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졸업식을 마치고 솔이하고 니자는 이번 여름 캠프를 할머니 할아버지 캠프로 대신하기로 했다. 비행기타는 긴 시간 동안, 그리고 아빠없이 엄마랑만 지내야하는 동안 심심하지 말고 엄마 말씀 잘 들으라고 타겟에서 장난감을 샀다.

시차 적응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밤 비행기를 타기로 했더니 솔이는 공항가는 길에 잠들어버렸다. 하는 수 없이 가져갈까 말까 했던 유모차에 태웠더니 체크인에서부터 보안 검색까지 15분만에 끝나버렸다.

미리 세시간을 먼저 갔는데 모든 수속을 저 인파를 뚫고 삼십분도 안되서 끝내고 인사도 못하고 가버려서 조금 아쉬웠다.

부끄러우면 항상 혀를 배배 꼰다

그리고 한국 가서는 저번처럼 엄마한테만 붙어있을까봐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할아버지 할머니와 금방 친해졌고, 방학동안 다니기로 했던 유치원도 가는 날은 울면서 가더니 그날부터 하교길에는 유치원이 재미있다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할아버지에게 이것 저것 종알 종알 이야기도 많이 해주고 할아버지는 솔이에게 책도 많이 읽어주신다고 한다. 아버지는 사는 동안 바빠서 아들들한테 못받아봤던 즐거움을 많이 느껴보셨으면 좋겠다.

201906 플레이리스트

6월에 많이 들은 노래들은 다음과 같다.

그리고 매불쇼에서 하는 매불쇼 김간지 X 배순탁 X 이상미 X 나잠수 플레이리스트도 일주일에 한번씩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다.

졸업식

발표회 다음날 6월 20일 졸업식.

어떤 ‘식’에는 감정이 있다. 일상의 맺음이 되는 날이니 어떤 형태로든 마음이 움직이기 마련이다. 내가 겪었던 교육과정에선 그런 감정은 희미하게 느끼다 말고 끝나곤 했다. 축하보다는 성적표를 받는 날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 괜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쿨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것도 같고, 노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랬던 졸업식도 있었던 것 같다. 그나마의 형식도 남지 않은 졸업식도 있었다. 어쨌든 내가 겪었던 졸업식들은 증명에 가까운 사진을 찍고 필요한 서류를 챙기고 놓아두었던 짐을 챙기는 형식적인 날일 뿐이었다.

일년에 한번 매는 넥타이

유치원 건물에 졸업식 장식 같은 것은 언제나 임시의 미니어쳐같은 느낌이다. 아이들 생일에 나눠주는 일 이달러 안하는 구디백의 장난감같은 인테리어가 된다. 거기에서 아이들에게는 아직 이름을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일어나 유치원 졸업식장의 공기가 된다.

미국의 유치원이라 그런 것인지, 원래 3세 4세 아이들은 아직 순진해서인지, 혹은 이 교회 부설 유치원이 특히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전날의 발표회에서도 내내 울던 아이가 있었고, 눈물을 감추던 엄마들과 선생님들이 있었다.

아빠들은 즐거워

고집이 세서 선생님들을 고생시켰던 걸로 알려졌던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가 발표회를 마치고 굉장히 크게 울었고, 많은 아이들이 또 따라 울었다. 졸업식에선 특히나 선생님들이 이 아이에게 눈물의 포옹을 크게 해줬다.

솔이도 슬픈 것 같기도 하고 딱히 안 슬픈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뭔지 모르게 기분이 나쁜 것 같았다. 정확히 표현하기 힘든 기분이면 저런 표정이 된다. 나는 어렸을 때 그런 기분을 보라색 기분이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사진은 찍어야한다.

아이들은 모두 반짝 반짝했다.

아이들을 특히 좋아하는 니자는 아이들보다 더 많이 울면서 아이들 사진을 찍었다.

그래서 엄마는 눈이 퉁퉁 부었다.

