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말고 좀 얌전한 바지를 사야겠다고 했더니 니자가 학원오가는 길에 갭에서 괜찮은 걸 봐둔 모양이었다. 무난하고 편안해서 요즘 한참 광고하는 1969라는 스키니풍을 한치수 크게 하나 사고 면바지도 하나 샀다.
문득 생각해보니 바로 집앞에, path를 타기 위해 아침저녁으로 지나치는 몰에도 멀쩡하게 갭매장이 있다. 백화점도 두개 붙어있고 극장도 있다. 아주 비싼 브랜드가 있거나 한 건 아니지만 최소한 Macy’s에 있는 수준은 그럭저럭 다 갖춘 것 같다. 또 그걸 아주 몰랐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몰에서 이용해보는 것이라곤 푸드코트 뿐이다. 왜일까 집에 오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없는 게 없지만 또 그다지 특별한 게 없는 것이 이유가 아닐까 싶다.
맨하탄의 갭매장에 들어간 것은 거기에 갭매장이 있어서가 아니라 쏭이와 현정씨등과 강서회관에서 아구찜을 먹으려는 목적이 있었고 먹고난 김에 쇼핑이나. 그리고 흔하디 흔한 갭매장이 거기에. 였던 것이다.
모든 서비스나 상품의 디자인에 일반적으로 적용시킬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최소한 이 몰에 죽여주는 햄버거집 하나라도 있다면 주말에 여기서 죽여주는 햄버거를 먹고 어딜가나 파는 옷도 하나 사고 그냥 그런 커피도 좀 마시고 그러다 구지 3d 아닌 영화도 좀 보고 그러지 않을까. 특성 잘못찍으면 만렙이라도 아무도 안받아줘요. 기본에 충실하다는 말이 어디에 기본을 두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뜻이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