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 제일많이들은노래들

3월엔 의외로 팟캐스트 많이 안듣고 음악을 많이 들었다. 코로나바이러스 문제로 미국 뉴스를 찾다보니 한국 뉴스 / 시사에선 좀 멀어져있었고, 미국 뉴스는 몇개만 추려서 보면 대충 그림이 잡히고 그 이상 시간을 쫓아가지 않으니 음악듣는 시간을 벌(?)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집에 있는 내 책상에 앉아서 좌맥북 우회사노트북으로 일을 하니 맥북에서 음악이 쉬지 않고 흘러나온 것도 한 이유인 것 같다.

우연히 – 윤병주와 지인들

나름 사생팬 (죽기 싫으면 팬을 해라에 가까운) 인 윤병주님의 새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는 기쁜 소식이 저번 달에 있었고, 이번 달에도 한곡을 하사해주셨다.

죽기 싫으면 들어라의 표정

저번 표지는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했더니 원곡 해바라기 앨범 커버를 그대로 재현해서 찍으셨다고 알려주셨는데, 이번에도 변치않고 이정선님의 앨범 커버를 그대로. 막상 찾아보니 아니 이분 원래 되게 멋쟁이셨네. 워낙 이정선의 기타교실로 밖에 본 적이 없으니 뭔가 이렇게 태양인풍의 쎈 분이신지는 전혀 몰랐네.

이번에도 김영대 평론가님의 추천사가 유튜브에 있습니다. (유튜브링크 11분 33초부터)

그러니까 저분의 설명대로 안들으면 손해입니다. 얼른 들으세요.

그래서 3월은 반나절 블루스 반나절 듣고 우연히 거리에서 듣고 넘어가면 되는 달인 것 같다.

그리고 유튜브에도 2020년 3월 제일 많이 들은 곡 플레이리스트 만들어두었습니다.

칩거

2020년 3월 25일 오늘로 11일 째 재택 근무 중이다. 언제까지가 될 지는 모르지만 꽤나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일주일은 아침에 출근 안해도 되니까 좋았다. 온라인으로 일하는 것은 완전히 새롭지는 않다.

지금 하는 프로젝트들의 경우, 하나는 워낙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큰 일이라서, 하나는 사이트가 커네티컷에 있고, 그 곳의 사람들과 하는 일이다 보니 어차피 온라인으로 처리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하나 집에서 하나 큰 차이는 없었다. 오히려 이번 일을 대비해서 그동안 필요했겠다 싶은 모니터와 키보드를 마련해 두었다. (실은 유튜브 편집 때문에 … )

문제는 Boundary인 것 같다. 시간과 장소의 구분이 명확치 않으니 일이 오래 걸리고 오히려 회사에서 일할 때보다 야근(?)을 많이 하게 된다. 출퇴근 시간이 없어졌고, 사람 안만나도 되니 쉽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줄을 놓으면 생활이 한없이 흐트러지겠구나싶다.

그리고 회사에서 급하게 Slack 짝퉁 마이크로 소프트의 Teams를 사용하는데, 이것만으로도 참 감사하다. Slack과 같은 매니징 툴에 익숙치 않은 다른 에이전시들도, 특히나 정부 기관같은 경우, 급한대로 Teams를 사용한다. 다들 오피스 365를 쓰니 거기 있는데 뭐야.. 하고 안쓰다가 이런 게 있어 하면서 꺼내서 쓰는 모양이다.

202002 제일많이들은노래들

1월엔 음악을 별로 듣지 않아서 1월 건너뛰고 2월의 제일많이 들은 노래 통계.

반나절 블루스 – 로다운 30

당연히 이번 달엔 세계 최고의 밴드은 Lowdown30이 반나절 블루스 EP를 출시한 달이므로 다른 노래를 별로 들을 틈이 없이, 스밍총공을 하였다. (반나절 정도) 로다운30오피셜 페이스북 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친절한 설명이 있으니, 나 따위의 감상을 적을 필요는 없겠다.

“이번 곡은 간만에 굉장히 강렬한 블루스록 스타일로 해 보았습니다. 엄청난 퍼즈 톤에 앰프가 고장날 뻔 하기도 했죠. 아무래도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로다운 30의 사운드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만든 곡입니다.
후반부는 록 팬들에게는 이름이 익숙치 않을 수도 있는, 라이언클래드(Lionclad)라는 여성 프로듀서/비트메이커와의 협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래퍼 재키와이(Jvcki Wai)의 온스테이지 영상에서 처음 보게되었는데 드럼머신을 직접 악기로써 연주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이후 그녀의 앨범을 들으며 독특한 감성의 음악에 매료되어 함께 작업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예상보다 더 멋진 결과로 나와주어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또한 음원사이트에 보면 이 곡의 두 가지 버전이 있는데 다른 하나는 후반부의 밴드 버전입니다. 어찌 보면 합주하며 만들 때의 버전이라 이게 원곡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왠지 아트록의 분위기도 물씬 나는 이 버전의 기타와 건반은 더보울스의 서건호님이 연주해 주었습니다.”

