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오미크론에 걸리고 말았다. 다행히 묵직한 증상은 없고, 콧물 질질 재채기 가끔과 같은 우스운 증상으로 증상발현 1주일 만에 뒤늦은 유행에 올라타 비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아이가 먼저 오미크론에 걸렸다. 아이가 양성이라는 문자를 보고 난 후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정신을 차리는데까지 5분 이상 걸린 것 같다. 아이의 부모가 되면 “접종 후 영유아 중증확율 0.17%” 같은 소숫점 이하의 숫자가 0이 아니라는 사실을 원망하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아이의 울음소리가 없었으면 그 상태로 회의가 끝날 때까지 멍하니 앉아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급히 팀의 다른 멤버에게 아이가 양성이라고 하니 가보겠다고 하고, 회의를 빠져나와서 거실로 나왔다. 아이는 자기가 바이러스 때문에 죽는 줄 알고 울기 시작했다. 세상 서럽게.
바로 아이에게 다시 한번 항원체계에 대해 내가 이해하는 수준의 설명을 해주었다. 그동안 착실히 백신도 맞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식사도 잘 했으니 몸안의 군인들이 잘 준비하고 있었고 잘 싸우고 있는 중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지금부터 밥 잘먹고 푹자면 바이러스들을 다 물리칠 수 있다고 안심을 시켰더니 울음을 멈췄다. 당연히 그 날 이후 기침을 하루 이틀 정도 더 하고 열이 올라서 해열제를 하루에 한번 정도 주는 이외엔 큰 증상을 보이진 않았다. 남을 달래는 게 나를 달래는 방법이다.
다행히 아이는 평소보다 밥도 잘 먹고 이미 준비된 학교의 온라인 수업을 잘 챙겨서 들었다. 학교에서도 별다른 서류를 요구하지 않고, 10일 뒤 다시 학교에 나오라고 해주었다. 열흘 동안 집밖에 나가지 않는 것 – 사실 그것도 평소와 그리 다르지는 않다. – 외에는 별 일이 없었다.
느슨한 격리 기간 동안 나 역시 가벼운 증세가 보여서 테스트를 해봤더니 약하게 양성이 보였다. 래피드 테스트의 특성상 “걸렸을 수도 있고 안 걸렸을 수도 있다.” 정도로 여기고 몇일을 보냈다. 그나마 니자는 몇번의 테스트에도 음성이 나왔다. 아이의 격리가 끝나기 전날 다시 한번 테스트를 했더니 아이는 완전히 음성이 나왔고 나는 확실한 양성이 나왔다. 아마도 몇일은 더 콧물과 재채기같은 증상에 시달려야겠지만 이제 슬슬 팬데믹의 끝이 보이는 것 같다.
(아마도 이제 곧) 회사에서 오프라인 출근 시간을 늘리는 것에 대해선 걱정이지만 슬슬 ‘정상적인’ 세상으로 돌아가길 빈다. 아주 무서운 맹수를 운좋게 철창 건너편에서 구경하고 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는 저 철창과 같은 쪽에서 하루 하루 두려워하며 살았을지도 모르는데, 2년을 세상 편하게 즐겼던 것에 대해 마지막으로 신께서 뒤통수를 한대 치며 혼을 내시는 중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