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

봐마 형도 퇴직하시는데 한번쯤 봐줘야하지 않겠나 싶은 와중에 넷플릭스가 다운로드를 허해주셔서 퇴근길에 끊어 끊어 겨우 다 봤다. 끊어 끊어 본 이유는 퇴근길보다 러닝타임이 길어서이기 보단 뭐 그렇게까지 집중해서 볼 정도로 익사이팅한 게 없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또 요즘은 그렇게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느슨하고 (그림은 좀 깔끔한) 영화를 보는 게 좋기는 하다.

뉴욕에 도착해서 콜대 가는 길에 하필이면 지하철 내리는 거 놓쳐서 도착 첫날 할렘에 내리는 장면은 참 구수하고 좋다. 콜대 106놓치면 다음은 할렘입니다. 요즘은 할렘 쿨하고 좋아졌다지만 2003년 처음 미국와서 처음 내린 지하철역이 할렘이었던 아름다운 기억을 되살려 주셨다. 어휴 사신 곳도 109th (Rent Obama’s 109th Street Walk-Up!) 처음 자취했던 그 골목이셨어. 의도치 않게 사생팬이 되어 버렸다.

봐마 형 여친분 샬롯. 롯데가 원래 샬롯데의 롯데라던데. 참 예쁘시던데 앞으로 미셸의 저주를 받지 않을까 사실은 20대에 사귀었던 여러 여친분들의 사기합성캐라고.

오바마 형 처음 가서 구경한 저소득층 임대 주택 – 커뮤니티 하우징 / 거버먼트 하우징 / 나이차 (NYCHA) / 프로젝트 등등 이름도 여러가지 종류도 여러가지 – 그런데 복도가 저렇게까지 좁은 건가. 저게 세트로 지어서 과장한 건지 실제로 저런지 좀 궁금하다. 물론 요즘 새로 짓는 ‘어포더블 하우징‘들은 너희 집보다 좋다!

앞서 말했지만 뭔가 살살 오바마 프리퀄같은 간지로 무엇이 그의 생각에 영향을 미쳤을까같은 걸 보여줄까 말까하는 식인데, 그런가 보다. 하는 거고 화면이 시종일관 참 참하다.

구지 이 사람이 미국의 대통령이 될거야라는 결론을 모르고 봐도 그걸 어떻게 몰라 그냥 낯선 땅에 온 혼혈 청년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영화라고 생각해도 그것으로 좋다.

어쨌든 봐마형 안녕.

어반디자인은 어디로 가는가

회사의 팀이 약간 컬럼비아 동문 모임 풍인지라 졸업한지가 꽤 됐지만 가끔 학교 소식을 전해듣는다. 사실 학교 얘기에서 무슨 중요한 건축적 / 도시적인 소식이나 학구적인 이야기를 할리는 만무하고, 어떤 선생의 전부인이 어떤 학장이랑 결혼했다더라 어떤 선생이랑 어디과의 누구랑 사귄다더라류…가 대부분.. 이란 게 당연하죠. 네. 또 이런 걸 한글로 적으니 한국 사람들만 보면 되니 또 막 써도 된다는 이점이 있군요. 세종대왕 만세. 한글 만세.

오늘 들은 소식은 조금 충격적이고 조금은 생각할 꺼리가 있는 것이었다. 한동안 어반디자인의 수장이셨던 리차드 플런츠 옹께서 물러나시고, 케이트 오프라는 분이 새로이 디렉터가 되었다는 것. 플런츠 옹은 우리 윗대 선생들한테도 학장이셨던 분인데, ((그 전에는 현재 내가 다니는 회사의 왕대빵이신 알렉스 쿠퍼님께서 디렉터셨다.)) 놀랍게도 슬슬 물러나고 물려주고 하는 아름다운 대관식풍의 광경이 연출된 것이 아니라, 플런츠 선생께서는 전혀 모르고 있다가 어느날 이리 결정이 났다는 것.

바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플런츠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가 / 대단했던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가, 그리고 케이트 수업을 들었던 친구들은 좋다 / 별로다로 아웅 다웅 하기 시작했다. 평소 모든 디자인이 기승전’굴’ ((케이트 오프의 랜드스케이프 디자인엔 항상 수변 공간 디자인에 굴oyster가 등장하고, 심지어 Oyster-tecture라는 전시까지 한적이 있다. ))  인 그녀의 디자인 프로세스를 비꼬며, 오, 나도 어반디자인에 관심이 있어. 정확히 말하면 크랩에 좀더 관심이 있다구. (( 해산물인 굴에 빗대서 게Crab와 헛소리crap을 이용한 말장난입니다. )) 같은 농담도 오고 갔다.

