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축

회사에 이제 4개월된 애가 있는 동기가 몇시간마다 자리를 비운다. 유축을 하러 가는 듯 하다. 아마도 화장실로 가겠지. 화장실에 앉아서 유축을 하면 기분이 정말 이상할 것 같다. 깨끗한 환경에서 편한 마음으로 유축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춘 업무 환경이 얼마나 될까.

검색을 해보니 ‘시간’에 관한 규정은 있는 것 같은데, ‘공간’에 대한 규정은 정확치 않은 것 같다. 그나마 시간에 관한 규정도 최근에 오바마 케어에서 정해진 것 같고, 공간에 관한 규정은 고용인이 협의를 통해서 마련해야하는 정도인 것 같다. (What the Law Says About Pumping Breast Milk at Work http://www.huffingtonpost.com/tom-spiggle/what-the-law-says-about-p_b_5679487.html) 지금 회사도 꽤나 규모가 큰 ‘설계’하는 회사이고, 뭐 잘은 모르지만 ‘여성 건축인’들의 회의도 가끔하고 그러는 PC한 거 잘 하려고 하는 회사인데 여전히 화장실 사용하는 수준인데 과연 전세계에 업무 공간에 유축 공간을 마련해둔 조직은 몇이나 될까. 구글 쯤되면 있으려나.

ADA (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가 만들어진게 1990년도이니 장애인 화장실이니 뭐니 하는 것도 30년 밖에 되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이런 공간에 대한 논의를 언제쯤 할 수 있을까. 아참. 한국은 대학교에 생리대 자판기도 설치 못하지. 사랑의 실천 개자식들아.

street performer

맨날 사진찍는 자리에 어느날 베이스 반주로 노래를 하는 형이 있었다. 어. 정말 잘했다.

그러고 보니 이 아코디언 분은 작년에 봤었고,

이런 기괴한 연주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름 그래도 정신사나운 컨셉 하나는 잘 맞았던 듯.

몇일 전에도 또 봤다.

얼마전에 옆집 다슬씨가 말해줘서 알았는데, 버스킹을 하려면 라이센스를 사야한다. 그냥 막 다 되는게 아니라 촘촘히 관리하고 있는 거라는 것.

작년에 집에 가는 길에 마주친 밴드. 라틴풍 + 멈포드앤선즈의 보컬없는 버전 풍이어서 얼른 검색해서 들어보았는데, 유니온스퀘어의 에코빨이었나… 하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포트 오소리티 버스 터미널의 한가운데 (평면으로도, 섹션으로도)에는 원래 전체 터미널을 관장하는 커맨드 센터같은 것이 있었다. 이제 그런 기능은 필요하지 않거나, 혹은 그 기능이 각종 기술의 발전으로 이 위치에 있어야할 필요가 없어져서 그런 것인지, 커맨드 센터 자리는 비워진 채로 꽤나 오래 있었다. 아마도 내가 본 이후로는 내내 그랬던 것 같다.

아마도 테넌트를 유치하는 것도 조금 애매한 자리였는지 한동안 ‘공사중’ 풍의 가림막으로만 가려져있었고, 옆으로는 옛날 콘솔같은 것이 조금 보이곤 했었다.

그런데 대략 작년 여름부터인가 피아노 한대가 보였고, 난데없는 연주가 터미널 전체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보통 저런 큰 공간에 울려퍼지는 피아노라는 것이 연주가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배경음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저번 주에는 꽤나 멋진 보컬의 연주가 있었다.

사람들도 꽤나 멈춰서서 연주를 들었고,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가 여기 저기서 나왔다. 하여튼 한평만 빈자리가 나도 거기에 누군가 서서 노래를 하든 뭘 하든 냅두질 않는다. 나는 그 틈에서 시작되는 변화가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이런 비물리적인 도시적 이벤트를 어반디자인의 일부로 받아들여 ‘Tactical Urbanism’ 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앞으로 이 공간이 어떻게 사용될 것인가의 베타버전과 같은 시도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미루고 신중하고 즐기는 태도에 항상 주목하게 된다.

단순히 이 커맨드 센터 자리에 앞으로 연주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집어넣으면 좋겠다 수준의 문제를 넘어, 이 위치가 가지는 위계가 어떤 것이며, 그 위계가 여기를 지나는 수백만의 사람들의 머리에 일종의 가이드로 작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는 ‘공간의 위계’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이벤트가 되었다. 아마도 저 자리 렌트비가 저 가수 출연료보다 조금은 더 상승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