와 같은 음악적인 설명도 있지만,

택배를 기다리는 초조한 마음을 담은 노래라는 설명이 더 와닿;; 뮤직비디오도 나왔으니 함께 감상해보자: 유튜브 링크

거리 – 윤병주와 지인들

그리고 윤병주님께서 또 하나의 음악프로젝트를 시작하셨으니, 그것은 이름하여 – 윤병주와 지인들 – 원래 윤병주와 적폐세력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시던 (영문 이름은 Evil Force) 분들이 첫 싱글을 내셨다. 이정선이라는 어르신과 함께 그 분의 곡을 리메이크한 곡으로. 김영대 음악 평론가께서 (이분 BTS 전문인줄 알았는데) 곡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주셨다.

베이스의 올레님도 간만에 김창완 밴드 외의 연주를 들어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 다른 데서도 많이 하시나 내가 못들은 걸까 …

그리고 2020년 2월 제일 많이 들은 곡 플레이리스트는 유튜브에도 만들어두었습니다.

작년에 주문한 소파가 오면서 일단은 집에 필요한 것들이 다 들어왔다. 둘러볼 때마다 뭔가 필요한 것이 보이지만 천천히 많이 생각하고 채우기로 했다.

그리고 처음 이사와서 적은 글 (새 집)에서처럼, 틈틈히 집 사진도 잘 찍어두고 정리해두기로 했으니, 사진들을 정리해둔다. 이층 큰 방에 있는 천창은 이집을 선택한 두번째 이유이다. 천창이 주는 ‘밝음’은 그냥 단순한 밝음이 아닌 것 같다. 천창은 좋긴한데 층고가 높아서 좀 춥다.

이곳 저곳 쓸데없이 비워져 있고 꺾여있는 면들이 많아서 좋다. 단독주택이라 비효율적으로 생겨날 수 밖에 없는 geometry들을 따라가다보니 생겨난 면들인데, 조명과 반응해서 우연의 조형성을 드러내게 된다. 아마도 요즘하는 설계에서 저런 면들을 냅뒀다간 설계 못한다는 소리들었을 것.

손님맞이하는 거실이 있고 티비보는 패밀리룸이 키친과 다이닝을 사이에 두고 따로 있는 구조이다. 그래서 주생활 공간은 패밀리룸이 되겠다 했는데, 어쩌다 보니 보일러가 단면상 아래에 있는 거실 바닥이 제일 따뜻해서 다들 고양이마냥 거실 바닥에 엎드려있다.

차경들. 시선에 계속해서 프레임된 레이어가 걸린다. 계산된 풍경이 아닐텐데, 시선을 계속 멈추게 된다. 동네가 좋은 덕이라면 덕인데, 이런 차경을 만들어내는 건 건축만의 몫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교동창 방자 식구들도 한국으로 돌아가기 마지막으로 집에 들렀다 갔다. 사실은 집이 이렇게 생기고 저렇게 생긴 것보다는 집에 누가 오고 누구와 음식을 나누고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가 더 중요한 것일테다. 많은 사람들이 놀러오는 집이 되었으면 좋겠다.

매불쇼 플레이리스트 2020

최애 팟캐스트 매불쇼에서 매주 음악평론가 배순탁, 음악인 김간지 (김겉멋)이 진행하는 매불쇼 음악캠프에 나오는 노래들을 모아뒀습니다. (매주 업데이트합니다.)

작년 리스트가 길어져서 작년꺼는 두고 2020년 페이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노래 소개도 이상해지고 애플뮤직 등 자주 사용하는 음악사이트에 등록되지 않은 노래들을 자꾸 틀어서 중간에 그만 둘까 했는데, 올해부터 좀 좋은 노래 많이 소개해줘서 계속 하기로 하였습니다. 매불쇼는 여기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2020년 3월 매불쇼 플레이리스트

애플뮤직 플레이리스트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2020년 2월 매불쇼 플레이리스트

애플뮤직

유튜브

2020년 1월 매불쇼 플레이리스트

매불쇼 플레이리스트 아카이브

엘리, 뉴욕은 원래 독해.

이전에 잠시 게스트로 참여하였던 팟캐스트 “엘리, 뉴욕은 원래 독해”에 고정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녹음을 한지는 꽤 되었지만 내부적으로 방향도 설정하고 기술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해서 공식적(?)으로 밝혀두지는 않았습니다만, 어차피 그런 문제들의 해결이 완전히 다 될 것 같지도 않고, 좀더 책임감에게 참여하기 위해 기록을 남겨둡니다. 

