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디자인은 어디로 가는가

회사의 팀이 약간 컬럼비아 동문 모임 풍인지라 졸업한지가 꽤 됐지만 가끔 학교 소식을 전해듣는다. 사실 학교 얘기에서 무슨 중요한 건축적 / 도시적인 소식이나 학구적인 이야기를 할리는 만무하고, 어떤 선생의 전부인이 어떤 학장이랑 결혼했다더라 어떤 선생이랑 어디과의 누구랑 사귄다더라류…가 대부분.. 이란 게 당연하죠. 네. 또 이런 걸 한글로 적으니 한국 사람들만 보면 되니 또 막 써도 된다는 이점이 있군요. 세종대왕 만세. 한글 만세.

오늘 들은 소식은 조금 충격적이고 조금은 생각할 꺼리가 있는 것이었다. 한동안 어반디자인의 수장이셨던 리차드 플런츠 옹께서 물러나시고, 케이트 오프라는 분이 새로이 디렉터가 되었다는 것. 플런츠 옹은 우리 윗대 선생들한테도 학장이셨던 분인데, ((그 전에는 현재 내가 다니는 회사의 왕대빵이신 알렉스 쿠퍼님께서 디렉터셨다.)) 놀랍게도 슬슬 물러나고 물려주고 하는 아름다운 대관식풍의 광경이 연출된 것이 아니라, 플런츠 선생께서는 전혀 모르고 있다가 어느날 이리 결정이 났다는 것.

바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플런츠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가 / 대단했던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가, 그리고 케이트 수업을 들었던 친구들은 좋다 / 별로다로 아웅 다웅 하기 시작했다. 평소 모든 디자인이 기승전’굴’ ((케이트 오프의 랜드스케이프 디자인엔 항상 수변 공간 디자인에 굴oyster가 등장하고, 심지어 Oyster-tecture라는 전시까지 한적이 있다. ))  인 그녀의 디자인 프로세스를 비꼬며, 오, 나도 어반디자인에 관심이 있어. 정확히 말하면 크랩에 좀더 관심이 있다구. (( 해산물인 굴에 빗대서 게Crab와 헛소리crap을 이용한 말장난입니다. )) 같은 농담도 오고 갔다.

이걸 뭐 플런츠랑 (이전 컬럼비아 학장이었던) 위글리랑 사이가 좋네 안좋네 케이트가 더 친하네라든가 도시를 두고 건축이냐 조경이냐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인가 하는 건 무의미하고 (하지만 재밌다) 잠시 오늘의 어반디자인이란 무엇이 이끌어가는가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다.

리차드 플런츠 선생은 그의 저서, 뉴욕주거의 역사 History of Housing in New York City: Dwelling Type and Social Change in the American Metropolis 를 통해 현대 도시가 어떻게 조직되어가고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설명하였다. 이와 함께 도시 조직과 타이폴로지에 대한 수업을 통해서 건축 디자인과 도시 계획 중간 어딘가에 있는 어반 디자인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직접 케이트의 수업을 듣진 못했지만, 그녀의 기승전굴 시리즈라든가 같이 경쟁했던 RBD의 결과물들을 통해서 그녀의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왔다. 사실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의 원조이신 제임스 코너나 다른 잘 나가는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하시는 분들의 공통적인 명제랄까. 하는 것들이란 대충 : “자연이 도시를 만들 것이니라… “정도로 ‘싸게’ 요약할 수 있다.

다시 어반디자인의 문제 아니 도시의 문제로 돌아오자면, 오늘날까지 (최근까지) 도시를 조직하는 힘은 주거 – 주거를 상징으로 하는 경제 및 정책, 즉 인간 정치 사회의 결정- 를 따라왔다. 그러나, 이제 도시를 디자인하는 힘의 중심이 굴 자연으로 옮겨갔다고 할 수 있고, 이번 디렉터 취임 사건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니 이제 도면 그릴 때 나무를 좀더 성실히 심어야겠어요. 

Field Trip to Catskill for Foodshed Research.

마지막 학기 때 뉴욕의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로 리서치 클래스 때 답사갔던 우유 목장에서 플런츠 선생님. 항상 재미없는 농담을 하고 / 듣고 어깨를 들썩이며 (좀쪼잔한풍으로) 낄낄 웃으시는 모습에 참 사람좋은 분이시다. 컬럼비아 선생들 중 몇 안되는 다시 만나보고 싶은 분이시기도 하다.

2 responses to “어반디자인은 어디로 가는가”

  1. 잘읽었습니다…이메일 받고 한동안 충격이…
    학교가 큰 변화를 겪는거 같네요..
    동기들도 페북에서 이래저래 의견을 파악하는거 같은데, 어찌될지 궁금합니다

    • 뭐 학장하고 만나는 자리가 있는데 졸업생들도 오라는 이메일이 돌던데, 어찌됐나 모르겠다. 이렇게 학기 중에 바꾸다니 대단한 악수를 뒀어 쯧쯧.

Leave a Reply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