이걸 뭐 플런츠랑 (이전 컬럼비아 학장이었던) 위글리랑 사이가 좋네 안좋네 케이트가 더 친하네라든가 도시를 두고 건축이냐 조경이냐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인가 하는 건 무의미하고 (하지만 재밌다) 잠시 오늘의 어반디자인이란 무엇이 이끌어가는가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다.

리차드 플런츠 선생은 그의 저서, 뉴욕주거의 역사 History of Housing in New York City: Dwelling Type and Social Change in the American Metropolis 를 통해 현대 도시가 어떻게 조직되어가고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설명하였다. 이와 함께 도시 조직과 타이폴로지에 대한 수업을 통해서 건축 디자인과 도시 계획 중간 어딘가에 있는 어반 디자인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직접 케이트의 수업을 듣진 못했지만, 그녀의 기승전굴 시리즈라든가 같이 경쟁했던 RBD의 결과물들을 통해서 그녀의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왔다. 사실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의 원조이신 제임스 코너나 다른 잘 나가는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하시는 분들의 공통적인 명제랄까. 하는 것들이란 대충 : “자연이 도시를 만들 것이니라… “정도로 ‘싸게’ 요약할 수 있다.

다시 어반디자인의 문제 아니 도시의 문제로 돌아오자면, 오늘날까지 (최근까지) 도시를 조직하는 힘은 주거 – 주거를 상징으로 하는 경제 및 정책, 즉 인간 정치 사회의 결정- 를 따라왔다. 그러나, 이제 도시를 디자인하는 힘의 중심이 굴 자연으로 옮겨갔다고 할 수 있고, 이번 디렉터 취임 사건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니 이제 도면 그릴 때 나무를 좀더 성실히 심어야겠어요. 

Field Trip to Catskill for Foodshed Research.

마지막 학기 때 뉴욕의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로 리서치 클래스 때 답사갔던 우유 목장에서 플런츠 선생님. 항상 재미없는 농담을 하고 / 듣고 어깨를 들썩이며 (좀쪼잔한풍으로) 낄낄 웃으시는 모습에 참 사람좋은 분이시다. 컬럼비아 선생들 중 몇 안되는 다시 만나보고 싶은 분이시기도 하다.

2001년 10월

2001년 110가의 성당. 저 친구는 홍콩에서 왔고, 건축공부하는 학생이라 했다. 지금쯤 잘 나갈지도. 나는 또 112번가에 살고 있다.

2001년의 올리스. 학교 앞 중국집. 안간지 백만년은 된 듯. 당시에 변은 FIT에 다니고 있었다.

2001년 파워북G4. 앳된 마누라 사진.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건 없구나. 그러고보니 (날라간) 당시 블로그에 다 적었던 것들이니, 블로그질한지도 10년이 되었네.

인정 사정

아니 한국의 아파트는 왜 다 그 모냥입니까
– 나름 사정이 있어요. 알고보면 … (쳇 잘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역시 아파트를 안해본 애들은… )

아니 컬럼비아 대학교의 디자인은 왜 다 그 모냥입니까
– 나름 사정이 있어요. 알고보면 … (쳇 잘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아니 아이폰의 수신율은 왜 다 그 모냥입니까
– 나름 사정이 있어요. 알고보면 …

아니 삼성의 스마트폰은 왜 다 그 모냥입니까
– 나름 사정이 있긴 뭐가 있어.
– 고로 이 케이스는 디자인이라고 하기도 좀 뭐한 경우로구나

나름 사정은 당신 사정이고. 인정 사정 볼 것 없는 게 디자인이 아닌가 싶은 요즘. 벽돌아 벽돌아 너는 뭐가 되고 싶기 전에 줄이나 맞춰라.

졸업

한판 또 쳐냈다. 그래도 뭐 할 일이 뭐이리 많냐.