방송의 성격은 여전히 오디오 컨텐츠, 그러니까 팟캐스트의 형태를 유지하려고 합니다만, 플랫폼의 한계가 있어서, 유튜브도 하기로 하였습니다. 유튜버가 되어 떼돈을 벌자! 는 것보다는 지금 사용하는 팟빵이라는 플랫폼이 사용자 입장에서 너무 후진 관계로 좀 더 세련된 플랫폼에 올라타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런고로 원래 ‘유투버들 스타일’의 유튜브 컨텐츠가 아닌 관계로 현란한 화면보다는, 토크 위주의 컨텐츠를 좀더 충실히 전하는 형태로 만들어갈까 합니다. 

형태가 무엇이 됐든 보다 전달되기 편한 형태로 다듬고, 본래 팟캐스트의 지향하는 바에 맞도록 재미를 더하는 일만 아니라 차차 제 전공분야에 적합한(?) 컨텐츠도 더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최근에 업로드한 [뉴욕씨를 만나다] 코너의 초대 손님 정지영씨의 인터뷰입니다. 유튜브니까, 구독, 좋아요 눌러주세요.

이날치

메신저로 벌레 아저씨, 다슬씨가 난데없이 추천해준 노래, 이날치의 “범내려온다.”에 꽂혀서 범이 한 백만마리 내려왔다.

아니 도대체 이사람들은 뭔가 했는데, 얼마전 매불쇼에서 소개했던 “씽씽”과 같은 프로젝트(?)이고 그 뒤엔 어어부 밴드의 장윤규 장영규가 있는 모양이다. 씽씽은 경기 민요 전수자 이희문을 중심으로 민요 밴드였고, 이날치는 판소리 밴드인 셈.

노래도 노래인데, 편집없는 라이브 스테이지 뮤직비디오의 댄스를 보고 있자니 Daft Punk의 Around the World가 생각났다. 칼군무는 칼군무인데, 뭔가 K-pop 식의 칼군무가 아니라 찰리채플린 모던 타임즈같은 웃기는 칼군무가 미묘하게 중독적이다. 두대의 베이스가 만드는 미묘한 리듬도 드럼도 판소리 보컬들도 다들 각자 따로 노는 듯 한데 잘도 같이 논다.

어쨌든 새해엔 난데없이 합정역 5번 출구를 듣다가 이제는 판소리와 민요를.

2019 플레이리스트

2019년 정리할 정신도 없이 2020년이 훅 되어버렸네. 어쨌든 2019년 가장 많이 들은 앨범부터.

요즘은 음반을 구입하는 게 아니고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대이니, 특별히 자주 듣는 음악이 있으면 내 라이브러리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듣는 식으로 음악을 듣는다. 그래서 음반 전체를 처음부터 듣는 경우는 없지만, 한곡이 좋으면 그 앨범의 다른 노래를 차곡 차곡 추가한다. 별로 듣고 싶은 트랙이 없을 때까지. 그래서 스마트 플레이리스트로 달마다 자주 듣는 곡들에 대한 통계를 정리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 노래나 라이브러리에 담아두고 듣지 않게 되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앨범 하나 하나에 대한 감상을 적기 귀찮을 수도 있으니 일단 애플뮤직링크유튜브 링크를 만들어 두었다. 여기까지 적어두고 시간나는대로 아래에 앨범별로 감상을 적어보자…. 언제쯤 다 적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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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

이사를 위해서 짐을 싸다보니 예전에 한국에서 이사올 때 가져왔던 플라스틱 상자까지 재활용하게 되었다. 파란색 골판 플라스틱 상자. 거실에 이것들이 쌓여있으니 솔이가 그랬다고 한다.

“이거 제이티비씨에 맨날 나오는거 아니야”

5살짜리 애가 파란 박스만으로 뉴스를 연관시키는 걸 보니, 언론과 검찰은 도대체 얼마나 ‘박스들고 나르는 압수 수색’을 노출시키려고 노력한걸까. 또 제이티비씨는 이번에 도대체 얼마나 첫뉴스에 그걸 따라간 걸까.

오픈인롤먼트

해마다 돌아오는 ‘오픈인롤먼트미팅.’ 참으로 미국적인 연례행사. 이것이 무엇이냐 바로 당신의 건강 보험을 무엇으로 하느냐 결정을 하기 위해 보험회사에서 나와서 몇가지 비싼 옵션과 더 비싼 옵션을 보여주면서 너는 또 월급을 털렸다라고 알려주는 행사이다. 작년과 올해가 눈도 오고 비도 오고 해수면은 상승하고 달라지지만 도대체 왜 보험의 옵션은 해마다 변하는지 알 수가 없는 가운데, 몇십년을 이런 험난한 보험 선택을 삶을 살아온 미국인들은 왜 뭘 또 해마다 물어보고 싶은 게 많은 지 알 수가 없다.

