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자 사촌들과 수다를 떨었다. 한명은 모 국가 중앙 의료원의 레지던트 3년차이고, 한명은 미국인.
한국인 셋은 입을 모아 국가의 의료보험 제도와 갑들의 횡포, 노동 문제의 현실들을 토로하였고, 결론은 텃.이라는 소결을 이어갔으며, 미국도 별 다를 바 없는 암울한 현실 얘기가 이어지다가, 니자의 올타임 훼이보릿 스토리인 귀신 얘기로 화제는 이어졌다.
의사 선생님이 전하는 귀신 이야기는 앞서 던져졌던 각종 응급 상황 에피소드들과 하우스에 대한 증언 등으로 다져졌던 의학도에 대한 신뢰도를 기반으로 더욱 탄탄하게 전해졌다. 영가와 무당에 대한 이야기 역시 경험담을 통해 맛깔스런 에피소드가 되었던 가운데, 그런 쪽 이야기에 경험도, 주워들은 이야기도 전무한 나의 실수 – ‘방언’- 로, 무속의 가벼운 안주거리가 신앙이라는 화제로 옮아가버렸다. ((앗차. 인던에서 애드쟁이는 밖에서도 애드를 부르는구나.))
술자리 혹은 수다자리에서 종교 이야기만큼 재미있는 꺼리가 어디있겠냐만은 이것은 어디까지나 독실한 종교인이 없다는 전제를 필요로 한다. 다행히 교민 사회의 교회라는 무적의 커뮤니티에 속해있는 독실한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인 사촌은 그 무던하고 상냥한 성격 탓에 반론을 제시하거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드는 실수를 하지 않았지만, 실수는 실수인지라 내내 미안했다. 종교 이야기는 교인이 있을 때 하지 못한다는 불문율은 안타깝지만 편안한 사회 생활을 위한 기술 중의 하나이다.
졸려워하는 사촌들을 집에 보내고 티비를 켜니 밀양이 시작하고 있었다.
밀양이 구지 종교와 연관을 짓지 않아도, 그러니까 소재일뿐 주제는 아니다라는 결론을 다 보고 난 후에야 내릴 수 있었지만, 어쨌든, 편안한 사회 생활 기술을 모르는 이 영화는 보는 내내 불편함을 주었는데, 그 불편함은 부부가 잠자리에서도 내내 영화 이야기를 하느라 잠을 못자는 불편함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