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

11월에는 사실 Stranger Things 에 사로잡혀서 80년대 게임음악 풍 노래만 내내 들었다. 그런데 사실 그런 노래를 찾아보면 딱히 80년대에 나온 노래는 거의 없다. 뭐뭐풍이라는 것 중에 정말 뭐뭐는 없다는 교훈.

연암 박지원이 비슷한 것은 가짜다. 라고 했을 때 우리는 모두 가짜는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도록 글을 썼고, 비슷하지 말고 진짜를 하라고 했었는지 모르겠지만, 글쎄. 이젠 그냥 그 ‘가짜’라는 것이 정말로 나쁜 것인가? 혹은 그렇다고 좋은 것인가? 라는 것의 판단이 무의미한 것 같다. 그냥, 비슷한 것은 비슷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비슷한 ‘것’과 비슷한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비슷한’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날이 추우니 집밖에 많이 못 나가서 솔이 사진이 많이 없다. 코감기가 잘 낫지 않아서 항상 콧물을 달고 산다. 갈 수록 성격이 보이는데, 낯가리고 부끄럼 많은게 딱 지 부모랑 똑같다.

아침에 생긴 일

출근길 지하철에서 새 아이폰을 봤다. 실제로 제품을 본 것은 이번이 두번째이다. 나는 문가에 서있었고, 그는 앉아있었다. 남의 아이폰을 훔쳐보기에 가장 좋은 각도와 거리였다. 한참을 바라봤다. 그는 인스타페이퍼로 기사를 읽고 있었고, 스티커를 붙인 듯 완벽한 스크린에 감동했다. 탈네모 스크린은 전혀 거슬릴 것이 없었고, 그의 두터운 손에 잡힌 바디의 비율은 이보다더 적당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언제쯤 그가 홈버튼을 대신한 스와이프를 할 것인가 기다리고 있었다. 침을 흘리지 않은게 다행이지.

그런데 건너편의 멀쩡하게 생긴 한 남자가 그 아이폰텐 유저에게 말을 걸었다.

“니 뒤에 있는 애가 너 아이폰 보는 거 훔쳐보고 있어.”

제길. 정말 미안하다고, 텐 나온 거 처음 봐서 그랬다고 사과했다. 미드에서나 보던 손짓 발짓 다해가면서 진심을 다해 미안하다고 하는 장면을 진정성있게 연출했다. 오렌지이즈더뉴블랙을 요즘 너무 열심히 봤던 것 같다. 정말로 미안했다. 무얼로 설명해도 나의 행동은 잘못된 것이다.

다행히 다음 정거장이 내가 내려야할 유니온스퀘어였고, 다시한번 미안하다고 했고, 그 아이폰텐 유저분은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부러 그 정의로운 고발자분의 눈을 마주쳐서 내가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을 깨닫게 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는 눈을 감고 있었고 어색하게 얼굴에 손을 얹고 있었다. 물론, 땡큐 포 리마인딩 미 댓 아이 앰 바이올레이팅 섬바디즈 프라이버시라고 하는 것이 이 상황에선 어떤 톤으로 이야기해도 비꼬는 것으로 들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뭐 아이 민 잇. 이라든지 미드풍 표정으로 진정성을 연기해야하나하는 고민까지 함께 들었으나 그 분도 그 어색함을 이겨낼 자신이 없었으니, 30초 정도의 불편함을 참는 것이 괜찮은 선택이었겠다.

이게 무슨 대수냐고 항변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가 인스타페이퍼로 애플의 기사를 읽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최신의 폰과 입은 옷과 외모를 가지고, 아이고 덕이시네. 라고 이미 그를 판단하고 있었다.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가해자도 피해자도 모른채, 나는 누군가의 영역을 침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