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이버릿

수요일이면 QR이라는 것이 있다. 뭣의 약자인지는 모르겠지만, 내용은 대충 지난 작품 리뷰 반성 뭐 이런 것. 현상이 끝나고 선발된 타사안과 비교하는 자리였다. 아래로 2,3등을 두고 리뷰를 하니 당연히 자기 회사 작품 칭찬이 좀 나왔다. 담당하신 이사분에게서는 저희가 이번에 이렇게 해서 잘 된 것 같습니다. 뭐. 그런 이야기. 그러나 회장님은 보통 그러시지 못하지. 뭐가 맘에 안드는가. 라는 것을 신입 사원들에게 물어보기 시작.
앞서 혜정은 뭔가 맘에 안든다고 잘 넘어갔다. 질문에 답하는 동안 열심히 그림들을 봤으나, 뭐가 좋은지는 전혀 모르겠고, 2등 3등은 색깔이 좀 허접하니 떨어질만 하더만. 내 차례에 답했다. “저희 안이 볼 수록 정이 듭니다.” – 망언1.

뭔가 이 자식은 건축에 관심이 없는 것인가 회장님은 물으셨다. “자네 좋아하는 건축이 뭔가” “없습니다.” – 망언2.

신입 사원을 대상으로 회장님의 숙제 : 좋아하는 건축가 5명 어쩌구 저쩌구 등등의 숙제. 다음주 수요일까지. 미안하군 입사동기 여러분들.

몇가지 변명.
건축에선 ‘취향’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건축가가 자신의 호오에 따라 선을 긋는 순간 그것은 폭력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축에선 좋은 것 싫은 것이 아니라 옳은 것 틀린 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멋있는 것이 아니라 의미있는 것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취향’이라는 것은 반드시 의미가 있어야함을 의미하진 않는다.

사실 아주 없는 것은 아닌데 그것을 입밖으로 내면 – statement가 되는 순간 – 건축을 취미로 하는 것이 된다고 생각한다. 렘쿨하스가 하는 짓거리를 보면, 그것이 아주 의미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전혀 렘쿨하스 좋아하지 않는다. 도대체 어떻게 답변해야하는가. 렌조 피아노 깔라뜨라바 좋아하지만, 그런 건축이 반드시 의미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거 어쩐단 말인가.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지만 그래서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다. 문제는 회장님은 1.이것 2.이것. 3.저것의 대답을 해드려야하는 것.
마일스 데이비스도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 얘기안했다잖아.

뭔가 있어보이려고 길게 이야기하는 녀석들은 이게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