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

5월이 되었으니 나와서 굽기 시작. 역시 미국은 고기의 나라이니 내가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그리고 솔이는 점점 생각도 많아지고 말도 많아진다. 좋아하는 것도 있고 무서운 것도 있고. CUI만 쓰다가 이제 GUI가 된 느낌.

주말이면 무얼 먹을까를 먼저 고민하던 계절에서 어떻게 먹을까로 고민하게 되는 계절이 되었고, 새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이전에 비해서 스케일이 좀 작지만 아주 귀찮은 문제가 있는 프로젝트이다. 섹션 8이 있는 단지를 재개발하는 것인데, 섹션 8이란 게 한국의 임대아파트같은 것. 한국과의 차이점이라면 오너가 어떻게든 섹션 8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재개발을 원한다는 것. 정부로부터 안정적인 지원을 받으니 사업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아직도 Affordable Housing과 렌트 컨트롤과 섹션8 등등 여러가지 레이어가 있어서 어렵고 모르겠지만, 어쨌든 디자인하는 입장에선 단순히 입면 스터디하면서 창문 이리 뚫었다 저리 뚫었다 하는 것보단 의미있는 작업인 것 같다. 회사 사람들한테 물어보면서 아니 이게 왜 섹션 8이야. 섹션 9는 없어? 이거 뭐 디스트릭트 9같은거야? 라고 물어봤는데 다들 “아 굿 퀘스쳔… 나도 모르겠네… ” 라고 끝났다.

가방에 요즘 좋아하기 시작한 디즈니의 Cars를 넣고 나간다. 구지 쓰레기 버리러 나가는 길에 아빠도 가방메고 회사가니까 자기도 가방을 챙겨서 나가겠다고 한다. 단순히 내가 좋다 싫다에서 조금 영역이 넓어져서 ‘엄마랑 아빠랑 쯘쯘이랑 쯘쯘이 아빠랑 버스를 타고 맨하탄에 다녀와서 좋았다.’ 라고 관계와 장소와 행위같은 입체적인 감정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여전히 음식에 관해서는 깐깐한데, 냉면을 좋아해서 참 다행이다. 나도 엄마랑 냉면먹으러 가는게 제일 좋았다.

자기 전에 이닦을 때 설겆이를 하거나 기저귀를 갈 때 같은 때에 유튜브 키즈에서 타이머를 세팅해서 손에 쥐어주곤 하는데, 너무 빨리 유튜브를 오픈했나 싶기도 하지만, 타이머 딱 끝나면 더 보고 싶다고 떼쓰거나 하지 않고 끝났네 하고 바로 아이폰을 넘겨주니 또 그냥 이정도는 괜찮은가 싶기도 하다. 사실 핸드폰 중독같은 건 엄마 아빠나 잘 해야지 쯧.

어릴 적에는 대중 교통 수단에 ‘애들데리고 왜 타’하는 못된 생각을 했었다. 대학에 가고 머리가 커지고 공부를 하면서 이게 얼마나 잘 못된 생각인지 깨닫게 되었고 모두가 대중 교통 수단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배우게 되었다. 배운 건 배운 거고 여전히 아이를 데리고 번잡한 도심에 나가는 것을 꺼려했었다. 내 몸이 귀찮고 힘든 것도 문제지만, 혹시나 어디 이런 데 나가서 애가 다치거나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같이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거리를 걷는 것을 아이가 얼마나 좋아하는 일인지를 알게되니, 이런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남들은 비행기 타고 가는 관광지인데 버스타고 30분이면 나올 수 있는 곳이니 좀 더 자주 데리고 나와야겠다.

2017년 5월 가장 많이 들은 노래들. 아이유와 혁오 앨범 제일 많이 들었고, 난데없이 사운드가든 앨범을 정주행했었다. 사실 마이클 잭슨보다 조금 더 충격이었다. 마이클 잭슨을 좋아하던 시절은 더 어린 시절이었고 본격적으로 음악을 좋아하기 시작한 시절의 나에겐 너바나 펄잼 사운드가든이 히어로였는데.

정말 블랙홀썬을 처음 들었을 때는 잊혀지지가 않는다. RIP. Chris Corn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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