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

중1 미술시간에 만든 판화. 옆에 있는 짝을 보고 그려야했다.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고 삐딱한 자세가 나온 이유는 당연히 내 짝도 내 옆에서 내 얼굴을 그리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선생님한테 칭찬을 받았었는데.. 알고보니 모두들 옆에 짝을 보고 그리긴 했지만 ‘머리속에 있는’ 사람의 모습을 그리다보니 정면에 눈코입귀를 그리는 것이었다. 한가지 더. 배경을 파다 말아서 칭찬을 받았다. 다들 깔끔하게 한다고 배경을 다 파냈으나 나는 반은 귀찮고 반은 이렇게 하면 이쁘겠다.. 싶어서 하다보니 판화다운 표현이라고 칭찬을 받았다. 당연히 작가의 의도란 건 없는 중1 시절 이야기다.

난데없이 어린 시절 자랑인가 하면 –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어린 시절 자랑 자기 입으로 하는 놈치고 지금 제대로 된 놈이 없다고 지금도 내 그림 실력은 저 때를 벗어나지 못하는 듯 하다. – 지금 생각해보면 참 우스운 그림에 우스운 칭찬인데 아직도 저 판화 판때기를 방에 보관하고 있다. 얼마나 칭찬을 못받고 자랐길래 -_-;; 저게 그리도 좋았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그 땐 참 아무 생각없이 열심히 했다. 뭐 중1때만 해도 모범생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저런 단순한 작업이 좋았는지… 열심히 파고 찍어보고 했었는데.. 요즘은 뭐 하나 하는데도 이건 이래서 이랬고 저건 저래서 저랬고… 선하나 그어놓고 뭔 놈의 의미가 그리도 많은지. 그림은 열심히 그리기만 하고 선생님이 설명해주면 아 그렇구나… 하는 시절이 그립다. 건축가는 그냥 열심히만 하면 되는게 아니라 건축 평론가를 같이 해야한다. 그것도 자기 작품에 자기가 평론을 붙여야한다. 참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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