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2021

새해가 시작됐다!

새해니까 이런 걸 해볼까

저런 걸 해볼까.

하다보면 아니 새해가 어느새 한달이나 지났어. 라고 남들이 깨닫지 못한 것을 깨달은 사람처럼 무릎을 치게 됩니다.

매일 사람들을 만나서 일을 하지 않고 내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노트에 꼼꼼하게 일과를 적어두지 않으면 일이나 미팅을 놓치기 쉽습니다. 싱크가 된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에서 회사 랩탑의 아웃룩에서, 자 이제 미팅이야. 라고 만화에서 양동이와 냄비를 두들기며 불이야! 하는 구한말 시골 동네 사람들처럼 동시에 노티피케이션을 띄워대지만, 불이야! 도 한두번이지, 오히려 그게 양치기 소년처럼 느껴져서 무엇이든 뜰 때마다 쓱쓱 밀어버리게 되기 마련입니다. 결국 조그마한 노트를 하나 찾아서 꼼꼼하게 적기 시작했어요. 미팅 알림은 여전히 컴퓨터의 힘을 빌지만, 할 일들을 적고, 형광펜으로 지우고 하는 게 정신없고 여유로운 중에는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건축하는 사람들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도면에서 review한 사항들을 체크하는 용도로 형광펜을 사용하다보니 형광펜 highlighter이 어쩐지 lowlighter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노트의 장을 넘기는 것은 부담이 됩니다. 할 일도 꽉 찼다는 이야기이고, 시간도 지나간다는 이야기일테니까요. 그리고 그 장을 넘기지 않는다고 2월이 되지 않을리야 없겠지만 그 장을 넘기기가 싫어집니다.

프로젝트를 조금 정리하고 – 내 프로젝트들은 어지간해선 완전히 끝나는 일이 없습니다. – 유튜브를 위해 가편집해둔 엘뉴원독 화일의 인코딩을 시작했습니다. 인코딩과 같이, 사람이 필요없고 컴퓨터의 리소스를 많이 필요로 하는 일을 낮에 하는 법은 잘 없습니다. 보통 밤에 인코딩을 걸어두고 다음날에 최종적인 자막과 편집 작업을 합니다. 멍하니 프로그레스바를 보고 있는 것만큼 사람 피말리는 일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어젯밤에 걸어뒀던 인코딩이 24바이트라는 이상한 결과가 되어 어쩔 수 없이 진행상황을 보기 위해서 낮에 인코딩을 걸어두었습니다. 인코딩을 하는 동안에는 아무래도 덩치가 큰 프로그램들을 띄우고 작업하기가 곤란해서, 이메일을 보내서 일을 협의하고 (라고 쓰고 미룬다라고 읽습니다.) 화일들을 정리했습니다.

완벽한 온라인 상황으로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테크 회사나 디자인 회사들과는 달리, 회사와는 VPN으로 연결이 된 상황입니다. 오프라인 시대에서도 건축 회사들은 커다란 종이와 모형을 큰 차에 싣고 다녀야했는데, 온라인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장해야할 화일이 크고 프로젝트마다 화일의 양이 많아서 천명이 넘는 회사에서 빠르고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는 웹베이스의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여전히 예전처럼 VPN으로 회사 네트워크에 들어가야합니다. 물론 이것도 요즘 테크놀로지로 아마존의 스토리지를 사용한다고 합니다만, 회사 컴퓨터의 VPN만으로 접속을 하다보면 15년전이나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그러다보니 좀 큰 화일을 다루는 작업을 할 때는 꼭 로컬 스토리지에서 작업을 하는 버릇이 생겼고, 종종 이것을 서버로 카피해줄 일이 생겼습니다. 그렇지만 VPN을 통하다 보니 몇기가를 던져놓고 몇시간을 기다리는 일이 생겼습니다. 회사 컴퓨터가 인코딩을 하고 화일을 카피하면서 몇시간동안 씨피유를 태우는 상황이 되니, 다시 한번 노트를 정리하고, 음악을 틀고 빌려둔 책을 꺼내듭니다. 무슨 음악을 들었고 어떤 책을 읽었는가 써볼까 하는 차에 인코딩이 끝났습니다.

이제 자막과 편집을 하러 가야겠습니다. 지난 에피소드가 오디오버전은 이미 올라갔는데, 온갖 기술적인 문제와 마감 탓에 유튜브버전은 아직 올라가지 않았거든요.

컴퓨터 혹은 네트워크의 속도가 느리니 읽고 쓰는 일을 더 할 수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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