솔이와 엄마에게 감사. 멋진 졸업식이었다.

stairway to class

April 09, 2004

2004년 대학원 스튜디오 “Folly” 작업.

http://jacopast.com

어떤 종류의 ‘기능이 없는’ 기능의 건물에 대한 수업

May 01, 2004

그 땐 모델만드는 일이 정말 재밌었다.

도미 선생님 스튜디오에서 했던 작업 중에 나 개인적으로는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작업인데, 제대로된 사진이 안남아있네. 에잉.

발표회

6월 19일 아이의 유치원 졸업식 발표회가 있었다. 발표회 아침에 신나거나 들뜬 표정보다 간간히 어두운 표정을 보였다. 어렴풋이 이제 이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라는 걸 아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잠깐 그랬다.

남자 아이들은 태권도도 하고 여자 아이들은 발레같은 것을 했다. 성역할 고착화의 좋은 예 그리고 해마다 매끄럽고 재미없는 발표회에 잊지못할 반전을 보여주는 친구들이 있는데, 올 해는 솔이가 그 어려운 걸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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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rned kicking his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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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이런 일에 부끄러워하거나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할까봐 왜 그런 상황이 벌어졌는가 몇번 얘기해봤는데, 다행히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표정 연기가 국기원 시범단이다. 워낙에 곧이곧대로 하는 성격이라 다른 애들처럼 웃거나 하지않고, 나름 동작도 허투로 하는 법이 없다.

엄마는 유치원의 (거의) 공식 포토그래퍼를 했다.

니자가 아이들을 좋아하는 성격인지는 몰랐다. 나는 어른들을 만나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아이들을 만나도 그냥 멀뚱하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니자는 아침 등교 시간에 온 유치원생들과 다 인사를 하고 수업 시작 전에 모든 애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어린이계의 오지라퍼이다. 듣기로는 장인어른이 저런 성격이라고 한다. 저런 오지랖 엄마가 있는 솔이가 좀 부럽네. 잠깐. 우리 엄마도 좀 오지라퍼이시긴 한데…

3살 율동을 보고도 깜짝 놀랐었는데, 4살에는 회오리같은 치어리딩의 핵심안무를 구현하는 걸 보고 아 역시 한국인에게는 K-pop의 피가 흐르는구나 발표회 중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아빠의 뇌피셜

아니 애들이 저렇게 하려면 밥도 안먹고 잠도 안자고 몇달 합숙해야하는 거 아니야 하하하. 하지만 그건 나같은 몸치의 얘기고

아이들은 발표회 일주 이주 전부터 연습을 한다고 한다. 솔이는 집에 오면 가끔 동작과 함께 ‘주안점’을 함께 설명해주곤 했다. ‘여기선 두번 해야돼.’ 라고 하는 파트를 무대에서 직접 보니 더욱 안무를 즐길 수 있었다. 아는만큼 보인다.

무슨 유치원이 발표회 하루 졸업식 하루를 따로 해서 회사를 이틀이나 못 나가게 해. 하면서 투덜거렸지만, 졸업식을 마치고 몇일 뒤면 엄마와 아들은 한국으로 긴 휴가를 가기로 했으니, 하루라도 아들 얼굴 보고 놀아줄 수 있어서 한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Storefront Pride

뉴욕시는 2019년 6월 한달간 Stonewall 50 주년을 기념한다고 한다. 이런 쪽에 무식자라서 그냥 이번 주에 프라이드 퍼레이드라도 있나 했는데, 회사 근처 유니온 스퀘어 가게들이 온 힘을 다해 나도 프라이드! 나도 프라이드!하고 있었다.

보통 이런 캠페인은 한주나 반짝 하고 마는데, 하루 하루 포스트잇이 늘어가길래, 무슨 특별한 일이라도 있나, 하고 검색해보니 스톤월항쟁 Stonewall Riot 50주년이라고 한다.

50주년이라니.

50년전 6월에 스톤월 항쟁이란 것이 있었고, 50주년을 기념해서 뉴욕시는 대대적으로 행사를 한다고 한다.

