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일’이 시작되면 내내 그 생각 밖에 못하는 편이라, 하루에 한가지 이상의 무언가를 하는 것이 나에게는 버겁다. 예를 들면 대사관 면접과 고양이 미용 혹은 민방위 훈련 같은 것들이 겹쳐 있으면 패닉상태에 빠지고 만다. 그리고 당장 내일이 A 프로젝트의 프리젠테이션인데 밤새 머리 속에서 B 프로젝트의 아이디어와 그를 설명하는 상황까지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 경우란 정말 속타고 미치겠는 일이다. 프로젝트 B를 진행할 때는 프로젝트 A가 나를 괴롭힐텐데. 그 와중에 C 프로젝트가 불쑥 불쑥 마음 속에서 솟아나는데 이러다 잊/잃어버리는 것 아닌가 걱정되고.
진행은 더디고 할 일은 많고 마음은 뉴저지에 가있긴 한데, 그런 진행상의 덜컹거림에 대해서는 그다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타입이라 걱정이 없다. 다만, 머리를 싹 비우고 하나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니 시간은 배로 걸리고 결과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이건 아닌데 하면서 ‘이건 아닌데요.’ 하고 정확하게 끊고 이건 이거고 저건 어떻다 하는 논리가 간결히 똑바로 서질 못해, 이리 저리 끌려다니고 마는 상황이 되고 만다. 그래서 하루에도 몇번씩 벙어리 냉가슴 상황에 ‘바빠’ ‘정신없어’ ‘몰라’ 로 말은 더욱 단순해지고, 하루하루 놓치고 가는 일들이 많다.
시마이하고 담배 한대, 처럼 상황을 정리하는 글을 적으니 훨 마음이 가볍긴 한데, 그러고 나니 이제사 졸립기 시작한다는 게 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