정말 편리하게 각 보험 상품을 색으로 구분하고 표도 제공하고 앱도 있고 웹사이트도 설명해주는데 그러니까 애초에 쓸모없는 일을 벌려서 이해할 수 없는 걸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매년 보는 재미가 있다.

새 집

뭔가 기록해둘만한 큰 일이 생김 – 아아 이런 건 나중에 잘 적어둬야지 – 아아 이런 큰 일을 하느라 블로그를 적을 수 없어 – (큰일끝남) – 아아 귀찮아 – 결과는 – 블로그에는 별로 안 중요하고 안 큰 일만 주렁주렁. 이번에도 그럴까 싶어서 그 때 그 때 정리 안하고 적기로.

집을 사기로 했고 본격적으로 하우스 푸어의 길로 걸어들었다. 가난하더라도 이쁘게 배고프고자 예쁜 집을 찾았다. 내년 쯤이나 알아볼까 하다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집이 나타나 덜컥 계약을 해버렸고 중개인을 필두로 은행-변호사를 삼각 편대로 일이 한번도 미끄러지지 않고 진행됐는데 삼개월이 걸려 열쇠를 건내받을 수 있었다.

이 집은 150년이 되었다. 외관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플라스틱 패널 마감이다. 미국 나무집들의 가장 보편적인 (이라 쓰고 제일 싸다 읽는다.) 마감이다. 아마도 미국 가정집들의 이해할 수 없는 싼 느낌의 98%는 이 재료에서 온다고 본다. 마감을 제외하곤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좋은 점이자 나쁜 점이라면 뒷마당이 쓸데없이 넓다는 것인데, 옆집들은 차고를 만들어 두고 너무 넓은 마당을 조금 줄였다.

열쇠를 건네받는 날, 이전 주인을 처음 만났다. 사실 모든 계약은 변호사 혹은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부분은 실제로 만날 일은 없다고 한다. 구순은 족히 되어보이는 전직 변호사이신 이 어르신은 딸의 학교를 위해 이 집에 이사왔고, 따님이 장성한 후 이 집은 자신의 오피스로 쓰거나 딸이 살거나 했다고 한다. 변호사답게 깐깐하게 집을 관리했다. 고용한 중개인들을 세번이나 갈아치우며 새 주인을 꼼꼼히 찾았다. 계약 전에 자기 집에 뭐가 언제 고장이 났고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를 적었던 문서를 보내왔고, 다들 이게 뭐지. 어리둥절하고 그 어르신의 중개인은 왜 이런 계약 파토날 일을 하냐고 어르신을 나무라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열쇠를 전해주는 날. 열쇠가 든 봉투에 그동안 자기 집을 관리해왔던 가드너, 배관공, 핸디맨 등등의 연락처를 프린트한 편지를 꺼냈다. 선물이라며. 이들은 이 집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그리고도 기억할 수 없지만 한참 이웃의 친구들 이야기와 그들과 얼마나 친했는가를 이야기해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며 언제든 연락하라고 해주었다.

집이 사람의 몇 세대의 나이가 되니 내가 집의 주인이 된다는 생각보다는 이제 내가 이 집의 다음 세대 관리인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선배 집사는 그 일을 깔끔하게 끝내고 다음 세대를 위해 키를 넘겨준 셈이다.

이제 이사를 가기 전, 한참 인테리어 공사 중이다. 되도록이면 이 집을 그대로 두고 싶어서 물을 쓰는 공간들을 리노베이션하고 마감이 되어있지 않았던 지하실을 마감하는 정도로 공사를 하고 있다.

201909

9월은 정신없이 바빴다. 그리고 그 와중에 들은 노래들.

Apple Music 링크는 여기, Youtube는 여기. 요즘은 스포티파이는 점점 안쓰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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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

8월에 가장 많이 들은 노래들.

BTS의 idol을 듣다가 Nicki Minaj의 랩에서 갑자기 John Mayer 이야기가 나오길래 아니 존메이저가 여기서 왜나와 했더니, 존메이어 형 또 왜 니키한테 플러팅을. 그래서 오랜만에 존메이저 노래를 많이 들었다. 그랬더니 매불쇼에서 갑자기 왜 또 존메이저의 연애사 특집을. (매불쇼 8월 13일 플레이리스트 참조) 그리고 또 무슨 BTS 곡에선가는 정바비도 등장하더라. 와. BTS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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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여름

