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저녁 먹고 동네 놀이터를 찾았다. 솔이가 어릴 적부터 자주 데리고 가던 놀이터였는데, 낮에는 너무 뜨겁고 저녁에는 이런 저런 행사를 치르느라 동네 놀이터에 데리고 갈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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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의 인스타그램) 막 걷고 뛰기 시작한 때부터 자주 왔다. 회사가 붕 떴을 때라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없고, 아직 날이 추워 한살박이 데리고 어디 갈 여유도 없어서 어디 멀리 가지도 못하고 그래서 솔이한테 미안한 마음에 여기나 오고 그랬었다.
저녁에 솔이와 동갑내기인 준영이의 아버님 희태씨가 연락와서 놀이터가는 데 나오라고 해서 얼른 나갔다.
겨우 겨우 놀이터를 아장 아장 탐험하던 애들이 이제 질주를 한다.
‘놀이터 / 놀이기구’ 라는 단어에 비해 엄청난 스케일의 놀이기구이지만 이제 애들이 뛰어다니니 그리 넓지 않아보인다.
그리고 일일이 뒤따라 다니며 속도를 맞추는 것보다 조금 높은 곳에서 감시하는 정도로 충분하다.
이제는 너무 뛰어다녀서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중간에 달달한 과자를 가지고 꼬셔서 인터미션을 가져야 한다.
스쿠터와 헬멧에도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헬멧이 싫어서 스쿠터도 안탄다고 했는데, 이제는 둘다에 익숙해졌다.
싫다고 무조건 들어주는 것보다 안되는 건 안된다고 하면 또 그런대로 따라준다.
준영이도 헬멧을 싫어했는데 솔이도 쓰니까. 하고 씌우니까 그래도 쓰게 됐다. 주변에 모두 헬멧을 안쓰면 나도 안쓸래하는 아이를 설득하기 힘들다.
남자 아이 둘을 실내에서 데리고 놀면 장난감을 두고 자주 싸우는데 밖에 나와서 달리게 하니까 세상 그런 좋은 친구가 없다.
이것이 성별에 따른 잘못된 스테레오타입인가는 모르겠지만, 이 둘의 경우는 확실히 그렇다.
그러고보니 준영이 신발이랑 솔이 신발이랑 똑같네.
준영아 그 신발도 할머니가 사줬니
헬멧은 키에이모가 사줬고 티셔츠는 엄마가 20대 떄 입었던 티네. 무려 상표가 Koogi 5001이라구. 그 90년대의 쿠기 5001
그런데 스쿠터로 가도 준영이 달리기랑 비슷하다는 게 함정.
그러고보니 이 나이키 신발은 보람 이모의 선물이었던가. 바지는 헨리형 꺼였지 아마.
어른들이 여기 앉아서 얘기하는 거 보더니 구지 지들도 저기 앉겠다고.
언제 이렇게 컸냐 니들.
이제 V도 하고.
이러니까 니들 되게 교포 어린이같다.
2 responses to “놀이터”
[…] 윤솔과 배준영군을 위해 미화 20불을 투자해 시간과 공간의 인식에 관한 경험을 나누었다. […]
[…] 놀이터를 다녀오고, 주말에는 이것 저것 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