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 먹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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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 주말 동안 특별한 약속을 잡지 않았다. 방자네 집에서 수영을 하고 저녁을 먹기로 한 것을 제외하고는 별 생각도 없었고 여름도 애매해져 버렸다. 틈틈히 애국한양 통일건축의 선배님이라는 이용재 선배님의 ‘한식의 품격’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책은 너무 재밌지만 한시간 이상 앉아서 책을 읽을 시간은 따로 없다. 손닿는 곳에 두고 트위터 보듯 잠깐 잠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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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

금요일 저녁엔 엄마들끼리 무비나잇이 있었다. 내 탓이기도 하지만, 니자는 솔이 엄마가 된 이후 처음으로 극장엘 갔다. 극장에 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극장엘 간다’는 정도의 시간과 체력, 여유가 생기질 않는 것이다. 한 때는 매주 메가박스에 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는데.

엄마없이 아이 보기를 두려워하는 아빠들은 모여서 애들끼리 놀라고 하고 수다를 떨었다. 저녁으로 동네 최가 냉면에서 냉면곱배기 목살 콤보를 얼른 픽업해서 해결했다. 나는 모든 종류의 냉면을 사랑한다. 냉면을 픽업하면서 혹시 면과 국물을 분리해서 포장하면 조금더 멀리 갈 수 있지 않느냐고 물어봤더니, 이미 시도해보았고 그러면 면이 바로 굳어버려서 차라리 조금 분 상태로 먹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 뉴저지 팰리세이즈 파크 최가 냉면에 대한 신뢰도가 +1 되었습니다.

뉴욕 정식에서 평양냉면+곰탕으로 팝업을 한다고 했는데, 신청이 늦어서 못 갔지만, 우리만 빼놓고 호영솁이 다슬씨와 희태씨만 데리고 간다는 사실을 곱씹으면서, 동네 냉면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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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전