한국갔다 돌아온 지 딱 한달이 되었다. 가족들도 모두 돌아왔고, 프로젝트는 바쁘다. 아니, 중요 프로젝트가 쉬는 중이니 여기저기 다른 프로젝트를 돕다보니 나만 바쁘다. 새로 이사갈 집도 알아보고 있고, 인생의 숙제 검사라는 대출도 알아보고 있다. 이미 한달이 지났지만 으레 지난 여름이 어땠는가하는 인사에 한국을 다녀왔고 무얼 했나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는가를 물어보는 질문에 아직도 답한다. 잠깐의 인사에는 제주도에 다녀왔고, 온 가족이 만났다는 정도로 끝을 맺지만, 사실 개인적으로 2019년-여름-가족의 태그로 나의 기억을 정리하면 가장 먼저 기억이 나는 일은 ‘택배 사건’이었을 것이다.

2주간의 한국 방문 동안 온 가족이 제주도를 다녀왔고, 이리 저리 돌아다녔다. 그 와중에 사촌 형수님이 아주 오랜만에 보는 조카에게 선물을 꼭 주고 싶다고 부모님 집으로 값이 나가는 아동복을 택배를 통해서 보내왔는데, 원활한 배달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쇼핑몰측과 택배사와 선물을 보낸 형수님 그리고 부모님까지 5각 통신에 알고보니 조카 시혁이의 물건인 줄 알고 그 상자를 가져온 동생네까지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기억을 더듬고 누가 무얼 언제 어떻게 했는지 알리바이를 짜맞추어 갔다. 결론은 흔한 배달 해프닝이었고, 물건은 잘 배달되었다. 어디서나 어느 가족들 사이에서나 벌어지는 일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가장 특별하고 값진 시간이었다. 물론 제주도에서 목동에서 솔이와 시혁이가 같이 노는 장면은 큰 설명없이 스틸사진만으로도 입꼬리가 올라가는 흐뭇한 순간이겠지만, 이번 해프닝은 서사적으로 가장 잊혀지지 않는 순간이었다.

현재의 풀세트 가족이 되기전, 그러니까 동생과 내가 부모님집에서 살던 총각들 시절의 우리집이란 평화로운 조용한 가족이었다. 시끄러울 일을 만들지 않고 서로에게 미끄러지듯 조용히 살았다. 간섭하지 않고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먹고 싶은 것은 남에게 양보하고 의견을 내지 않았다. 그래서 길게 토론할 거리는 보통 학업 직업 재테크 등의 기능적인 활동이었고 다함께 머리를 모아서 고민할 일이란 별로 없었다. 부모님 집은 크고 각자의 방에 들어가서 조용히 있었다. 그래서 나에게 이번 택배 사건은 신선한 기억이었다. 동생집의 작은 거실에 둘러앉아서 각자의 기억을 꺼내서 시간조각을 맞추는 일은 나에겐 가족이 함께 방탈출 게임이라도 한 듯 가장 재미있는 일이었다.

여름이 끝났다. 또 가족들이 보고 싶다.

휴가 – 복귀

2주 간의 짧은 휴가를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가족들은 또 리조트 어딘가로 주말 여행을 갔는데 나만 어딘가에 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그래도 솔이가 어른들과 동생과 이렇게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다니 다행이다. 이런 류 경험의 선배말을 빌자면 이 나이 때의 한국 방문은 타국나와 사는 아이에게 평생가는 추억이 된다고 한다.

미국 설계사무실들이 다 그렇지만, 외국인들이 많다. 약삭빠른 미국인들은 디자인을 하지 않아서라고 외국인들끼리 생각하곤 한다. 그래서 자신의 고향을 다녀오는 조금 긴 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하는 날이면 뭔가 특산품같은 걸 키친에 두고 전체 이메일을 보낸다. 메일 제목은 보통 ‘treats from 어떤나라’이다. 여기에서 나름 자신의 정체성, 자기 고향의 정체성을 그러내곤 한다. 물론 해외 여행을 다녀온 미국인은 다녀온 여행지의 특산품같은 것을 사오기도 한다. 그런데 항상 그 특산품이란 것들이 특산품같은 것들이라 별로 먹고 싶지도 않고 그 나라적이지도 않아서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인도의 무슨 전통 과자라든가 한국의 떡같은 걸 무슨 맛으로 먹겠어. 한국 사람들이 평소에 먹지도 않는 이상한 전통 과자를 한국에서온 트릿이야하는게 맘에 안들었다. 그래서 공항에서 서성이다 좀 한국적인 건 뭘까 생각하다가 핑크퐁과 구데타마 과자를 샀다. 차라리 BTS과자나 레드벨벳과자같은 게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의외로 반응이 좋아서 저 계란은 뭐냐 베이컨을 이불로 덮는다 베이비 샤크 땜에 애들 가져다 줬다 등의 잡담을 나누었다. 과자는 그렇게 고급진 맛은 아닌데, 의외로 맛있다는 사람도 있었다. 뭐 구지 와서 맛없다고 할 사람은 없겠지만. 이렇게 작은 일에 쓸데없이 신경써서 기분이 좋다.

