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크리틱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며 Tomii 선생님이 학교 스튜디오에서 주택을 몇번 했냐고 물어보셨다. 5번..? 어떻게 가는 스튜디오마다 주택을 하는 통에 학부때는 졸업설계말고는 100% 주택 혹은 주거에 관한 작업을 했었다. 우습게도 지금 생각해보면 제일 처음 했던 때 외에는 계속 말만 주거이지 나는 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이다. 주거를 계획하라고 했지만 나는 말로만 주거이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학부 2학년 떄 했던 주택이 가장 주택다웠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내가 사는 집’이라고 생각을 했던 탓일테다. (건축과의 과가라는 ‘내가 커서 아빠처럼 어른이 되면 우리집은 내 손으로 지을거에요’라는 건축과 최대의 로망에 취해있는 가장 유치한 순간이다.) 그 이후로 건축가가 자신이 산다는 생각으로 주택을 계획하는 것은 ‘위험하다’라고 생각했고 주거의 문제를 항상 사회의 문제와 경제의 문제로 이어갔다. 사실 그렇게 공부하는 것이 ‘공부’를 위해선 지금도 옳다고 생각한다.
최종 크리틱 때 마지막에 이성관 선생님이 모두에게 말씀하셨다. 몸과 마음이 맛이 간 상태여서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사고의 깊이를 위해, 때론 이런 방법에 의존하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것을 잊지 말아라. 당신들이 일생 동안 벌어온 돈을 ‘원찬스’로 쏟아 자기가 살 집을 짓는다고 할 때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설계를 할텐가.’
이번 프로젝트는 그런 낭만으로의 주택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작업을 했지만 어떤 방법을 실험해보기 위한 시도이든 간에 주택은 그래서 더욱 힘든 작업이다. 이 주거에 살게 될 ‘어떠한 상태’에 대한 사람 혹은 그러한 사회적인 상황에 대한 고민은 많이 했다. 그것은 참 값진 경험이었다고 생각되지만 역시 주택은, 주거란 그런 식으로 고민이 끝나선 안되겠다. 얻은 것이 많고 놓친 것도 많은 것 같다.
최종 크리틱치곤 좀 장난스러운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지만, 내가 가진 생각을 구지 숨기고 엄숙해할 필요는 없겠다싶었다. 절대로 크리틱 때 ‘재미있어보자’라고 한 것은 아니었다구.
ps. 함선생님은 크리틱 때 다른 선생님들에게 ‘최고의 학생들’이란 찬사를 해주셨다. 부끄럽고 죄송했다. 어찌보면 회완이형 민재 현구 배대리 같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스튜디오였는데. 더 열심히 하지 못해서 모두에게 미안. 수고하셨어들, 최고의 학생들, 선임연구원 등등. =)
ps. 도미 선생님의 질문, ‘건축을 예술이라고 생각해요?’에 대해 일단 나는 아니오. 라고 생각해 길고긴 변명이 필요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