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 감사절을 맞이하여 쉬지않고 잘 먹었습니다. (19일에는 추수감사절 당일에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미리 만났습니다.) 미국의 명절이란 회사 생활이 지겨워질만 하면 한번씩 적절히 주어지는데, 오랜 시행 착오 끝에 최적화된 독일차량의 부품이 가진 수명 연한을 떠올리게 합니다.
추수 감사절인 것을 모른채 한국에서, 니자에게는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Kie가 와서 명절을 함께 지냈습니다. 추수감사절과 그 다음날은 모든 가게들이 문을 닫습니다. 그래서 해외 관광객에게는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비행기표를 구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의미가 퇴색되어버린 블랙프라이데이 오후나 되어야 가게들이 문을 엽니다. 관광객에게는 이상하게 전래된 이민자의 명절을 즐기기엔 최고의 여행일정이지요.
목요일


24일에는 명절 분위기를 한껏 내고자 갈비찜과 전을 해먹었는데, 선물로 받은 과일 상자는 명절 바이브를 배가해주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금요일
25일에는 업스테이트 뉴욕으로 올라가서 연휴를 보냈습니다. 준범씨와 현진씨가 최근에 마련한 호숫가집에 묵었습니다.

물론 쉬지 않고 먹었습니다. 만두를 빚어 먹었고, 쭈꾸미 삼겹살을 해먹었습니다. 놀랍게도 사진 한장 없습니다. 밤에는 모닥불을 피우고 스모어를 해먹었습니다. 낮에 떨어진 비를 적당히 말리고 춥지도 덥지도 않게 불을 쬈습니다. 적당히 옷에 불냄새도 배고 아이들도 당량을 적당히 넘길 때 쯤, 오락가락 비가 오면서 하루를 마감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토요일
비가 오락가락한 다음날은 청량한 뉴욕의 가을 날씨였습니다. 날씨는 덥지 않고 해는 길고 단단하게 드리내렸습니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허드슨 Historic District of Hudson 에서 커피를 마시고 디저트를 먹고 쇼핑을 하고 저녁을 먹었습니다. 허드슨에는 세번째 방문인데, 이번이 가장 긴 방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메이커스호텔의 피스타치오 크로아상을 현장에서 먹어볼 수 있었습니다. “허드슨 홍보 대사” 윤형씨가 “배달”해주신 것을 먹어본 적이 있었지만, 줄을 서서 바로 사먹을 때의 느낌은 전혀 다릅니다. 진열된 여러개 중에 3개를 주문했는데, 그것이 내 앞에 있는 사람의 주문과 함께 처리되며 모든 크로아상이 사라지는 걸 바라보며 주문을 취소하는 뒷사람의 *sigh*를 들을 때의 가학적인 쾌감같은 것을 배달을 통해서는 느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놀랍게도 모든 로컬레지던스의 사랑을 받는다는 유명 베이커리 – 알 수 없는 이유로 영업을 중단했다는 – 가 랜덤하게 문을 여는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구지 줄을 서서 그 유명하다는 빵을 먹어보진 않았습니다. 세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대기줄의 마지막 손님에게 이것은 무엇을 위한 줄인가요? 하는 질문을 던졌지만, ‘빵’ 이라는 차가운 대답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무슨 줄인가요? 하는 질문에 멈추지 않고 이 빵집의 위대함을 설명하는’ 광신도 로컬을 기대했거든요. 대답이 짧을 수록 이방인에게는 인종차별의 해석이 길어지게 되기 마련이죠. 또 아침엔 베이글, 두블럭 전에는 크로와상을 먹었고, 마지막으로는, 사실 원래 길게 줄을 서서 뭘 사먹을 정도로 부지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번도 챙겨본 적이 없는데 사라져버린 전통, 블랙프라이데이를 기리기 위한 것은 아니지만, 어찌됐든 허드슨 방문의 가장 큰 목적은 쇼핑이었습니다.