완판

회사에 남친 (한국 프로 배구리그 용병) 따라 회사를 그만 두고 대전엘 간다는 미국인 직원이 있는데, 대전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도움을 주기가 힘들어서 안타깝다.

휴가 – 아는 가게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안기가 서현 선생님과 약속을 잡아줘서 민재와 의현이와 함께 만났다. 선생님이 예약하신 익선동의 한 가게였다.

특별히 간판도 메뉴도 없는 아는 사람만 가는 가겐데 특별한 막걸리와 소주를 마셨다. 영화사 대표라는 그 사장님은 새로 들어온 좋은 술과 술에 맞춘 적당한 안주를 내주셨다. 그리고 또 다른 테이블에서 다른 손님들과 술을 드시고 계셨다. 술맛을 모르는 나라서 맛있다고 홀짝홀짝 마시다가 훅갈까봐 조심했는데, 막걸리도 신기하고 소주도 진기했다. 알고보면 우리끼리 떠드느라 선생님이 말씀하실 기회를 많이 안드린 듯.

수요일은 금식 목요일은 건강검진이라 화요일은 부산엘 다녀왔다. 솔이는 부산을 가도 잘 놀고 서울에서도 잘 놀고 제주도에서 잘 놀고 강원도 가서도 잘 노는게 참 한국 체질이다. 어딜 가나 어르신들이 이뻐해주니 그럴만도 하지.

부산에서는 아주 신기한 바닷가 가게를 갔다. 해녀분들이 하는 식당들이 모여있는 가게인데, 쯔께다시로 나오는 해산물들을 돈주고 사먹는 가게. 공짜로 먹던 애들이 공짜인 이유가 있고 돈주고 먹는 건 돈주고 먹는 이유가 있더라. 장모님께서 아시는 가게에 갔고 역시 아시는 건어물 가게에서 쇼핑을 했다.

서울로 돌아와서 건강검진하고 목요일에 큰 이모를 뵈러 갔다. 큰 이모는 엄마에겐 엄마같으신 분이시다. 언제나 큰며느리 역할을 하던 엄마는 큰 이모 앞에서는 수다떨고 어리광피우는 동생이 된다. 엄마가 가장 편하다고 생각하는 어르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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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큰이모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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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이모님은 내가 아주 어릴 적부터 상도동에 사셨다. 서울 한복판인데, 항상 이 동네의 모든 가게와 동네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다. 역시나 아시는 가게엘 가서 갈비찜과 냉면을 먹었다.

어딜 가나 제일 맛있는 가게는 아는 가게인 것 같다.

휴가 – 일요일

일요일은 이번 2019 서울시 건축상에 빛나는 AnLStudio가 디자인한 판교의 Pop House – 예지네 집에 갔다. 토요일과 마찬가지로 며칠 안되는 휴가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목표였으므로 판교에 자리를 잡고 사람들을 닥치는대로 불렀다.

집주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손님들을 불러놓고 아침을 먹으면서 – 그러니까 아침부터 – 처음 이 집이 지어졌을 때를 생각하면서 집구경을 했다. 집자체는 크게 달라질 것이 없었지만 여기저기 예지의 필요에 따라 가구며 집기들이 들어오고 처음에 두었던 가구들이 좀 바뀌었다. 조금더 주인과 집이 닮아진 것 같다.

솔이는 무조건 바론이형 오기만을 기다렸다. 무엇이든 한가지 목표만 가지고 집중하고 자기 것에 대한 개념이 강한 탓에 하루 종일 놀다가 착한 바론이 형이 다른 동생과도 놀아준다고 징징댔다. 다같이 노는 것, 어떤 룰을 받아들이도록 공통의 목표를 설정해주고 달래줬는데, 이것 또한 좋은 경험이 된 듯 하다.

아람씨와 윤성씨 그리고 아인이를 백만년만에 만났다. 집주인 쥴나베와 동갑인 둘은 뉴저지에서 살다가 몇년전에 분당으로 와서 자리를 잡았다. 아인이는 또 예지와 동갑이기도 하다.

2016년 메릴랜드 휴가 때 아인이와 솔이

바론이와 보람이도 오고, 이안이 쏭이 민석씨도 오고, 키에도 왔다. 솔이의 워너비 형님 바론이는 인스타그램으로만 볼 땐 세상 개구장이인줄 알았는데, 너무 의젓한 형아 오빠였다. 좋은 롤모델을 두었구나 아들.