토요일 아침에는 누룽지를 끓여서 니자가 담궈둔 오이지 – 피클에 가까움 – 와 먹을까 하다가, 표고버섯과 다시마로 육수를 내어 소금간을 한 계란찜을 만들고, 남은 육수에 냉동 해산물을 조금 넣고 누룽지와 함께 끓여서 해물누룽지를 만들었다. 마지막에 국간장을 조금 넣었지만 최대한 밍밍한 맛으로 해서, 나혼자 먹었다. 사진을 처음 배울 때 민재가 ‘최대한 화면에 모든 것을 빼고 피사체만 남도록 해봐.’ 했던 조언이 생각났다. 그다지 훈련받지 않은 아마추어라면 조금 더 간결해지는 것이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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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태씨와 준영이와 함께 인도어짐을 가볼까 했지만 인도어는 공식 영어 외에는 힌디, 그리고 서브 카테고리로 수많은 언어가 있다는 드립따위만 카톡창에 남기고는, 준영이의 미열과 나의 귀찮음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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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한달의 절반 이상을 출장으로 보내는 마일리지 부자 방자네서 저녁을 먹었다. 시들시들한 여름이라 클로스터 명소, 방자네 수영장을 이용할 계획은 취소(당)했고, 시들시들한 엄마는 낮잠을 잤다. 솔이하고 좀 재밌는 쇼핑을 해보고 싶어서 동네 인근 H마트 옆에 있는 한국 서점을 찾았는데, 서점은 얼마전에 문을 닫은 모양이다. 한국 책방이라는 특수한 생존 조건 – 아마존에서 팔지 않는 책을 판다. – 이 특수한 위협 조건 – 한국 사람은 책을 읽지 않는다 – 에 밀렸나 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문방구에서 장난감이나 사줄까 하고 갔더니, 대부분의 한국 장난감 (타요, 또봇 등)은 두배에 가까운 가격표를 붙이고 있었고, (사실 Cars와 Thomas 외엔 그리 관심 없음) 대부분의 전시 상품은 K-pop 아이돌 관련 굿즈였다. 과연 이런 가게들은 얼마나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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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토이즈알어스에서 Disney Cars의 마이너한 주인공, Tiny를 집어왔다. 커다란 Mack (16대까지 다른 Cars를 수납가능!) 에 혹시 관심이 있을까 해서 보여줬는데, ‘엄청 크네’ 하고 특별히 이걸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 듯 했다. 저렇게 큰 것은 자기가 사면 안되는 것으로 엄마가 세뇌를 시켜두었나 싶었다. 나중에 생일이나 크리스마스같은 때에 사줄 특별 선물로 두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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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자네서 굽기로 하였으므로, 내가 굽고 싶은 것도 한두가지 집어 갈 요량으로 H마트에서 가래떡을 집고, 푸드바자에 가서 LA 갈비를 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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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먹을 때 밥을 함께 먹으면 너무 배부르고 조절도 안되니 고기를 다 먹고 난 후 밥을 먹으면 좋겠지만, 바베큐 때 그런 식으로 ‘그럼 식사는?’ 같은 순서를 정하지 못하니, 가래떡을 구워 달게 꿀같은 걸 찍어 먹으면 자연스럽게 디저트로 연결되는 바베큐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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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갈비는 명절 음식으로 무시당해 왔었는데, 직화로 구워먹기에 (아주 좋지도) 아주 나쁘지 않았다. 꽤나 LA 갈비가 (나혼자 생각엔) 성공적이어서 일요일 저녁에 한번 더 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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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래떡 구워 먹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바베큐에서 해보니 나쁘지 않았다. 특히 바베큐의 특혜를 많이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겐 꽤나 인기가 좋았다. 사실은 여름 디저트라고 생각하고 당고를 떠올렸었는데, 여러가지 변환을 거쳐서 전혀 다른 떡을 먹었다. 그래도 당고 생각에 올리고당, 메이플 시럽, 간장 세가지를 놓고 취향에 따라 찍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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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청소를 조금 하고 쓰레기를 버리고 왔더니 나혼자 버리고 왔다고 삐져서 다시 한번 쓰레기를 버리러 다녀왔다. 자기가 들고 갈 수 있는 사이즈의 쓰레기를 집어서 들고 나온다. 신발을 신는 일도 계단을 내려와서 가는 것도 모두 도와주면 ‘솔이가 할꺼야’라고 한다. 다만 찻길을 건널 때면 반드시 손을 잡고 가야한다고 했고 착실하게 멈춰서 손을 잡고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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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크면서 다들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번 주말 내내 솔이의 디폴트 대답이 ‘싫어’였다. 딱히 이유가 있다기보단 그냥 그런데 몇번 화를 냈다. 중요한 건 내가 화를 안내야하는 건데, 쉽지 않다. 고집이 있긴 하지만 주위를 분산시키거나 다른 대안을 설득하거나 하는 등 적절히 대처하고는 있다. 다만, 이 적절한 대처가 적절한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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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공간 지각 능력은 좋은 듯 해서 차를 타고 어디를 가거나 돌아오거나 하다가 다른 길로 가면 왜 이리로 가냐고 질문을 하거나 자기가 가고 싶은 곳에 가지 않으면 떼를 쓴다. 쓰레기를 버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두갈래인데, 이쪽으로 갈거냐고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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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길이 정해지면 앞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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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기분이 나빠지는 일이 큰 이유가 아니듯 좋아지는 데에도 대단한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다. (아빠처럼)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가는 길이 기분이 좋아서 춤도 춘다. 