이 길은 좋은 중심가를 형성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 많은 도시 계획가들의 좋은 예시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아이에게 쇼핑이라는 행위가 어떻게 엄마와 엄마친구에게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 있는지 설명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허드슨시의 중심인 워렌 스트릿은 10피트의 보도와 왕복 두개의 차선과 스트릿 파킹 차선의 대략 60피트 정도의 최적의 리테일 스트릿의 폭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회사에서는 계획할 때 더 좁은 폭의 도로를 선호합니다만, 일반적인 미국의 거리로는 이 정도면 꽤나 적절하게 좁은 폭의 도로입니다.)



이 정도 폭이면 차들은 느리게 달리고 사람들은 부담없이 도로의 양쪽을 거닐며 양쪽의 가게들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 정도의 성공적인 리테일 스트릿이 1마일 (1.6키로)에 걸쳐서 이어진 경우를 요즘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전형적인 뉴어바니즘의 거리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유사한 유형으로 지루함을 유발하지는 않습니다.

대략 한 블럭마다 유형이 달라지거나, 다른 유형의 건물이 삽입되어있었습니다. 물론 건물의 형태와 유형에 상관없이 리테일이 다양성을 만들어내는 가장 큰 요소였습니다.






이제는 아이도 제법 자라서 공개된 페이지에 아이사진을 올리는 것을 자제하려고 하지만, 이번만 올려야지 하고 또 올리게 되고 맙니다. 엄마가 쇼핑하는 동안 마인크래프트에서 엔더드래곤과 위더에 대해 꽤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는데 거의 알아듣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메이커스까페의 비싼 사워도우쿠키와 작은 커피 가게에서 구색을 맞추기 위해 넣어둔 싸구려 쿠키를 크게 차별하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물론 허드슨의 모든 상품이 성공적이진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나 가격면에서 허드슨은 절대로 추천할 만한 곳은 아닙니다.


또한 좋은 도시를 만드는 가장 화려한 요소인 Alley 역시 빠지지 않고 중간 중간 배치되어있었습니다. 이런 요소들은 “Historic district”만이 가지는 특권과 같은 것이죠. 개인의 재산권과 시간의 흐름이 밀고 당김을 지속하면서 만들어지는 재미는 하루 이틀에 만들어진 환경에서는 즐길 수 없는 재미입니다. 대부분은 “intentionally” 만들어낸 효과들이 아니기 때문이죠.

점심을 건너뛰고 저녁을 먹어야하는 애매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허겁지겁 점심 겸 저녁을 먹기 위해 허드슨을 떠나 티볼리 Tivoli로 이동하였습니다. 저녁을 준비하는 시간이 되다보니 파스타를 기대하고 갔던 가게에서 파스타를 먹지 못해 허탈했습니다.





하지만 도대체 이 구석의 동네에 무슨 일이 있길래 이렇게 좋은 가게들이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였습니다만, 다음 기회로 미루고 다시 두시간을 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일요일
일요일에는 파스타에 맺힌 한을 일단 풀고 잠깐 엘뉴원독 회의를 했습니다. 연말 컨텐츠 준비와 파티 준비를 위한 회의였습니다.

그리고 엘리님과 키에는 꽤나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능력과 지분을 나누기로 하고 근육남에 로망에 대한 의견도 나누었습니다. 앞으로 둘의 사주에 금과 나무가 많기를 바랍니다.


새벽까지 사업과 직장과 연애와 같은 중요한 문제에 대한 토론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키에는 서부로 남은 여행을 계속하기 위해 떠났습니다. 즐거운 여행과 운전이 계속되길.
4일간의 긴 주말을 알차게 보냈습니다. 모두 오랜 뒤에든 다음 주에든 다음에 볼 때까지 건강하길.
사진은 모두 아이폰의 기본 카메라에서 RAW로 찍은 뒤 Light Room에서 Prorawmonochrome 프로파일을 적용하였습니다. 몇몇은 Proraw를 적용하거나, Heic로 촬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