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올리언즈는 무척 더운 곳이라 내 평생 가는 일은 없어야겠다고 했지만, 다행히 겨울이니 가줬다. 회사에서 출장차 가게 되었다. 프렌치쿼터에 있는 제법 좋은 호텔에 묵고 저녁도 꽤나 좋은 걸로 얻어먹고 좋은 공연도 보았다. 처음 도시에 가보면 제일 먼저 보는 것이 ‘거리’ 이다. 이제 어반디자인만 하다보니 건물은 크게 이상하지 않으면 눈에 잘 안들어 오는데, 이 곳의 거리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런 걸 적지 않고 넘어가면 반드시 한달이내에 까먹을 것이 분명해서 일단 적기 시작한다만, 언제 퍼블리쉬할지는 모르겠다. 나름 나도 육아에 열심이기 때문이다.
우선 엄청 많은 가로수. 더운 동네니까 당연하겠지 싶지만, 그만한 나무가 있으려면 그만한 가로폭이 있어야한다. 그리고 중앙분리대가 자주 보였다. 12월에 잔디 새파란 거 봐. 중앙분리대라는 말을 오랜만에 쓴다. 아니 사실 한국에선 내가 그 단어를 쓸 일도 없었구나. 영어로는 median 혹은 median strip 이라고 한다. 중앙분리대와 median은 왠지 느낌이 다른데 내가 정확한 용어를 알지 못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로욜라 대학교와 튤레인 대학교 앞을 지나는 세인트찰스 스트릿의 도로의 중앙분리대에는 스트릿카 그러니까 전차가 다닌다. 30미터가 넘는 도로인데 중앙분리대 빼곤 2차선 도로인 셈이다. 전차가 느릿느릿 다녀서인지 사람들은 중앙분리대 전체를 그냥 활보하고 다닌다.
언뜻 보면 공원같지만 이것도 중앙분리대였다. 사실 이 정도면 정말 공원 사이즈인데, 양쪽으로 2차선씩 도로가 있다. 나름 신기해서 찍었다. 여학생이 지나가서 찍은 거 아니다. 나도 애아빠다. 이제.
지나다 보면 아줌마 아저씨들이 그냥 널부러져 있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저멀리 보이는 것이 뉴올리언즈 시청인 모양이다. 옆에는 도서관이 있었고, 도서관에는 “읽는 법을 가르쳐드릴께” 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1층이 훤히 보이는 공공 도서관의 바람직한 형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지만, 이제는 뭐 그러려니 한다. 암튼 이 대로 역시 차로 4개폭은 되는 미디언이 있고 양쪽으로 버스와 전차 정류장이 있다.
정류장 디자인은 좀 병맛이었지만 전차 디자인은 옛것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멋스러웠다.
로컬 컨설턴트와 점심 미팅을 했던 Maple 스트릿과 Fern 스트릿이 만나는 곳에 있는 Satsuma라는 까페인데, 뻔한 샌드위치 시켰는데 맛이 엄청났다. 다른 사람들이 시킨 것도 다 맛있어보였지만 회의 중이었다. 이 동네는 저렇게 블럭 모서리마다 스트릿이름을 박아두는데, 저 가게는 자기 가게 이름도 저렇게 박아뒀다. 나중에 조사해보니 튤레인 대학교 근처 업타운에는 대부분의 괜찮은 가게들이 Maple 스트릿을 따라 있는 것 같다.
Audubon 공원에 갔었는데, 공원과 인접 주거의 경계가 미묘했다. 왼쪽의 멋들어진 남부풍 주택과 왼쪽의 공원 사이가 도로등으로 구획되어 있지 않았다. 결국 저 주택의 양쪽 혹은 한쪽 인접 도로는 막다른 골목인 셈인데, 대규모의 공원에서 아직까지 이런 경우를 본적이 없다. 런던에서 훔쳐본 Private park 정도에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결국 저 주택들은 골프코스와 동물원까지 있는 시소유의 공원을 자기 집 뒷마당처럼 두게 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Audubon공원은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딱보면 아 이거 어디선가 본듯해. 하는 새그림을 그린 John James Audubon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 분이 뉴욕에 살때 계시던 아파트가 또 Audubon Park Historic District 라고 뉴욕시에서 문화재로 지정해둔 바가 있다. 무슨 그림 그리던 사람이 돈이 이리 많은 거야. 아. 돈이 많아 그림을 그린건가.
공원과 보행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로 붙어서 이런 집이 있다. 이 집의 경우는 펜스도 쳐뒀지만 대부분은 펜스가 없었다. 그리고 더운 동네답게 테라스가 널찍 널찍하게 있고, 테라스에 팬들이 달려있는 모습도 뭔가 뉴올리언즈스럽다. 아마도 테라스 바닥을 흰색으로 칠해서인지 항상 테라스 천정이 밝게 반사가 되는 걸 볼 수 있는데, 아마도 깊은 테라스로 인한 채광의 문제점을 이렇게 반사로 해결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저 집은 너무나도 솔직하고 강직해서 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었는데, 자세히 보니 저 뒤에 창문 배열이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다. 베이가 4개이다보니 뒤에서 평면을 푸는 것이 입면까지 완벽하게 맞춰서 풀 수 없었을 것 같다. 그 부분까지 맞춰서 디자인했으면 정말 근사했을 텐데. 아. 그리고 집집마다 가스등같은 것들이 아직도 있다. 큰 집이나 작은 집이나. 이런 디테일들이 남부의 느낌을 더해주는 것 같다.
사실 제일 유명한 건 프렌치맨 스트릿이다. 한집 걸러 하나씩 라이브 연주를 하고 있고 이차선 정도의 도로폭으로 사람들이 끊임없이 음악을 따라 걷는다. 밤에 이 거리를 걷는 게 사실 뉴올리언즈의 핵심;;이지만 관광지인데 뭐. 하고 카메라를 들고 나가지 않았던게 한이 된다. 끝으로 Spotted Cat이라는 바에서 샷건재즈밴드라는 밴드의 연주를 들었다. 너무 좋아서 씨디까지 사서 모교수님에게 보내줘야겠다 생각을 했는데, 과연 내가 올해가 가기전에 이걸 한국으로 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