물론 감정에 영향을 주는 것들을 우습게 보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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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건 그리 쉽지 않다. 신경쓸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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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에는 다시 LA 갈비와 가래떡 구이를 먹을 생각을 했다. 푸드 바자는 한국인을 위한 마트가 아니지만, 오너가 한국인이어서인지 괜찮은 한국 식자재를 갖춰둔다. 그렇다고 다른 문화권의 식자재에 부족한 면이 있는가 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냉장고에서 통째로 얼린 기니피그를 보고 기겁을 했지만, 나름 이 마트의 전문성에 대한 신뢰는 커졌다. (물론 다시는 그 섹션 근처에도 가지 않을 것 같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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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팩에 25불이고 보통 식사량인 사람들이면 다른 음식과 함께 3-4인이 먹을 수 있을 양인 것 같다. 하지만 (항상 입맛이 없으신) 최박사님과 함께이니 두팩을 준비했고, 한팩은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했고 한팩은 양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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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구이와 소금구이 둘 중에 고르라면 언제나 소금 구이. 하지만 둘다 먹을 수 있다면, 소금 구이 먹고 양념 구이 먹는 순서로 먹는다면, 사양하지 않는다. 보통 하루 정도 양념을 재둬서 먹는데, 저녁 먹을 시간까지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고기가 얇으니 잠깐 재도 상관이 없을 것 같았다. 니자는 그 짧은 시간에도 고기를 물에 넣어서 피를 빼고 양념을 했고 된장찌게를 끓여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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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식사 약속은 즉흥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미리 몇일 전에 약속을 잡는 일보다는 한두시간 전에 ‘뭐해요?’ 로 이루어진다. 그러다보니 미리 미리 준비할 것이 많은 식구들과는 잘 만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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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슨 온다고 하면 바로 여기 가서 기다린다. 그리고 차소리만 나도 ‘앨리슨 차가 왔어?’ 라고 한다. 막상 오면 좋아는 하지만 배려를 한다든가 앨리슨이 좋아하는 놀이를 하는 것은 아니다. 앨리슨이 워낙 잘 맞춰주니 좋은 것이다. 남자들이란 이렇게 이기적이다.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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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집에서 바베큐를 하면 여러모로 실패 확률이 높다. 보통 발코니에 그릴을 두고 하는데, 충분히 굽는데 집중하지 못해서 고기를 태워먹기 싶상이고 금방 어두워져서 (특히나 양념은) 구워진 정도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 예전에 니자랑 둘이서 양념 돼지 갈비의 합을 한참 맞출 때는 엄청 집중을 해서 구워지는 냄새의 변화까지 확인해서 뒤집고 구워서 완벽에 가까운 맛을 내면서 좋아라 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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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LA 갈비는 얇고, 기름이 많이 나와서 삼겹살을 바베큐로 구울 때의 단점만큼, 쉽지가 않다. 어느 정도 두께가 되는 고기는 고기 덩어리끼리 두께나 크기, 지방의 정도가 차이가 있더라도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얇게 만든 고기이니, 기계로 일정한 크기를 썰어냈다 하더라도, 구울 때 개별 덩어리 별로 꽤나 신경을 써줘야 한다. 그래서 앞뒤로 직화만 하고, 그 후엔 그릴의 절반에 호일을 깔아서 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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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갈비에 대한 이야기가 명절 갈비찜 이야기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원래 명절 음식이었던 갈비찜이 언젠가부터 LA갈비 ‘구이’에 밀려나서 너무나도 아쉬웠다는 대미식가 최박사님의 과거 회상이, 다른 사람들과의 경험과 겹쳤다.

나역시 LA 갈비 구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유를 생각해보니, 명절 아침에 전부칠 때 사용하는 판판한 전기 그릴에 구워지는 양념 갈비가 맛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전을 부치기 위해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평평한 코팅된 철판 위에 양념 갈비를 올려두면 천천히 뻣뻣하게 고기는 익어갈 것이고, 국물은 고기 주변에 모여서 찜도 아니고 구이도 아니고 미묘한 상태로 익어버렸던 것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LA 갈비에 대한 인상은 그 정도였는데, 작년이었나 한양대 건축 뉴욕 동문회 때 직화로 구워먹었을 때 조금 생각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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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도 하드한 양념을 쓰는데 논골집이나 이런데서 하듯 가벼운 양념으로 양념구이를 하면 어떨까 싶다. 양념 파트는 내 영역이 아닌고로, 니자랑 상의해서 한번 연구해 봐야겠다.

어설픈 여름이 끝나가고 있다. 여름을 싫어하지만, 훅 덥지 않으니 찝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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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op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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