다들 얼마나 창의적으로 50주년 행사를 환영하는지 돌아다니면서 쭉 한번 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 현상에 대한 예술적인 대응이 아마존 시대의 거리 상권의 대안이 아닐까 하는 쓰잘데기없는 상상도 하면서

다녔으면 좋겠지만, 비는 오지. 우산은 잃어버렸지. 내일부터는 회사도 안가지.

그래서 이 포스팅은 이쯤에서.

관련링크

Kelloggs

Kellogg’s @Union Square

“뭐야 무슨 시리얼 파는 까페야 하하하”
“에이 그거 그냥 광고판만 있고 밑에는 까페 아냐 설마 거기서 호랑이 힘을 주세요 하고 팔겠어 하하하”
유니온 스퀘어에서 십년 넘게 최소 삼년 일한 사람들의 대화

찾아보니 정말 시리얼 파는 까페였음. https://kelloggsnyc.com/

A-ya

뉴욕에 누군가가 놀러오면 우선 뉴욕의 지리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해주곤 합니다. 멀리서 뉴욕과 뉴저지를 포함한 The Greater New York Area의 개요를 전해주고, 학술적인 설명은 피한 후 관광객에게 적합한 한두가지 코스를 추천해주곤 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기분으로, 친분을 이유로 가끔 출연하는 팟캐스트 ‘엘리, 뉴욕은 원래 독해’에서 평소에 생각하는 ‘뉴욕 (관광)의 개요’를 이야기하였습니다. 항상 하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가 방송 분량을 채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두통 및 기침병의 압박으로 취객의 하소연처럼 갈팡질팡 녹음을 하였습니다.

도시 이야기와 함께 (뉴욕의) 어반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더했습니다. ‘예를 들어 알기 쉬운 설명’같은 것을 하려고 하였지만, 오히려 장님 코끼리만지는 듯한 설명이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진행자 분들이 잘 리드하고 정리해주셔서 제가 생각하는 어반디자인이 무엇인가를 제가 말하면서 속으로 조금 정리해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저의 횡설수설과 취객 발음을 견디고 들어보시면, 뉴욕에 대해, 그리고 뉴욕에서 하는 어반 디자인에 대해 조금은 궁금증을 해소하거나… 더 많은 궁금증이 생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팟빵] 엘리! 뉴욕은 원래 독해!! ENWD 1-98, 자코의 아~야~~ 도시이야기
http://m.podbbang.com/ch/episode/16681?e=23064717

Bicycle

자전거 타는 방법을 모른다고 세상사는데 크게 문제될 것은 없고, 자전거를 조금 더 잘 탄다고 남들에게 특히 인정받을만한 것도 아닌 일인데, 아이에게 자전거타는 법을 가르치는 것에 대해 모두들 꽤나 법석을 떤다. 그다지 먹고 사는 데에 필요한 기술이라거나, 가성비를 들먹이면 신체나 지능 발달에 도움을 주는 효용이 있지도 않은데 말이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그다지 실용적인 이유가 없는 이유로, 자전거 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혹은 그걸 부모로서 가르친다는 것은 순수하게 기쁜 경험인 것인가 보다. 나의 아버지가 자전거를 가르쳐주셨던 날, 그 (5월같았던) 날씨와, 그 빨간 55 자전거 뒤로 날리던 학교 운동장의 먼지같은 기억들과, 그리고 아직도 당신이 나를 뒤에서 잡아주는 줄 알았다가 이제 혼자 중심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을 때의 두려움과 흥분이란 것은, 지구가 언젠가 사막이 되고 인류 문명이 인류의 실수로 남겨질 유산이 얼마 없다고 하더라도, 무엇보다 우선 전해줘야하는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유전자를 전해주는 일보다 거대한 사명이고, 이 거대한 사명을 수행하는 날이 드디어 온 것이 –

아니라,

🛴

아이에게 스쿠터는 꽤나 특별했던 모양이다.

