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0일 드디어 미국 대통령이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트럼프가 쫓겨나는 뉴스만 찾아보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금융 지뢰밭이 전 대통령 트럼프를 기다리고 있어 (The Financial Minefield Awaiting an Ex-President Trump)’라는 뉴욕타임즈의 19일자 기사를 보았습니다. (19일인데 벌써 ex-를 붙이는 센스 😈)

아니 도대체 커리 플레이버가 무슨 뜻이지? 뭔가 냄새가 난다는 뜻인가. 카레맛 하고 검색해보니 카레 맛, flavor도 아니고 favor더군요. 아니, 카레 호의? 이게 왜 ‘아부를 떤다’는 뜻이 되는 건지, 찾아보니 뭐 별 건 아니고 curry도 favor도 우리가 아는 단어의 뜻이 아니라 불어에서 온 단어가 잘못 발음되고 잘못 적혀서 오늘에 이르렀다고 하더군요. The meaning and origin of the expression: Curry favour
며칠 전에 Shake Shack에서 ‘난데없는’ 한국식 양념치킨 햄버거를 사먹었습니다. 정확한 제품명은 Korean-Inspired Chicken Sandwich으로 셱섁의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자면 2015년에 치킨의 나라 한국에 갔다가 신사동 한잔의 추억과 이태원 엉터리 통닭에 감동을 받아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패티는 고추장 양념치킨이고, 김치 코울슬로는 포틀랜드의 김치 회사 Choi Kimchi Co. 와의 협업을 통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맛은? 고추장 맛이 납니다.
좀더 전문적인 기사에서도 이 “논란의” 메뉴에 대해 평하고 있습니다. We Tasted Shake Shack’s Controversial New Korean-Inspired Menu 대체적으로 악평이고, 다른 요리 평론가의 트위터를 빌려 “게으른 번안”이었다는 평을 더했습니다.
물론 저 트윗에도 많은 논란이 달렸습니다. 어차피 KFC 아닌데 뭔 상관이냐 혹은 맛있다. 맛없다. 이건 코비드 탓이다 등등등. 저는 그 중에 David Larriva의 댓글에 관심이 갔습니다. – 아무데나 토틸라 씌우면 타코라고 부르잖아.
curry favor는 카레와도 상관이 없고 원래의 단어였던 불어 conraier 와 의미, 준비하다와도 다르지만 어쨌든 오늘 날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심지어 저처럼 착오를 일으키는 언어 사용자들이 증가한다면 ‘curry flavor, 카레맛 = 아부’로까지 바뀔 수도 있을지 몰라요. 저는 “요새 애들의 줄임말, 신조어 혹은 외래어에 대한 비판”을 그다지 찬성하지 않습니다. 원래 말이 그렇게 바뀌면서 점점 많은 의미를 담아간다고 생각하거든요.
한국 양념 치킨을 맛보고 시작한 햄버거 메뉴가 햄버거 맛도 아니고 양념치킨 맛도 아니지만 어쨌든 새로운 메뉴는 탄생했고, 팔리게 되었습니다. 이미 양념 치킨의 맛을 잘 아는 한국 사람의 입장에서는 괴식의 탄생같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괴식이, 신조어가 더 다양한 맛을 담은 음식으로 변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인도에서 먹었던 맥도날드의 치킨티카마살라버거도 꽤 괜찮았으니, 카레맛 양념 치킨 버거도 괜찮을 것 같아요. 아부의 의미로 주는 버거가 되겠군요.
그래서 맛은.
햄버거와 양념 치킨이 먹고 싶을 때 이걸 먹으면 한번에 해결되겠군! 하는 생각은 버리세요. 햄버거 맛도 아니고 양념 치킨 맛도 아니니까.
이상은 이런 걸 왜 먹냐는 니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