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re Dame Proposals

4월 15일 노틀담 성당에 화재가 있었고, 이런 저런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복구에 관한 모금을 두고 제국주의와 문화재에 대한 논쟁이 오갔고, 나의 입장은 대략 이랬습니다.

SNS나 웹상의 글들을 보면 적당히 필터링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조금 배우신 분들도 자꾸 과거 약탈 이야기를 꺼내며 ‘배운듯한 비아냥’을 보니 그저 하나마나한 커멘트를 하나 덧붙인 겁니다.

제국주의 약탈의 역사에 대해서는 그 역시 따져야할 문제이지만, 이 사건과는 별개의 문제로 다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적으로 ‘역사적 과오와 현재의 가치에 대한 충돌’에 대해서는 ‘미래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인과적인 관계’가 선명치 않다면 두 문제는 따로 놓고 보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인스타그램 건축

약간의 buzz가 잠잠해질 무렵, 다시 재미있는 이슈가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처음은 Mathieu Lehanneur 라는 프랑스 디자이너의 인스타그램 계정이었고, ‘이게 뭐야’ 싶은 그림이 떴습니다.

그리고 많은 아이디어들이 뒤따랐습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각각은 나름의 이유가 있고,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고딕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했고, 고딕 성당이 구현하려던 가치는 무엇이고, 종교란 무엇인가, 상징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해석한 사람도 있고, 누군가는 21세기의 건축이란 무엇이고 환경에는 어떻게 적응해야하는가를 곱씹어 보는 것이죠. 각각의 안에 대해서는 아래의 FastCo의 기사를 참조하면 좋을 듯 합니다.

The race to redesign Notre-Dame is heating up–here are 6 of the wildest ideas
– Recycled plastics, solar panels, greenhouses, and urban farms–because why not? (https://www.fastcompany.com/90347839/the-race-to-redesign-notre-dame-is-heating-up-here-are-6-of-the-wildest-ideas)

처음엔, ‘튀어보자’, ‘이름한번얹어보자’ 같은 짓같아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지만, 꽤나 그림들을 진지하게 만들었고 (진지한 개소리라고 하더라도) 여러 뉴스에서 함께 다뤄지는 것을 보니 잠깐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건축은 구축 (Tectonic)과 선언 (Statement) 입니다. 위의 그림들은 선언이고, 이전부터 중요한 건축의 절점마다 구축되지 못한 선언들이 그 시작을 알려왔습니다. 저 그림들이 역사에 남을만큼의 수준이 되는 그림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건축사 수업 혹은 건축사 교과서 한켠에 고딕에 대한 챕터는 있을테고, 그 수업에는 노틀담 성당을 다루고 고딕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설명하기 위해서 버트리스와 높은 천정을 설명할 때, 이 그림들이 다시 등장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중세의 건축적 선언이 중세의 기술로 구축된 장면 (화재 이전의 성당 모습)과 21세기 초의 기술로 구축을 상상한 선언이 ‘포토샵으로’ 구축된 장면을 중첩해서 보면, 보다 선명하게 노틀담을 짓던 사람들이 ‘원하던 바’와 ‘할 수 있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시대에 할 수 있는 것은, 해야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함께 생각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컴피티션

‘다시 생각한 복구’를 이야기하면 생각나는 독일 국가의회 의사당 Reichstagsgebäude 입니다. Norman Foster의 작업입니다.

돔이 파괴된 채로 사용되던 70년대의 의사당 (wikipedia)

화재와 전쟁 등으로 파괴되었지만 돔을 다시 올리는 것과 같은 대대적인 보수는 하지 않고 사용하다가 90년대 이후 대대적인 복구를 하였고, 이 시대의 가치에 맞는 형태의 복구는 이런 것이다. 하며 포스터경의 유리돔이 얹혀지게 되었습니다. 민주주의의 가치에 맞고, 친환경의 가치를 구현했다는 이유로 지금도 포스터의 대표작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투명하고 친환경적으로 보수한 의사당 (wikipedia)

다시 노틀담 이야기로 되돌아가서, 뉴욕타임즈의 기사는 화재 후의 논의에 대해서 좀더 다루고 있습니다. 화재 진압하자 마자 대통령이 나서서 – 우리는 복구 열심히 할 겁니다! 5년내로! 하니 나도 성금을! 너도 모금을! – 감동의 기자 회견을 하는 듯 했으나

Glass, Golden Flames or a Beam of Light:
What Should Replace Notre-Dame’s Spire?
Alex Marshall, May 20, 2019, NYTimes https://www.nytimes.com/2019/05/10/arts/design/notre-dame-spire-designs.html

1,100명의 건축 / 역사 지식인들이, 워워. 생각 좀 하고 움직입시다 “take time to find the right way” 라며 서안을 내고, 프랑스 정부도 복원방식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기로 하였다고 합니다. 정말로 다시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공식적으로 컴피티션을 준비한다고 했고, 비공식적인 컴피티션도 열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농담

뉴스를 쭉 따라가다 보니 예전 숭례문 생각도 나고,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이런 안들이었습니다.