2017년부터 함께 하던 스쿠터. 준영이랑 놀이터에서

오후의 일정이 정해진 탓에 간단히 동네 놀이터나 나가자며 나간 길에 그 스쿠터가 망가졌다. 보도의 턱에 걸려 무릎이 까진 것이 서러워 울면서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 내리막길에서 넘어질 때의 충격에 헐거워진 바퀴가 또르르르 떨어져나가 굴러가는 걸 보고 아이는 더 놀라서 울면서 달려 내려가 바퀴를 주워 가슴팍에 안고 울었다.

스쿠터야 아프지 마.

지 애비가 다쳐도 이리 안울겠다라는 농담을 하기엔, 목에는 땀이, 무릎엔 피가, 코에는 콧물이, 눈에는 눈물이. 4세의 아이에겐 자기 무릎의 상처가 주는 아픔과 스쿠터가 느끼는 아픔이 달리 느껴지지 않았을 것 같다. 얼른 빠진 나사를 끼워 눈물을 닦고 집에 가서 대일 밴드라도 붙여주고 싶었지만, 정확히 어느 시점에서 나사가 빠졌는지, 놀이터 가던 길에서 바퀴가 빠진 지점까지는 너무 멀고 복잡했다.

아이를 달래는 것도 중요했지만, 이번 여름이 기회라고 생각했던 일이다. 게다가 이제 다다음주면 엄마와 함께 아이는 한국에 먼저 가기로 했으니, 시간이 얼마 없다. 지금이 아니면 가을이 되서야 자전거를 살 수 있을테고 날은 금방 추워질테니. 얼른 소독하고 밴드붙이고 눈문 콧물만 지우고 자전거를 살 수 있는 타겟으로 갔다. 평소에 봐두었던 모델은 아니었지만, 구지 애비의 취향에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니, 몇번 조금 큰 바퀴와 작은 바퀴를 얼른 태워보고 집으로 달려왔다.

솔이는 정말 스파이더맨과 스타워즈를 좋아한다.

자전거를 조립하고 시험 주행을 나가봤다. 보조 바퀴가 있으니 아직 수평을 잡는 고급 기술을 익힐 필요는 없지만, 페달에 익숙하지 않아 페달밟는 것을 조금 익혔다. 나도 접해본 적 없는 Coaster brake 라는 방식의 체인으로 되어있어 약간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어쨌든 가볍게 동네 한바퀴를 돌았고, 집에 돌아와 씻고 오후의 일정에 있었던 동네 쌍둥이 돌잔치를 다녀왔다. 돌잔치에 자진해서 찍사 노릇을 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돌아오는 길에도 엄마는 끝내 아이의 ‘스쿠터야 아프지마’라는 울음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는지, 결국 사건이 일어난 장소로 돌아갔다.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다는 비유가 무색해졌다. 엄마는 잔디밭과 고속도로 틈에서 나사 하나를 찾기 시작했다.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와서는 자, 엄마랑 같이 찾으러 가볼까. 하고 다시 자전거를 꺼냈다.

요즘의 판타지 이야기들에게는 쉽게 쥐어지는 해피엔딩은 환영받지 못한다. 수퍼맨은 그래서 별로 재미가 없다. 수퍼맨의 초능력이면 해결이 안되는 일이 없지 않나. 어벤저스는 끝내 지구를 구했지만, 잃기 싫은 무언가를 잃어야만 했다. 수퍼 파워로 다 해결되는 일은 재미가 없는데. 이 엄마가 수퍼 파워로 나사를 찾았다. 아니 이건 말이 안되는데. 이렇게까지 해피엔딩이 될 수 있나.

아직 보조바퀴를 뗄 때와 같은 커다란 기쁨의 차례가 오진 않았지만, 오늘의 소소한 기억들도 아이가 잘 품고 있다가 후대에 전해주었으면 좋겠다. 바퀴의 발명보다 위대한 건 자전거를 타는 법을 가르쳐주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