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in

초딩시절 읽었던 잊혀지지 않는 과학동아의 단신 기사 – “왜 당신의 차선은 항상 느린가” 와 같은 제목이었는데, 결론은,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한 경우, 두개의 차선 중 내 차선이 빠를 확률은 50% 이상이 될 수 없고, 차선이 4개면 내 차선이 가장 빠를 확률은 25% 밖에 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현실에선 다른 요소들이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지만요.

그 이후로 인생의 운좋은 일을 만날 때마다 혹은 운이 좋지 않은 경우에 저 기사를 떠올리곤 합니다. 일종의 정신승리를 하기에 좋은 소스이기도 하지요.

한국의 대통령이 이상하게 바뀌고, 뭔가 세상이 내맘대로 되지 않는구나 … 하고 그 이후로 속으로 꾸준히 하던 질문이 “일반적인 상식”이란 무엇인가였어요. “일반적인” 혹은 “상식” 이라는 말이 대화의 기준으로 작동하지 않는데 어떻게 대화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답함 탓이겠지요.

https://twitter.com/chiw00k/status/1682240047758622720?s=20

이제는 역사속으로 사라진 트위터에서 이글을 읽었습니다. “평균” “일반적” “상식” 이런 말들의 상대성에 대해서 세상이 왜 이래 … 라고 할 때마다 이 트윗을 상기하려고 합니다.


참, 과학동아에서 읽었던 것 중에 지금도 잊지 않고 있는 것은 스테이크 굽는 방법이었는데, 스테이크의 단면 다이어그램과 같은 것들, 단백질은 75도만 되면 익는다, 어떻게 하면 맛있게 스테이크를 굽는가… 와 같은 내용의 기사였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아마도 제휴를 맺은 미국 기사를 번역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당시만 해도 제가 스테이크란 걸 먹어본 적도 없었을 테고 뭐가 맛있는 고기인지의 기준도 몰랐고, (아마도) 담당 기자도 당시에 제대로 된 스테이크같은 걸 먹어본 적이 없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런데 그 때 봤던 그 다이어그램과 열이 고기의 안쪽에 전달되는데 시간이 걸린다와 같은 내용은 그 이후로 요리 유튜브를 볼 때마다 떠오르곤 했습니다.


Edi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