수영장!
주차장!!!!

이렇게 대놓고 웃겨보자는 안들이 오히려 눈길을 끄는 이유는 눈길을 끌자고 만들었으니까 현실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제국 주의 약탈’까지 이야기 하면서 냉소를 날리는 것도 좋지만, 개소리라도 정성스런 개소리라고, 이런 건축적인 농담을 많이 봤으면 좋겠습니다.


(5월 29일 업데이트)

프랑스 국회에서 표결. – 헛소리 그만하고 화재이전으로 그대로 되돌려라. (풋) https://archpaper.com/2019/05/notre-dame-cathedral-french-senate-rebuild-original/

위기

2주 – 원래는 1주였다. – 방학이 시작되기 직전부터 모두가 방학때 뭐할래가 인사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서부에서 온 애들이 많아서 그런지 너도 나도 날씨좋고 여유로운 캘리포니아로. 난, 아직까지 에이버리 홀(건축과 건물)에서 벗어나질 못해봐서 뉴욕 관광을 하겠노라 했다. 3개월을 스튜디오를 했어도 맨하탄조차 잘 모르는건 워낙에 길치인 탓도 있고, 게으른 탓도 있고. 서울이었다면 평생 살아오던 데니까 스튜디오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든 아 거기. 하면 되고, 아 그 사건. 하면 될 일이 여기선 다 새로 공부해야할 거리. 살던 사람들이랑 기본 상식을 맞추는 정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랄까.

이런 학구적인 이유를 말하면 모르는 사람은 그런가보다 하겠지만 실은 어디 여행가는 걸 자발적으로 가본적이 없는 게으른 인간이라 그랬다.

마침 쥴상이 방학에 맞춰 뉴욕에 와서 합숙 폐인 생활을 하고 있는 중. 일차로 유명 관광지들을 돌았고, 이제 진짜 속속들이 가보자며 나름 수업때 다뤘다는 퀸즈도 가보고 “여긴 관광객 절대 안와요” 하며 쓰잘데기 없는 데들을 다녔다. 헬스키친이든 클린턴이든 수업때 다른 애들이 하는 얘기만 들었지 어디 가봤어야지. – 막상 가보니 어 7년전에 와봤던 데네 – 사실 가다보면 아 여기 거긴데, 어 이거 무슨 드라마에. 등등.

이동 수단은 지하철이었다. 지하철이란게 효율을 위해 만든 통근자의 시스템인데, 지하철로 관광을 하니 무슨 샘플러도 아니고. ‘아휴 자전거로 돌아다녀볼까요?’ ‘아 렌트함 해보죠.’ 했더니 아니 하루빌리는데 40불씩 달래 그지같은 놈들. 하는데 동네가게에 마침 이쁜 (메이커도 없는, 가게에서 가장 싼) 싱글기어가.

P9054643

사진은 쥴상

Continue reading 위기

프로젝트파이낸싱

1. Competition
1. 돈이 있으며, 2.땅이 있다면 3. 건축가에게 이러이러한 건물을 설계해주쇼. 건설사를 찾아 저 설계대로 건물을 지어주쇼. 하면 되지요. 아 근데 누구 설계가 좋은지 어떻게 알아. 현상 공모를 내게 되었지요.

2. Turn key
땅주인이 게을러졌다. 아 근데 건축가 고르고 건설사 고르고 일맡기고 어쩌고 하기 귀찮은데. 세트로 좀 오라고 해봐. 이것이 턴키. 건설+건축이 팀을 짜서 안을 만들어 오라고 하니 돈많은 건설사 지 편한대로 설계가 왔다 갔다 하지요.