쏭이가 이안이 밥을 먹이는 걸 보니 와 쏭이도 엄마구나 싶었다. 여기서 막내였던 이안이는 또 솔이랑 비슷하게 언니가 좋다고 쫄랑 쫄랑 아인이를 따라다녔다.

원래는 고기를 구울까 했는데 비가 왔다 말았다 해서 내가 원하던 중국집 배달을 시켰다. 한국 오면 꼭 배달 짜장면을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키에는 쥴님 나베님이랑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다들 각자 살아가긴 하지만 이런 거런 인연으로 엮이고 만나게 된다. 그래서 자리에는 없는 벌레아저씨 다슬씨 이름이 자꾸만 거론되곤 했다.

저녁 늦게까지 수다를 떨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아마도 아이들이 아니었으면 밤늦게까지 더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언제 또 이 많은 사람들을 다 한자리에 만날 수 있을까. 쥴나베님께 고마웠고 Pop House에게도 고마웠다.

그런데 수다떨 때 이름이 너무 했갈렸다. 아람 보람 바론 이안 아인을 계속 발음하다보면 경찰청 창살 쇠창살같은 느낌이다.

휴가 – 토요일

제주도에 다녀와서 서울있는 동안 한번 있는 주말.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을 만나려면 주말을 최대한 활용해야만 했다. 토요일은 트위터를 통해 몇몇분들을 집근처에서 만났다. 모두 목동 근처에 사시는 분들도 아닌데 구지 먼길을 와주셔서 솔이를 만나고 가셨다.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아파트에서 현대백화점이 있는 오목교역까지의 거리는 목동아파트 단지가 만들어진 후 꽤나 개발이 된 후에 다시 만들어진 거리이다. 2005년에는 이런 저런 불만이 있었는데 2019년이 되니 이제 너무 붐비는 거리가 되어버렸다. 결국 하루를 이 건물에서 저 건물 사이로 오가며 점심먹고 커피 간식 먹고 커피 저녁 먹고 커피했다.

픽스님이랑은 늘 하는 빈둥 빈둥 커밥커를 하다가 교보문고 핫트랙스에서 이상한 선물같은 걸 뜯어냈다. 제이미님과 정원이가 나타나서 엄청난 양의 로보트를 선물로 줘서 솔이는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다. 고마워 정원아 실은 동생 아니ㅑ 미국 남부도 아니고 가정식도 아닌 느낌의 미국 남부 가정식을 먹고 커피빈엘 갔다. 10년 넘게 그 자리에 그 자리에 있는 커피숍에 가니 고향에 온 느낌.

그리고 픽스님과 간식으로 떡볶이 부페에 갔다. 간식으로 부페 정말.

저녁에는 나무님과 해가 나타났다. 해는 파쿠르를 배운다고 한다. 아 그런 건 나도 배우고 싶다.

해가 고기를 못먹는다고 해서 고기를 먹기로 했다. 배가 불러서 많이 못먹는게 아쉬웠는데 꽤 괜찮은 목살이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사진을 하루종일 안찍었는데 솔이가 열심히 찍었다.

휴가 – 제주도

한국오자마자 회갑연 참석과 롯데월드 수족관 및 아버지 친구분 저녁 약속을 마치고 다음날 프로 예약러 제수씨의 예약에 힘입어 나흘간 제주도에 다녀왔다. 이제 막 돌이 지난 시혁이는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처음 비행기를 타면 울기 마련이다. 나는 이제 좀 많이 듣고 겪어서 큰 방해를 받지 않는데, 할머니는 이런 상황이 처음이어서 좀 당황하셨다. 알고보면 많은 일들이 할머니에겐 처음인 것 같다.

숙소는 미리 예약한 덕에 세가족이 묵는 3베드 스위트룸을 하루 이십만원에 빌렸다. 숙소 마지막날부터 태풍이 불어왔으니 안좋은 날씨는 운좋게 잘 피해서 잘 즐겼다. 아이들을 데리고 마구 돌아다닐 수도 없어 대부분의 시간을 숙소에서 보냈으니 그 적은 액수에 뽕을 뽑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많은 자본이 투입된 리조트 컴플렉스인데, 하드웨어엔 충실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어찌할 바를 몰라서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았던 엔터테인먼트 컨텐츠들이 4세 이상에겐 어필을 못했다. 뭐 4세와 1세 기준의 여행이었으니 나는 크게 불만 없었다. 저런 말도 안되는 트랜스포머 인터액티브 전시 어쩌구 하는 것은 여지껏 만나본 제주도의 망기획전시의 또다른 예였던 것 같아서 오히려 좀 반가웠다. 제주도의 모든 음식과 자연이 가진 매력만큼 제주도의 모든 전시기획은 최악이다. 어찌 이리 한결같은지.