결국 부끄럽게도 두개의 석사 학위를 가지게 되었다. 이제 건축학 석사이시자 건축/어반디자인 석사셔. 쪽팔립니다 네. 뭐라도 좀 짓고 싶어요. 운좋게도 졸업식에서 상을 두개 받았다. 하나는 루씰 스마이저 로웬피쉬 메모리얼 프라이즈 ((이름은 역시 길어야 폼이 난다능 Lucille Smyser Lowenfish Memorial Prizes)) 라고 마지막 스튜디오 작품에 주어진다. 물론 브래드, 조쉬, 츄락과 함께 받았다. 다른 하나는 개인 부문, 차석상 ((Honor Award for Excellence in Design))으로 학교 다니는 동안 가장 디자인 잘 하는 애라는 상 ((이라 쓰고 선생님들한테 얼마나 알량댔냐를 측정하는 상이라고 읽습니다))이다. 솔까말 두번째꺼는 이름 불릴 때 좀 놀래서 재수없는 연말 연애인 시상식같은 표정이 나왔더랬다.

상받은 것 보다 실은 같이 상을 받은 친구들이 모두 이전 혹은 이번에 내 팀이었다는 거. 일년 잘 보냈다는 소리. 항상 그렇지만 내가 일등하는 것보다 일등하는데 껴있는 것이 인생의 목표. 가는 곳마다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참 다행. 인복이라면 타고났다.

물론 가장 큰 인복은 마누라지. 사실 졸업식에서 니자카 볼 면목이 없을까봐 무슨 여행 장학금이라도 하나 건져서 체면을 세울까 지원해뒀는데 그거 안되서 난감했었다. 알고보면 니자의 압박 덕에 유학도 결심했고, 혼자 생활하면서 게으른 천성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마누라의 가장에 대한 기대 덕이었다. 게다가 졸업했다고 꿈의 카메라 오두막까지 안겨주니 이만한 마누라가 어디있나. 그리고 가장 큰 선물은 역시 마누라가 와서 밥해주고 같이 놀아준 것. 마누라가 해주는 밥이 역시 최고.

파워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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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버팔로에게.

답사가는 날 드디어 에너지 드링크라는 레드불을 마셨다. 아니. 그러고보니 여기에 버팔로가 있네. (수력) 에너지 – 버팔로 (州) 와 (체력) 에너지 – 버팔로 (牛) 를 보니, 원래 에리 운하를 통한 물자의 운송과 나이아가라 폭포를 이용한 전력 공급으로 산업시대를 풍미했던 버팔로가 레드불 공장을 하면 재미있겠다. 하는 뻘소리를 했던 것. 그래요. 파워-에너지란, 전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지요. 파워는 권력도 있고 경제력도 있고 군사력도 있고 정력도 있는 것입니다.

파워스튜디오는 전력 생산을 근간으로한 제조업 도시에 대한 스터디가 아니라, 모든 종류의 “힘”의 이동에 대한 도시의 연구가 되어야합니다. 제조업의 변화는 버팔로의 문제가 아니라 전지구적인 힘의 이동에 따른 결과란 것이지요. – 라는 거 열라 뻔한데, 레드불로 시작해서, 버팔로윙 먹으면서 회의했다는 오야지 개그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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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선셋파크에게.

브루클린의 선셋파크 지역 역시 뉴저지의 컨테이너항이 등장하기 전까지, 특히 2차대전의 물자 운송을 위한 산업 도시로 성장해왔었다. 브루클린 아미 터미널은 엘비스의 입대로도 유명하다고. 어쨌거나 후기산업시대 도시 – 포스트 인더스트리얼 시티를 후기 산업시대 도시라고 해도 될까 – 의 전형 적인 특징들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요. 산업은 쇠퇴하고, 직장은 줄어들고.

그럼, 잃어버린 모조를 찾아주는 방법은 무엇일까? 아침에 파워가 들어가는 것 낱말은 뭐가 있을까요 떠들던 중에 “오스틴 파워도 있다!”라고 소리친 후 퀸시존스의 소울보사노바를 흥얼거리며 30분만에 완성. 아 레드훅을 포함해서 선셋파크 항들을 따보니 아니 총같아. 그리고 트리거 (실은 손잡이 쪽, 레드훅)에 새로 들어온 이케아 매장. 이런 것이 트리거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순진난만한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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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ion drawing

2주간 뉴욕 퀸즈 서쪽 지역을 조사한 결과, gentrification이라는 좀 학술풍 단어 안쓰고 싶었는데, 조사하고보니 정확하게 이런 상황을 두고 이 단어를 쓰는구나라고 발표 하루전에 단어를 배워서 대놓고 패널에 쓸 수 밖에 없었다. 지난 100년간의 토지 이용의 변천사를 조사하고,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변화의 시기가 있었음을 그리고 현재의 급격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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