것을 잘 아신다. 여기는 한 백미터 걸어나가도 허리밖에 물이 안차. 아이들에게 좋은 곳이지. 라는 것과 같은 디테일과 쓸데없는 쯔께다시없는 자주 가는 횟집이 있는 협재 해수욕장을 찾았다. 식사 마지막의 매운탕에 반찬이 부족하다면서 할머니는 갈치 구이를 추가 주문하셨고, 할아버지는 또 뭘 시키냐고 하셨다. 부모님의 변치않는 모습이 반가웠다. 이미 배가 불러서 뭘 더 먹을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어쨌든 또 다 먹었다.

시혁이는 물을 보자마자 달려나갔고 바다에 엎어졌다.

솔이는 신발에 모래들어가는 거 싫다고 안가려고 하는거 신발 벗기고 발닦는데 있는 거 확인 시켜주고 겨우 들어갔다.

해는 저물고 물은 찬데 시혁이는 멈추지않고 물로 달려들어서 얼른 도망나왔다.


둘째날에는 미리 약속했던 사촌 동생과 저녁 식사를 했다. 이 친구는 카카오에서 일하면서 이곳에서 제수씨를 만나서 결혼해서 살고 있다. 처음에 여기까지만 알고는 ‘아 이번 기회에 매스스터디즈에서 했다는 카카오 본사 건물 구경도 하고 현지인이 찾는 로컬 맛집도 가야지’ 까지 생각했으나, 알고보니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와 반대편에 있었고, 정작 현지인은 이 동네 나와서 평소 안가는 동네 맛집 가보는 것도 좋겠다라고 생각했던 모양. 덕분에 힙하게 로컬 재료로 파스타를 만다는 가게에서 힙하게 식사를 했다. 이탈리안이나 프렌치같은 가게를 가면 아버지는 좋아하시고 어머니는 별로 안좋아하신다. 나는 그냥 많이 먹는다.

조카좋아하는 선물이 뭐냐고 부담스러운 선물까지 사가지고 왔다. 와중에 솔이는 잠이 들어버려서 누가 줬는지도 모르고 장난감만 들고 좋아할까봐 증명사진을 찍어뒀다.


셋째날부터는 비가 오기 시작했다. 태풍이 온다고 했지만 오락가락하는 날씨였고, 더운 날씨에 비가 오는둥 마는둥하니 약간 사우나를 헤쳐다녀야하는 날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리조트 수영장에서 수영을 했고, 테마파크를 찾았다. 솔이가 우연히 슬랩스틱 만화 ‘라바’를 티비에서 한참 보다가 나왔는데, 마침 테마파크의 메인 캐릭터가 라바였다.

비때문에 놀이기구를 몇개 타보진 못했지만 나름 리조트 안에 있는 테마파크치곤 이런 저런 구색은 다 갖춰두고 있었다. 여기가 제주도인지 강원도인지 관심없는 아이들에겐 괜찮은 시설. 다만 이 토종 캐릭터들이 좀더 스토리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억지로 스토리를 엮으려니 좀 …


숙소였던 신화월드라는 곳은 나쁘지 않았다. 가볍게 매일 수영장에 다녀올 수 있었고 깨끗했다. MD도 비교적 잘 해둬서 리조트밖으로 거의 나갈 필요가 없었다. 워터파크도 있고 테마파크도 있고 한류 테마 파크도 있었다. – 그럼 제주도에 왜 온거냐, 그렇다. 사실 이 리조트는 왜 제주도에 있는지 모르겠다. 어디에 있어도 괜찮은 리조트이긴 하다. 사실상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구지 리조트 밖에 안나가도 되는 입장이긴 했지만. 무엇보다 모든 것이 갖춰진 쓰리베드 스위트가 하루에 20만원! 물론 성수기에는 일박에 80만원까지 한답니다.

휴가 첫날 둘째날

7월 14일 일요일

나는 비행기를 타면 – 사실은 모든 교통 수단에 타서 – 쭉 잘 수 있다. 14시간을 중간에 한번 깨서 밥먹고 다시 자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비행기에서 내려서 일상 생활을 하는데 별 지장이 없다. 한국에 도착한 시간은 14일 점심쯤. 2주간의 방문이니 많은 약속을 잡지 않았다. 가장 큰 기대는 조카 시혁이를 만나보는 것 정도.

동생이랑 어떻게 노는지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친절하게 대해는준다.

바로 그날 저녁이 둘째 삼촌의 생일 잔치여서 사촌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열명이 넘는 사촌 형제들이라 모두다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행사가 휴가와 잘 겹쳤다. 사촌 동생 중 하나인 지환이가 9월이면 결혼을 한다고 예비 신부님을 모시고 행사에 나왔다.

7월 15일 월요일

아버지 친구분께 인사를 드리러 잠실에 갔다. 어르신이 뉴저지에 오셔서 저녁 초대를 해주신 적이 있어서 일종의 답방인 셈이었다. 잠실에 가는 김에 아이들을 위해서 미리 롯데월드 수족관에 갔다.

사진은 그럴듯해보이지만, 잠깐 와~하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