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어느새 11월이 되었다. 날씨가 확실히 추워지고 자고 일어나면 코, 목 상태가 좋지는 않다. 가습기같은 게 필요할지 모르겠다.

이전 일: 오드리를 뒤로 하고 다시 살 길을 모색 중. 다행히 오드리에서 잘 됐네. 얼른 나가란 소리는 듣지 않았다. 나오면서 다른 친구를 좀 추천해주고 싶었는데, 나가면 좀 역적되는 것 같아서 글쎄. 추천이 도움이 될런지 모르겠다.

새로운 일: 옮기는 곳에선 월급도 많이 안줄테고, 일도 많이 할 것이라고 했는데, 의외로 내가 꼭 하고 싶다고 했다. 나답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스타트업에 대한 욕심이 많은 것을 희생하게 했다. 명함에 아무거나 써도 되냐고 했더니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했고, 초딩같다고 했다. 사실 나의 많은 선택은 초딩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듯 하다. 엄마한테 물어보기 대신 마누라한테 물어보기로 바뀐 정도.

집: 안기가 살고 있는데, 확실히 2002년 스튜디오같다. 그때도 정확히 안기랑 나랑 책상을 90도로 등돌리고 만든 구석탱이 섹션을 썼었다. 안기는 끊임없이 뭔가 하고, 나는 끊임없이 논다. 사실 이렇게 친구들 몰아놓고 사는 게 나랑 맞다만 그런 사람들 찾는 게, 물론 그런 집도, 쉽지 않다.

부인: 니자는 소원이었던 해외출장, 이라 쓰고 남에 돈으로 해외여행이라고 읽는다, 을 갔다. 그것도 호주씩이나. 언제나 그렇지만 난 마누라가 참 자랑스럽다. 해외출장을 가서;;가 아니라

여가: 안기 따라 시그램 빌딩에 있는 포시즌 호텔의 바에 가보았다. 미스의 오리지널 디자인 그대로. 안기의 친구들도 그곳의 분위기도 너무 너무 건축적인데, 건축 이야기 별로 안해서 참 좋았다.

Mies

잘 알지 못하는 드라마이지만 어쩌다 본 장면은 대충 이랬다.
자살을 자주하는 환자가 있어서 의사인지 간호사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주인공이 그 노인의 집에 방문한다. 그 노인은 무언가 모형같은 것을 만들고 있었고 약간 자폐증 환자처럼 중얼거렸다. 파워북가지고 뻘짓하느라 (찍어온 사진에서 흠집지우기 놀이 -0-;;)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였는데..

그 환자가 자신은 젊었을 때 건축 모형을 만드는 일을 했었고 60년대에 Mies와 같이 일을 했단다. 그리고 미스의 건축에 대해 읊기 시작했다. 크라운홀 아냐는 노인의 질문에 그 주인공은 안다고 한다. 그리고 또 그 건물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다가 간호사가 말을 끊고 앞으로 3일간은 자살하지 말라며 말을 돌렸다.

건축이란게 건물을 뜻하는게 아니라는 것이 “상식”으로 통하는 수준이란 것이다. 하지만 뭐 거창하게 국민의식따위를 논할 때가 아니라 당장 나부터 크라운하면 역시 산도 이외엔 떠오르는 게 없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