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송도 A4

한국 주거 산업의 역사 (와 부동산의 역사)를 줄줄이 쓰고 싶지도 않고, 잘 알지도 못하고, 그걸 뭐 세상어디에도 없는 특이한 한국의 문화인 것인양 떠드는 것도 귀찮다. 어쨌든 큰 시장에는 틀림없(었)다. 그 특이한 디자인은 법규와 시장에서 비롯되었다. 이 두 (자주 상충하는) 힘이 주거 상품의 디자인을 만들어낸 균형이었다.

주거 시장은 한국의 심각한 사회적 문제인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문제를 종종 두리뭉실 퉁쳐서 말하기 일쑤이다. 부동산의 문제가 있고, 건축적인 문제가 있다. 어반 디자인의 문제도 있다. 각각의 원인과 복합의 과정과 결과를 세세히 따지기 보단 뭐가 “아파트의 삭막한 감성” 하나로 퉁쳐서 부동산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와 삭막한 ‘우리네 삶’의 현주소를 설명한다. 몇몇 건축’가’ 혹은 교수’님’들은 아파트에 사는 것조차 죄악시 하며 건축적 형태에 감성들을 부여하신다. 몇몇 아파트 ‘선수’들은 그런 우아를 유치하다며 시장의 진화에 뒤쳐진 공룡들로 치부한다. 심지어 회사에선 ‘일반 건축’ 팀과 ‘주거’팀으로 팀이 나뉘어 있다. ((더 짜증나는 건 사실, 나름 ‘벽을 넘어서 손에 손잡고’ 하시려는 분들이 어설프게 해주시는 것들이긴 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건설회사들은 외국 건축가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니 우리도 애플처럼 이노베이션 해보자구. 너도 나도 스티브 잡스가 되고 싶은 최고 경영자 여러분들께서는 외국 건축가 외국 디자인을 구해오라구. ((한국 디자인 회사들한테 외국 디자인 회사 리스트 뽑아오라고 시키셨다. 저희야 잘 뽑아 드렸죠. 최신 프로젝트. 규모. 야 미국 뭐시기 회사에 너 아는 친구 있다며 연락처 좀 받아와. 아 네. 룰루랄라 이렇게 잘들 말아먹으셨습니다. 나도 먹튀다. 뭘 해먹었어야 먹튀지. 그럼 그냥 튀다.)) 말아먹으신 외국 유명 스타 건축가 분들의 디자인을 줄줄이 나열하는 건 참 재밌긴 하겠는데, 귀찮고, 어쨌든 그 양반들이 망했던 이유는 사실 위에 나열한 우아 건축가들의 실패와 이유가 같다. 우리가 앞선 디자인을 내어놓을테니, 시장에 적합한, 법규에 적합한 부분들은 로컬에서 알아서 하라구. 시장 안에 갇혀 있던 디자이너들은 그 안에 갇혀 있어 실패했고, 시장 밖의 디자이너는 그 밖에서만 바라보고 실패했던 것이다.

그러나 렉스는 밖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안으로 들어와서 정확히 건축적인 문제점을 꿰뚫는 제안을 하였다. 아마도 미식축구 선수같이 생기신 조슈아 프린스-라무스 ((아니 정말 이름에 프린스가 들어간단 말인가)) 흉아가 OMA 시절부터 가져왔던 다년간의 해외 프로젝트의 경험 덕이 아닐까… 라고 내 맘대로 상상.

이 다이어그램 하나면 모든 게 설명된다. 아 저 가운데 펑!하고 터지는거 봐. ‘선수’분들이 믿어왔던 ‘다년간 법규와 시장에 최적화된’ 평면을 펑!하고 터트리고 있다. 그런 많은 ‘어른스러운’ 평면들을 봐왔지만, ((사실 평면 모음집 캐드화일 보면 다 있다.)) 아무도 코어를 의심하진 않았다. 비용에 의해 결정된 것들에 대해선 의심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향에 대한 광적인 집착 (이 부분은 시장과 법규가 일치)을 만족시키는 최고의 방법은 사실 저기에 있었다. 그리고 다른 어떤 외국 건축가들도 그런 상황에 대해 이렇게 깊이 사고한 것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쌩까거나, 장난질을 치거나. 물론 이런 걸 한국 사무실에서 하면 건설회사에서 쌩까겠지만서도.

물론 선수들은 아직도 저거 보고 유치하다고 뭐 재미있네. 그러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나는 이 작품이 일단 지어졌으면 좋겠고, 분양 성공했으면 좋겠다. 어이없는 ‘역발상’ 좀 하지 마시고, 찬찬히 문제를 들여다 보는 것이 최선이다.

2 responses to “렉스, 송도 A4”

    • 어우 여기 악명높아. – 라기보단 나같은 사람을 여기서 쓰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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