하루 다섯끼 제주도 음식을 먹겠다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제주도에 갔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매번 식사 여행을 하기도 힘들고 하루에 한번 정도 맛집을 찾아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다행히 숙소 근처의 집들이 대부분 괜찮은 가게들이었다.

도착후 첫끼. 리조트 안에 있는 식당가 라면도 맛있네.

시혁이 낮잠도 재워야하고 무리하지 않은 일정을 잡았으니 숙소 안에서 누워있는 시간이 많았다. 휴가라면 이래야지.

누워서 빈둥거리다가 리조트 안에 있는 수영장 가서 오랜만에 혼자 수영도 하고 낮잠 자다가 일어나서 먹고 놀았다.

물론 애들이 일어나면 다 기상.

저녁과 함께 해수욕장을 찾았다. 시혁이에게는 처음 바다를, 솔이에게도 역시 처음 한국 바다(?)를 보여주러 나갔다.

부모님은 워낙 제주도에 자주 오셔서 왠만한 제주도 로컬보다 여기 저기 제주도에 관한 것을 잘 아신다. 여기는 한 백미터 걸어나가도 허리밖에 물이 안차. 아이들에게 좋은 곳이지. 라는 것과 같은 디테일과 쓸데없는 쯔께다시없는 자주 가는 횟집이 있는 협재 해수욕장을 찾았다. 식사 마지막의 매운탕에 반찬이 부족하다면서 할머니는 갈치 구이를 추가 주문하셨고, 할아버지는 또 뭘 시키냐고 하셨다. 부모님의 변치않는 모습이 반가웠다. 이미 배가 불러서 뭘 더 먹을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어쨌든 또 다 먹었다.

시혁이는 물을 보자마자 달려나갔고 바다에 엎어졌다.

솔이는 신발에 모래들어가는 거 싫다고 안가려고 하는거 신발 벗기고 발닦는데 있는 거 확인 시켜주고 겨우 들어갔다.

해는 저물고 물은 찬데 시혁이는 멈추지않고 물로 달려들어서 얼른 도망나왔다.


둘째날에는 미리 약속했던 사촌 동생과 저녁 식사를 했다. 이 친구는 카카오에서 일하면서 이곳에서 제수씨를 만나서 결혼해서 살고 있다. 처음에 여기까지만 알고는 ‘아 이번 기회에 매스스터디즈에서 했다는 카카오 본사 건물 구경도 하고 현지인이 찾는 로컬 맛집도 가야지’ 까지 생각했으나, 알고보니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와 반대편에 있었고, 정작 현지인은 이 동네 나와서 평소 안가는 동네 맛집 가보는 것도 좋겠다라고 생각했던 모양. 덕분에 힙하게 로컬 재료로 파스타를 만다는 가게에서 힙하게 식사를 했다. 이탈리안이나 프렌치같은 가게를 가면 아버지는 좋아하시고 어머니는 별로 안좋아하신다. 나는 그냥 많이 먹는다.

조카좋아하는 선물이 뭐냐고 부담스러운 선물까지 사가지고 왔다. 와중에 솔이는 잠이 들어버려서 누가 줬는지도 모르고 장난감만 들고 좋아할까봐 증명사진을 찍어뒀다.


셋째날부터는 비가 오기 시작했다. 태풍이 온다고 했지만 오락가락하는 날씨였고, 더운 날씨에 비가 오는둥 마는둥하니 약간 사우나를 헤쳐다녀야하는 날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리조트 수영장에서 수영을 했고, 테마파크를 찾았다. 솔이가 우연히 슬랩스틱 만화 ‘라바’를 티비에서 한참 보다가 나왔는데, 마침 테마파크의 메인 캐릭터가 라바였다.

비때문에 놀이기구를 몇개 타보진 못했지만 나름 리조트 안에 있는 테마파크치곤 이런 저런 구색은 다 갖춰두고 있었다. 여기가 제주도인지 강원도인지 관심없는 아이들에겐 괜찮은 시설. 다만 이 토종 캐릭터들이 좀더 스토리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억지로 스토리를 엮으려니 좀 …


숙소였던 신화월드라는 곳은 나쁘지 않았다. 가볍게 매일 수영장에 다녀올 수 있었고 깨끗했다. MD도 비교적 잘 해둬서 리조트밖으로 거의 나갈 필요가 없었다. 워터파크도 있고 테마파크도 있고 한류 테마 파크도 있었다. – 그럼 제주도에 왜 온거냐, 그렇다. 사실 이 리조트는 왜 제주도에 있는지 모르겠다. 어디에 있어도 괜찮은 리조트이긴 하다. 사실상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구지 리조트 밖에 안나가도 되는 입장이긴 했지만. 무엇보다 모든 것이 갖춰진 쓰리베드 스위트가 하루에 20만원! 물론 성수기에는 일박에 80만원까지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