3. PF
땅주인이 게을러졌을 뿐 아니라 이제 날로 먹으려고 한다. 나 건물 지을 돈은 없거덩. 돈있는 놈덜이랑 다 세트로 해서 우찌 지을거고 우찌 돈벌까까지 같이 짜와라. 하니 이것이 PF. 뭐 부동산 흉아들의 나름 이론 있겠지만, 결국 수주 방식의 변화란 클라이언트가 갈 수록 게을러지는 방식이랄까. 날로 먹는 방식이랄까. PF를 내는 발주처란 곳이 대부분 뭐뭐 공사류들. 쉽게 말해 정부땅으로 묶어 놓고 손안대고 코풀기랄까욤.

오래된 습관

근 5년에서 10년의 습관에 대해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며 바꾸라고 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특히나 도면을 치는 사람들의 습관이란 아주 중요한 것이다. 화장실 한칸 그리는 게 아니라 몇백 몇만개의 선을 그어대는데 그때 그때 이게 맞는가 틀리는가를 고민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사람의 몸이 변하지 않는한 대부분의 ‘습관’들은 인간이 집을 짓기 시작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건축가들에 의해 정제된 전통이라고 할 만하다. 그래서 그러한 전통을 몸에 잘 익혀둔 사람은 그림을 빨리 그려낼 수 있다.

오랜 동안 인정받은 치수와 곡률, 방향 등등. 그런 것들을 잘 익힌 사람들에게 연차라는 계급을 달아주던 것이 설계 사무소의 오랜 전통이고, 그런 특수한 기능을 지닌 것이 바로 전문직의 프라이드였다. 병적으로 정리하고 모듈화시키고 이쪽끝에서 저쪽끝까지 300 혹은 600, 900과 같은 재료의 배수가 되도록 면을 나눠내는 능력 그것이 대칭이 되면 더욱 좋은 것이고 그 배수로 완성시키는 비례가 미의 척도였다.

손으로 도면을 그릴때 14930.5464 와 같은 치수가 나오면 어쩌라고. 치수선 딱 쳐서 600 900 손으로 써넣을 수 밖에. 도면은 그 배수의 영향 그대로 그려졌었다. 물론 나역시 저런 딱떨어지는 숫자의 힘 앞에 무력하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건축은 전문직이 아닌 것이 되었다.

심지

회사도 다니고 하니 건축 좀 열심히 해봐야지 하고 들른 니자 회사 앞에 있는 책방. 심지서적 책방 주인 아저씨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아키텍처럴 레코드 과월호 6권을 선물받다.

MVRDV는 도대체 얼마나 열심히 이 책을 만들었길래 설계 사무소의 홈페이지 첫 화면에 프로젝트가 아니라 책이 나오는 것일까. 역시 돈은 책으로 버나 -_-;

함퀴즈

원래 무슨 작업을 하든 되도록 여기에 올려두는 편인데 현상이라 그렇질 못해서 좀 아쉽다.

그런데 우리팀은 현상만 한다.

그런 와중에 함소장님은 매주 퀴즈 -_-; 를 내주시는데, 이번주는 하이라이즈에 대한 아이디어. 뭔가 써먹을 데가 있긴한데 아직은 아이디어 수집의 단계

매우 초고층인데 그냥 쭉 램프면 어떨까. 하고 그려본 거. 사실 렘이던가 비슷한 거 있었던 것 같은데. 도대체 쭉 램프면 뭐가 좋아? 라고 물으신다면. 별로 좋을 건 없고. 좀 있어보여서. 뭐 임대면적을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긴한데, 나중에 ‘바닥면적 조각모음’같은 걸 해줘야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그리고 그놈의 ‘그린’이란 것도 끊임없이 이어질 수 있겠구나. 등등. 동그라미말고 삼각형으로 말아올려 3개 타워를 붙여주면 구조적으로도 뭔가 있어보이지 않겠어요? 않겠어요 -_-;

laguns’ house

건너 건너 아는 분인 LAGUNS님의 집짓기 과정을 보다보면 건축과들어온지 9년째 뭘 배웠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꽤 오래전부터 글을 보고 있었지만 거기다 뭐 개뿔 아는 것도 없는 주제에 건축과라고 커멘트 몇마디 적기도 뭣하고 내 로그에 적어두기도 뭐해서 미뤄왔었다. 블로깅이 건축에 이렇게도 영향을 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

아파트가 우리를 무력하게 한다

아파트의 공급이 멈추기 전까지 이 땅에서 건축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지 않을까라고까지 생각이 든다. 아파트는 그 특유의 공격성으로 건축에서 건물을 제외한 건축성을 모두 가지쳐버린 채로 사용자에게 (선택의 여지없이) 제공된다. 건축이 할 수 있는 일이 빠진 건축물이라면 건축가가 할 수 있는 일도 없다는 이야기. 뭔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