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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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한국 여행

To be continued.

여행 중에 느꼈던 다소 기술적(?)인 단상들을 적어보았습니다. 여행 중이니 금새 주의가 다른 곳으로 옮겨졌지만 잠시 생각이 멈추었던 지점들을 남겨두었던 사진을 통해 복기해봅니다.

어린 시절 익숙했던 동네를 오랜만에 돌아오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다르게 보입니다. 계속 공부하고 일하는 것이 도시이다 보니 직업병이라면 직업병입니다.

목동 순환로. 안전을 위해 횡단보도의 시작점이 도로에서 인도로 물러나 있다.
목동 3단지와 파리공원 사이, 2024년 8월 20일 촬영.

뉴욕에서 어반 디자인 프랙티스를 할 때 시작하자마자 거의 “교통세트”로 들어가는 것이 ‘Traffic Calming’ (교통 완화? 진정?) 입니다. 이전에도 몇번 이야기했지만 도시의 중요한 네트웍을 ‘도로’에서 ‘거리’로 바꾸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족입니다만,

‘도로 Road’는 자동차길을 이야기하고 ‘거리 Street’은 자동차뿐 아니라 모든 ‘교통수단 Mode of traffic’ 이 평등하게 이용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교통 수단’은 자동차 스쿠터 자전거 등등 바퀴가 달린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도보 foot traffic’을 포함합니다. 또한 여기서 ‘평등하게’라는 말은 교통 ‘강자’가 교통 ‘약자’보다 불리한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2톤 트럭과 유치원생이 평등하게 부딪히면 안되겠죠. 상대적으로 더 큰 상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는 교통 수단을 ‘교통 약자’라고 합니다.

또 사족에 사족입니다만,

영어에 교통 약자를 부르는 표현은 딱히 없습니다. 또 한글에는 교통 강자라는 표현은 원래 없습니다. 다만 영어권에서는 자동차와 같은 위협적인 교통 수단은 일상적으로 ‘predator’ (포식자)라고 표현합니다. 이야기가 옆으로 많이 샜습니다.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면, 목동의 일방 4차선 도로는 30년 전 혹은 계획은 그보다 전에 되었습니다. 지금처럼 보행자 중심의 체계가 아니었죠. (아니, 그 때나 지금이나 ‘보행자 중심’이라는 말은 똑같이 썼을 지 모르겠습니다만, 전혀 다른 방법론을 사용했겠지요.) 당시엔 ‘달리던 자동차가 혹시나 보행자가 횡단 보도를 건너기 시작했을 때 미처 멈추지 못해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를 막기 위해 횡단보도의 시작 시점을 차도로부터 이격하는 방법을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건널목의 보행 신호등이 파란불이 되어 횡단보도에 발을 내딛어도 아직 2-3초 이상의 버퍼가 생기는 것이죠. 자동차를 중심으로 사고한다면 사고 예방의 측면에선 괜찮은 방법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보행자를 중심으로 한다면 어떨까요? 최대한 횡단보도의 길이를 줄이는 것이 현대의 “교통 안정 Traffic Calming” 방법론입니다. 아래 사진처럼 보행자가 신호를 기다리는 지점이 인도로부터 불룩 튀어 나와 (bulb-out) 있습니다.

벌브 아웃의 예, 출처: Laist.com

물론 이걸 바로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미국의 벌브아웃은 스트리트 파킹에 사용되는 차선의 양끝에 저런 식으로 벌브아웃을 적용하는 것이거든요. 스트리트 파킹 요금을 내는 장치가 사진 밑에 조그맣게 보입니다. 한국은 도로에 주차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렇게 벌브아웃을 할 여유가 없지요. 아니면 차선을 줄이는 방법 밖에는요.

차선을 줄이는 방법 밖에는요? – 네 뉴욕에선 차선을 줄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브로드웨이의 변화에 대해서 적어볼 때 함께 적어볼 것을 약속하며 (ㅋㅋㅋㅋㅋㅋㅋ) 회사 앞 브로드웨이 사진 한장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브로드웨이, 매디슨 스퀘어 파크와 유니온 스퀘어 파크 사이.

한국의 초고밀 아파트 주변의 순환로는 무얼 해도 답이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엄청난 양의 자동차가 아침 저녁으로 쏟아져나오니까요. 하지만 언제나 인류는 해답을 찾아내곤 합니다. 희망을 가집시다.

2024 한국 여행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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