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이러이러해서 회사를 그만 두었다. 뭐 더 좋은 대안이 있다거나 약속이 있어서 그만 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선택을 잘못했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내가 일찍 알아차리고 그만 두는 것이 옳았는데, 상황이 더이상 참을 수 없을만큼 곪았다가 터져버린 결과가 됐다. 다만, 이런 상황을 ‘오해일 뿐이다.’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고용자는 앞으로도 변치는 않을 것 같고, 해볼 수 있는 노력은 다 해봤으니 후회는 없다. 마음같아선 인터넷에 ‘괴담’이라도 펼쳐버리고 싶지만 뭐 초딩도 아니고.

이제부터가 문제인데, 어디서부터 손대야할 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찬찬히 정리해보아야겠다. 뭐, 덕분에 미뤄뒀던 일들을 많이 하고 있다.

워드프레스 전체화면 꽤 좋은데.

우아

직업적인 사투리를 대중앞에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만큼 천박한 것이 없다. 자신만의 전문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직업군의 자부심을 드러내려는 경우에도 측은하고, 그 용어를 다 소화하지 못해 어쩔 수 없는 경우에도 불쌍하다. 직업적인 사투리를 다른 분야와 비벼 “멀티디서플린”하게 우아떠는 꼬락서니는 더욱더 저렴해 보인다.

이쪽도 별 볼 일 없고 저쪽은 쿨해보이니, 만만한 건 저쪽 사람 잘 모르고 이쪽 사람 잘 모르는 중간 어디쯤 섞어서 우아를 떨어주는 것. 자세히 따지고 들면, “그건 내 분야가 아니고” 혹은 “내 분야에서 필요한 부분을 이용하는 것일뿐”이라는 ‘실용주의 드립’을 쳐준다. 거기에 “나름의 해석”이란 걸 더하는 식으로 비비고 넘어가는데 그 마음이 “내가 해봐서 아는데” 류의 개드립과 그닥 다를 바가 없다. 대표적인 예가 대학시절 기타 좀 쳐봤다.로 시작해서 아 요즘엔 제대로 된 밴드가 없어.로 마치며 한 소절 더하면 노래방에서 뭐 롸킹한 노래라도 해주시기. 정도.

쓰고 보니 내 얘기인가 싶은데 이거. 제길.

디자인 혐오증

결국 오세훈 덕분에 모두가 ‘디자인’이라는 말만 들어가도 ‘하지마’ 하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 디자인 새마을 운동. ((via Pengdo’s me1day))

세종로를 개판으로 만들었느냐 동대문의 기억을 지웠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도시라는 단어에 대한, 디자인이라는 단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망쳐놨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가지 단어만 금칙어만들기도 힘들 것을, 도시 디자인이란 말에 대한 인식은 곱절로 망쳐주셨다. MB처럼 하나의 프로젝트만으로 삽질했으면 논란의 여지라도 있을텐데, 오세훈은 오랜 시간 건축계에서 중요하게 다뤄왔던 많은 프로젝트들을 ((건축과 학생들의 단골 졸작사이트들을!)) 모두다 건드려서 이제 그 논의들에 대한 논쟁의 여지마저 없애버렸다. 야. 해봐야 오세훈이야. 텄어.

결국 ‘도시를 향한 조형적 피해의식이 가득한 엔지니어와 엔지니어링의 철학이 전무한 시각디자이너들 사이의 진공상태’ ((4대강보 디자인, 서현))는 오세훈이 새로운 조감도를 꺼내들 때마다 풍선에 바람을 불듯 부풀어 올랐고, 그 커다란 진공 상태만을 서울 시민들은 디자인이란 이름으로 기억하게 되었다.

녹색 혐오증은 아직 진행 중.

近況

뭄바이 여행 이후 저주받은 EP-1의 아답타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사진을 거의 찍지 못하였다. (물론 더 나은 아이폰 사진이 있긴 하다.)

그리하여 2월 4일경 무려 bestbatt.com이라는데서 짝퉁 아답타를 주문. (올림푸스 오리지날은 무려 50달러가 넘는다.) 일주일 정도 걸린다길래 잊고 있었고, 배달된 2월 일엔 캣스킬이란 곳에 답사를 가있었다. 다녀온 뒤에도 매일 배달온 것들을 쌓아두는 선반을 매일 확인하였다.

그리고 배송이 된 것을 확인, 귀찮게도 우체국에 방문해주었다. 그러나 역시, 배달되었다고. 아마도 경비원이 받았을 거라고. 아니 걔들이 받으면 알려주는데. 경비원한테 물어보니 아니 작은 거면 우편함에 바로 넣었을꺼야. 좀 큰거만 우리가 따로 받아두고 로그에 적어두거든. 우편함을 열어보지 그래? 씨발. 망할 집주인 아줌마 메일박스가 있다는 얘기도 없었고 당연히 키도 안줬다.

당장 전화해보니 번호가 틀려 왜. 집전화번호도 모르고. 이 아줌마는 연락도 없고.

그래서 마지막 배터리를 짜내서 찍은 뉴욕 시골 사진 이후로 사진이 없다능.

P2062764

나도나도

인터넷의 무슨 신기한 서비스가 됐든 하드웨어가 됐든 책이 됐든 무슨 프로젝트가 됐든.

남이 하는 거 보고 아 신기해 나도 갈켜줘. 라는 자세는 아주 바람직하다 할 수 있다. 당연히 나도 그런 걸 전달하는 일을 기꺼워하는 편이다.

그런데 실컷 갈켜줬는데 그 때 뿐인 사람을 보면 진심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다지 필요하지도 않은데 욕심만 앞서서 남을 귀찮게 하는 사람에게 그렇게 정성들여 갈켜주고 싶지가 않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게 ‘무엇인가’ 정도만 알면 구글에서 찾아보면 답들이 너무상세하게 나온 것들이 대부분.

Avery Library

여기 없다면, 세상에 없다.
없으면 말해. 우리가 찾는다.

정말로 글자 그대로 믿을 순 없는 노릇이겠지만, (게다가 이 불편한 시스템과 건물이라니) 정말 이 건축 도서관에는 내가 아는 수준에선 세상 모든 건축책은 다 있다. 그리고 관장의 저 직업적 열정은 그런 도서관에 어울릴만 하다. 리만 도서관의 GIS 정보 역시 세상에서 제일 많아.

‘텃’의 이유 중의 하나로 ‘아카이브의 부재’라는 것을 생각한 적이 있다. 지금도 그렇다. 금방 잊고, 남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너무너무너무너무’ 많은 정보들을 모아둔 걸 보고 있노라면, 정보에 묻혀서 뭔가를 하는 것은 힘들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트위팅이라든가, 구글 리더라든가, 수많은 디지털 쓰레기들을 통해서 느껴왔던 일이긴 하다. 어쨌든 저렇게 뭐라도 있어야, 쓰레기가 되든 고급 정보가 되든 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