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한국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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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한국 여행

To be continued.

8월 20일 오후

집에서 슬쩍 나와서 괜히 5단지에 가보았습니다.

‘효율적인’ 단지 설계에 따라 각 단지에는 A,B,C로 이름붙은 상가가 있습니다. 전형적인 트리 구조의, 탑다운 구성입니다. 단지 – 아파트 홋수 그리고 그 유닛수에 맞춘 상가, 유치원, 학교. ‘근린주구이론’을 이렇게 인공적으로 잘 구현해온 곳이 역사적으로 있었을까요.

이제 아파트가, 하나의 정주 지역이 30년을 유지하니 ‘authencity’를 이름으로 증명하게 되었습니다. 30년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는 식당이라면 맛집이고, 부동산이라면 신뢰를 보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래된 아파트 상가에 맛집이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겠죠. 바꿔말하면 사회 경제적인 시스템이든 구조체든 최소한의 연역적인 신뢰를 확보하려면 30년, 한 세대는 지나봐야 된다는 것이 될 것입니다.

제가 초등학교부터 군대가기 전까지 살았던 534동입니다. 제 기억엔 해마다 (혹은 2년마다) 페인트를 칠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일부러 저 표면 균열을 그대로 둔다고 하더라구요. 저것이 재개발 가능성의 상징이라나. 어휴.

목동 아파트가 지어질 당시만 해도 ‘보차분리’는 시대의 과제였습니다. 한국만 그랬던 건 아니었던 것 같구요, 미국에서도 ‘좋은 환경’은 보행자 전용 도로를 확보하고 자동차 도로나 주차장을 보행자로부터 최대한 멀리 두는 것을 잘하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중앙의 공용 광장에 있는 놀이터. 놀이기구는 최신 시설로 바뀐 모양입니다.
중앙 광장과 아파트 사이의 보행 전용의 진입로. 서비스를 위한 차량이 진입 가능한 폭입니다. 사실은 소방도로의 폭이겠지요. 소방용 수전이 retaining wall 벽 앞에 설치되어있는 것이 보입니다. 소방 도로이기 때문에 자전거를 두면 경비아저씨가 잔소리를 했습니다.

5단지도 아파트의 정면은 (모든 건물이 남향인 것은 아닙니다.) 보행자로부터 접근을 하고 후면은 주차장에 면해있습니다. 아파트의 정면은 놀이터나 보행자 전용 공간을 향해 있고 공동의 공간을 형성하고 그 주위로 주차장이, 그리고 순환 도로를 향해 연결되는 구조입니다.

건물의 후면과 순환로 사이에는 주차장이 있습니다. 요즘은 모두 지하주차장이 되어서 이런 야외 주차는 보기 힘들죠. 목동 아파트 단지의 가장 큰 문제가 부족한 주차장이라고 합니다.
주차장에서 로비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램프는 없고 계단으로만 진입이 가능합니다. 만약 램프가 있다면 이쪽에 설치하는 것이 맞았겠죠.

로비까지 들어가보는 건 좀 오바일까 싶었는데 그래도 지금 안가보면 언제 가보겠냐 싶어서 들어가봤습니다. 거의 모든 것들이 20년 넘게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3단지와 마찬가지로 동호수가 디자인되어있습니다. 컬러는 조금 다른데 5단지는 벽돌색 계열을 주조색으로 사용하였습니다.

핸드레일은 아마도 교체가 불가능한 제품이 아닐까 싶은데, 저런 디자인 – 뭔가 ‘일체형’으로 한방에 시공되어야만 하는데 내구성이 떨어지는 플라스틱을 사용한 – 은 지속 가능성이 없다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주차장 밖으로는 순환로가 있습니다. 사실 이정도의 보도라면 꽤나 럭셔리한 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양인들은 거리를 중심으로 도시를 구성하고 보도블럭은 거리의 부분입니다만, 단지 계획을 중심으로 한 도시는 이 영역이 단지의 영역이지요. 저 펜스는 그런 인식을 더 강화시켜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원래 보도였던 부분에 자전거 도로가 추가되었는데, 자전거 역시 “빠른” 보행자로 인식하다보니 자전거도로가 도로쪽에 있는 게 아니라 보도블럭 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설계시에는 자전거 도로를 보행자와 같은 레벨로 올리는 것을 비싼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쪽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나름 역사가 있고 이유가 있으니까요.

다만 자전거 도로가 우회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때, 곡률은 신경을 썼어야 했지요. 사실 자전거 두대가 왕복을 하기엔 불가능한 폭이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보도로 자전거가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은 아무도 자전거 도로를 신경써서 다니는 경우를 보지 못한 것 같아요. 도시의 디자인은 많은 경우 강제하지 않아도 편하게 룰을 따르게 만들어주는 ‘햇볕’같은 가이드를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나중에 이사 간, 그리고 지금도 부모님이 살고 계신 주상 복합입니다. 바로 5단지 맞은 편입니다. 목동 아파트 단지보다 훨씬 나중에 조성이 된 택지입니다. 그래도 대략 20년이 넘어가는데 시공을 워낙 잘 해서 지금도 사는데 큰 불편함이 없습니다. 오히려 왠만한 어설픈 주상복합들보다 좋은 평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훨씬 높은 용적률에 전면도로가 4차선이나 되니 set back 따위는 없이 무지막지 합니다. 건물 디자인을 하다보면 그놈의 셋백 때문에 고생을 합니다만, 막상 셋백이 없으면 저렇게 답답하구나하는 걸, 그 도시 사이즈의 스케일감을, 어린 시절부터 봐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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