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2주 – 원래는 1주였다. – 방학이 시작되기 직전부터 모두가 방학때 뭐할래가 인사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서부에서 온 애들이 많아서 그런지 너도 나도 날씨좋고 여유로운 캘리포니아로. 난, 아직까지 에이버리 홀(건축과 건물)에서 벗어나질 못해봐서 뉴욕 관광을 하겠노라 했다. 3개월을 스튜디오를 했어도 맨하탄조차 잘 모르는건 워낙에 길치인 탓도 있고, 게으른 탓도 있고. 서울이었다면 평생 살아오던 데니까 스튜디오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든 아 거기. 하면 되고, 아 그 사건. 하면 될 일이 여기선 다 새로 공부해야할 거리. 살던 사람들이랑 기본 상식을 맞추는 정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랄까.

이런 학구적인 이유를 말하면 모르는 사람은 그런가보다 하겠지만 실은 어디 여행가는 걸 자발적으로 가본적이 없는 게으른 인간이라 그랬다.

마침 쥴상이 방학에 맞춰 뉴욕에 와서 합숙 폐인 생활을 하고 있는 중. 일차로 유명 관광지들을 돌았고, 이제 진짜 속속들이 가보자며 나름 수업때 다뤘다는 퀸즈도 가보고 “여긴 관광객 절대 안와요” 하며 쓰잘데기 없는 데들을 다녔다. 헬스키친이든 클린턴이든 수업때 다른 애들이 하는 얘기만 들었지 어디 가봤어야지. – 막상 가보니 어 7년전에 와봤던 데네 – 사실 가다보면 아 여기 거긴데, 어 이거 무슨 드라마에. 등등.

이동 수단은 지하철이었다. 지하철이란게 효율을 위해 만든 통근자의 시스템인데, 지하철로 관광을 하니 무슨 샘플러도 아니고. ‘아휴 자전거로 돌아다녀볼까요?’ ‘아 렌트함 해보죠.’ 했더니 아니 하루빌리는데 40불씩 달래 그지같은 놈들. 하는데 동네가게에 마침 이쁜 (메이커도 없는, 가게에서 가장 싼) 싱글기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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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쥴상

충동구매 덕에 쥴님은 좀 싸게 렌트를 하셨고, 집에서 출발해서 센트럴 파크를 뚫고 맨해튼 브리지로 브루클린으로 건너갔다가 브루클린 브리지로 다시 맨해튼으로 건너와서 배터리 파크를 지나 허드슨 강을 따라 집까지. 강변따라 자전거를 달리며 쥴님이 물었다.

“아니 뉴욕 왜 이렇게 좋아요.”

브루클린 브리지, 사진은 Jule상.

그동안 관광객들 개때처럼 몰려다니거나 / 어두운 동네만 갔던 것이, 바로 내가 아는데가 그런 데 뿐이었던 것. 다시 말해 어반 디자인 수업에선 항상 “문제”를 다뤘기 때문. 평온하고 살기 좋은 곳은 다룰 필요가 없다. ‘문제’있는 곳에만 쥴님을 데려갔던 것이지. ‘문제’에 대해서 설명해주면서.

수업 중간에 젤 멋진 – 뒷풀이때 쐈다. – 카야선생님한테 물었다. “어반디자인은 항상 ‘문제’에서 시작합니까?” 하하 선생님이 웃으며 “뭐 재미로도 할 수 있고.”라고 지나갔다. 놀랍게도 학기를 다 마치고 ‘총평’ 시간에 이렇게 마무리를 했다. “누군가 묻더군요. 어반디자인은 항상 ‘문제’에서 시작하냐고. 우리는 그것을 ‘문제’라고 보지 말고 ‘기회’라고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그 ‘기회’를 포착해서 새로운 디자인을 하길 바랍니다.” 애들한테 물어보니 딱히 나만 물어봤던 것은 아니었나보다. 다들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지.

여튼 말을 바꿨으나, 나는 아직도 ‘문제’를 먼저 찾는 일에는 불만이다. ‘기회’라고 바꿔 말한다고 해도 잘 모르겠다. ‘문제’ 혹은 ‘위기’를 먼저 찾는 것은 제한된 시간 무엇보다 제한된 예산을 염두에 둔 입장에선 그래야만 할 일이다. 설득을 위해선 자신이 제시한 솔루션이 바로 그 ‘위기’를 해결하는 것임을 보여줘야하기 때문이다. 건축 역사 면면히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이 위기를 극복하는 새로운 안을 보여주겠더라며 내놓았던 건축가들의 아이디어는 새로운 문제만 만들었지 뭐 해결하는 모습을 보진 못한 것 같다. 결국은 위기-해결의 패러다임은 설득을 위한 미끼인 듯 하다. 광고에서도 그런다잖아. 이걸 안사면 너는 위기에 빠진다구! 하는.

위기에 대해선 “아이젠만과 위글리의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였던 듯 하다. 영어도 안들리고 게다가 자버리는 바람에 뭐라카는지 못알아먹었지만, 위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뭐 어쨌든 아이젠만은 지금은 위기가 아니라는 말을 했던 듯 하다.

뭐 어쨌든 나는 자전거를 사버리는 바람에 경제적인 위기에 빠지게 되었지만, 나름 관광, 체력과 통학의 위기 극복의 해결책을 찾았다라고나 할까욤.

7 responses to “위기”

  1. 아아, 바람직하다.
    쥴님을 테스트케이스로 많은 것을 연습해 두길 ㅋ

    상관녀님께서
    Thanks Giving에 뉴욕에 가자고 하신다(차로-0-;;)
    가면, 만날 수 있을까?
    아니면 다음에 한 번 더 비행기로 갈까 고민 중.
    나이아가라 보러 안올래?

  2. Thanks Giving이 언제야? 학기 중이면 아마 얼굴보고 밥먹고 그정도 가능할 듯.

    나이아가라엔 26일에 가서 27일 복귀. 이번 학기 사이트라 비행기 예약해뒀어.

  3. 앗 정말이구나?
    비행기로 오면 일단 토론토 공항이겠네?
    26일이라 일행있는 건가?
    좌우간 운좋아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면, 내 차로 같이 움직이자.

    Thanks Giving은 여긴 10월 12일 월요일이래.
    그전 금요일에 출발해서 월요일날 오거나 할 듯. 학기중인감?

    글고 너 인터넷폰 있다며? 나도 있거등.(호텔에서밖에 못쓰지만.)
    번호는 070-8251-1**2(원래번호)니까
    니가 전화해서 너의 번호를 넘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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