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주문한 소파가 오면서 일단은 집에 필요한 것들이 다 들어왔다. 둘러볼 때마다 뭔가 필요한 것이 보이지만 천천히 많이 생각하고 채우기로 했다.

그리고 처음 이사와서 적은 글 (새 집)에서처럼, 틈틈히 집 사진도 잘 찍어두고 정리해두기로 했으니, 사진들을 정리해둔다. 이층 큰 방에 있는 천창은 이집을 선택한 두번째 이유이다. 천창이 주는 ‘밝음’은 그냥 단순한 밝음이 아닌 것 같다. 천창은 좋긴한데 층고가 높아서 좀 춥다.

이곳 저곳 쓸데없이 비워져 있고 꺾여있는 면들이 많아서 좋다. 단독주택이라 비효율적으로 생겨날 수 밖에 없는 geometry들을 따라가다보니 생겨난 면들인데, 조명과 반응해서 우연의 조형성을 드러내게 된다. 아마도 요즘하는 설계에서 저런 면들을 냅뒀다간 설계 못한다는 소리들었을 것.

손님맞이하는 거실이 있고 티비보는 패밀리룸이 키친과 다이닝을 사이에 두고 따로 있는 구조이다. 그래서 주생활 공간은 패밀리룸이 되겠다 했는데, 어쩌다 보니 보일러가 단면상 아래에 있는 거실 바닥이 제일 따뜻해서 다들 고양이마냥 거실 바닥에 엎드려있다.

차경들. 시선에 계속해서 프레임된 레이어가 걸린다. 계산된 풍경이 아닐텐데, 시선을 계속 멈추게 된다. 동네가 좋은 덕이라면 덕인데, 이런 차경을 만들어내는 건 건축만의 몫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교동창 방자 식구들도 한국으로 돌아가기 마지막으로 집에 들렀다 갔다. 사실은 집이 이렇게 생기고 저렇게 생긴 것보다는 집에 누가 오고 누구와 음식을 나누고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가 더 중요한 것일테다. 많은 사람들이 놀러오는 집이 되었으면 좋겠다.

새 집

뭔가 기록해둘만한 큰 일이 생김 – 아아 이런 건 나중에 잘 적어둬야지 – 아아 이런 큰 일을 하느라 블로그를 적을 수 없어 – (큰일끝남) – 아아 귀찮아 – 결과는 – 블로그에는 별로 안 중요하고 안 큰 일만 주렁주렁. 이번에도 그럴까 싶어서 그 때 그 때 정리 안하고 적기로.

집을 사기로 했고 본격적으로 하우스 푸어의 길로 걸어들었다. 가난하더라도 이쁘게 배고프고자 예쁜 집을 찾았다. 내년 쯤이나 알아볼까 하다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집이 나타나 덜컥 계약을 해버렸고 중개인을 필두로 은행-변호사를 삼각 편대로 일이 한번도 미끄러지지 않고 진행됐는데 삼개월이 걸려 열쇠를 건내받을 수 있었다.

이 집은 150년이 되었다. 외관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플라스틱 패널 마감이다. 미국 나무집들의 가장 보편적인 (이라 쓰고 제일 싸다 읽는다.) 마감이다. 아마도 미국 가정집들의 이해할 수 없는 싼 느낌의 98%는 이 재료에서 온다고 본다. 마감을 제외하곤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좋은 점이자 나쁜 점이라면 뒷마당이 쓸데없이 넓다는 것인데, 옆집들은 차고를 만들어 두고 너무 넓은 마당을 조금 줄였다.

열쇠를 건네받는 날, 이전 주인을 처음 만났다. 사실 모든 계약은 변호사 혹은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부분은 실제로 만날 일은 없다고 한다. 구순은 족히 되어보이는 전직 변호사이신 이 어르신은 딸의 학교를 위해 이 집에 이사왔고, 따님이 장성한 후 이 집은 자신의 오피스로 쓰거나 딸이 살거나 했다고 한다. 변호사답게 깐깐하게 집을 관리했다. 고용한 중개인들을 세번이나 갈아치우며 새 주인을 꼼꼼히 찾았다. 계약 전에 자기 집에 뭐가 언제 고장이 났고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를 적었던 문서를 보내왔고, 다들 이게 뭐지. 어리둥절하고 그 어르신의 중개인은 왜 이런 계약 파토날 일을 하냐고 어르신을 나무라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열쇠를 전해주는 날. 열쇠가 든 봉투에 그동안 자기 집을 관리해왔던 가드너, 배관공, 핸디맨 등등의 연락처를 프린트한 편지를 꺼냈다. 선물이라며. 이들은 이 집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그리고도 기억할 수 없지만 한참 이웃의 친구들 이야기와 그들과 얼마나 친했는가를 이야기해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며 언제든 연락하라고 해주었다.

집이 사람의 몇 세대의 나이가 되니 내가 집의 주인이 된다는 생각보다는 이제 내가 이 집의 다음 세대 관리인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선배 집사는 그 일을 깔끔하게 끝내고 다음 세대를 위해 키를 넘겨준 셈이다.

이제 이사를 가기 전, 한참 인테리어 공사 중이다. 되도록이면 이 집을 그대로 두고 싶어서 물을 쓰는 공간들을 리노베이션하고 마감이 되어있지 않았던 지하실을 마감하는 정도로 공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