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작은 사무실에서 일하게 되었다. 구라 좀 그만 쳐야지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는데, 작은 사무실에서 구라 업무를 맡게 되었다. 일단 현상을 마치고 나면 계속 일하게 될지 아닐지 결정되겠지만, 최소한 몇주는 바쁘게 되었다. 처음 몇일은 사장이 참을 수 없이 맘에 안들었으나, 나와 같은 상황으로 고용된 다른 두명이 워낙 출중해서 같이 일하는 게 즐거워졌다. 뒷담화를 하기 시작하니 비슷한 상황에 비슷한 마음들이었다. 이런 친구들이라면 계속 같이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스펙’들은 나보다 백만배 훌륭하다. 잘 참을 수 있을 것 같다.

졸업할 때 받았던 상 중 하나의 상금이 이제사 도착했다. 무려 페덱스로 배달된 수표. 훌륭한 편지에 축하한다며. 그런데 상금이 달랑 오백불. 더 무서운 건 ‘연방’ 세금이 뭐가 백오십불. 분명히 미국사람아니니 세금빼줘 서류를 함께 냈던 것 같은데, 막아내질 못했던 모양이다. 역시 미국 국세청은 무서운 사람들이 모여있나보다.

같이 일하는 친구 중 하나의 이름은 싸이먼. 영어의 ‘Simon says …’의 싸이먼이냐고 하는 개그 태어나서 백만번은 들었으리라. 평소같으면 개의치 않고 쳤을 개그인데, 만난지 일주일된 외국인한테마저 무시당하고 싶지는 않았다. 잘 참았다.

충동적으로 킨들을 주문하려고 했는데 공급이 모자라 주문이 안됐다. 오기가 올라 매일 매일 시도했는데 주문이 확 되어버렸다. 3G일 필요는 절대 없을 것 같았는데 그것이 요점이었다. 과연 책은 많이 읽을지 모르겠다. 그것 또한 중요한 포인트라 하겠다. 잘 참지 못하였다.

뜬금없이 박찬욱 감독이랑 가수 이적이랑 비슷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배우 겸 감독 유지태가 나왔던 무릎팍 도사가 끝나고 이적 노래가 나왔다. 유지태는 참 잘 참는 사람이었구나.

주말엔 페이스북 영화를 볼 예정이다. 기대는 커녕 평소 같으면 볼 영화도 아니고 봐도 뭐 그냥 그러려니하는 정도이니, 조금만 재밌어주면 잘 참고 아주 재미있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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